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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11

여기 앉으니 남명의 가르침 들리는 듯

[우리고장역사문화탐방] (2) 합천 창원여고·합천원경고 학생들, 뇌룡정·영암사지 등 찾아조선시대 선비 정신 느끼고, 문화재 가치와 의미 되새겨 경남도민일보가 경상남도교육청 지원으로 진행하는 '청소년 우리 고장 역사문화탐방'에서 창원여자고교(5월 9일)와 합천 원경고교(6월 1일)가 합천을 찾았다. 남명 조식 선생의 용암서원·뇌룡정과 망했지만 씩씩한 절터 영암사지, 따로 소개할 필요가 없는 해인사, 대가야 마지막 태자가 노닐었다는 월광사지를 둘러보았다. ◇용암서원·뇌룡정 용암서원은 남명 조식이 세상을 떠난 뒤 제자들이 스승을 기리려고 지었다. 뇌룡정은 남명 조식이 제자들을 가르치려고 생전에 마련한 강학 공간이다. 용암서원·뇌룡정은 남명 조식의 외가 마을 삼가면 외토리에 있다. 남명 조식은 1000원짜리 지..

해인사의 소원 장사와 법주사의 소원 장사

해인사의 소원 장사지난 6월에 ‘해인사 이런 소원팔이는 좀 심하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다. 해인사가 국사단 앞에 소원나무를 한 그루 만들어 놓고 거기에 매다는 소원지를 한 장에 1만원씩 받고 판다는 얘기였다. 국사단은 가야산 산신령 정견모주를 모신 전각이다. 국사단 앞 소원나무에 가면 이렇게 적혀 있다. “이곳은 가야산 산신(山神)이 깃든 곳으로 예로부터 널리 알려져 왔다. …… 이처럼 이곳은 가야산에서 신령스럽고 영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소원을 적고 국사단에서 간절히 기도하시면 소망하시는 일이 꼭 이루어질 것입니다.” 과연 소원나무에는 소원을 적은 노란색 소원지가 빽빽하게 달려 있다. 절간이 부처님도 아니고 산신령을 내세워 소원팔이 장사를 하는 현장이다. 법주사의 소원 장사이번에 충청도 ..

해인사 이런 소원팔이는 좀 심하다

가야산 산신령을 모시는 국사단 합천 가야산 해인사에 가면 국사단(局司壇)이 있다. 가야산 산신령을 모시는 전각이다. 천왕문(=봉황문)을 지나면 오른편에 앉아 있다. 우리 토속신앙에서 산신령은 산에 있는 모든 생명과 무생물의 질서를 관장하는 신령이면서 동시에 토지에 관한 모든 것을 관장하는 토지신이다. 국사단은 외래종교인 불교가 우리 토속신앙과 타협한 자취가 된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해인사를 짓기 위하여 땅을 빌리는 대신 가야산 산신령을 국사대신으로 모셨던 것이다. 국사단은 원래 해인사 중심 전각인 대적광전의 왼편 학사대 전나무가 있는 아래 언덕에 있었다. 2007년 11월 그 자리에 대비로전이 들어서면서 지금 자리로 옮겨 왔다. 대가야와 가락국 임금의 어머니 통일신라시대 해인사에서 세상을 떠난 고운 최치..

고운 최치원은 어느 산 산신일까?

최치원이 지었다는 한시가 있습니다. 에 실려 있습니다. 제목이 秋夜雨中(추야우중)이랍니다. 우리말로 옮기면 ‘비 내리는 가을밤에’쯤이 되겠습니다. 내용 가운데 ‘만리(萬里)’를 두고 당나라 유학 시절 지은 표시라고도 하고, 전체적인 기교나 내용을 보고 귀국해서 나이를 많이 먹은 뒤에 지었다고도 하지만 어쨌거나 상관은 없겠습니다. “가을 바람에 외롭게 읊으니(秋風惟孤吟)/ 세상에 알아주는 이가 적구나(世路少知音)/ 한밤중 창밖에 비가 내리고(窓外三更雨)/ 등불 앞 마음을 만리를 달려가네(燈前萬里心)”. 자기를 제대로 알아주는 이가 없는 데서 오는 쓸쓸함이랄까 씁쓸함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실제로 그랬던 모양입니다. 의 이런 대목은 한시 ‘추야우중’의 정서와 바로 통합니다. “치원이 서쪽으로 가서 당나라에 ..

가본 곳 2014.07.14

해인사 산신령이 남자 아니고 여자인 까닭

[우리 고장 사랑 고3역사문화탐방] (9) 합천군 2013년 12월 11~12일 이틀에 걸쳐 진행한 합천군 학생들의 '우리 고장 사랑 고3 역사 문화 탐방'에는 함박눈이 동행해줬답니다. 길을 나서기 전에는 걱정을 했으나 막상 시작하고 보니 눈 덕분에 오히려 흥겨운 여정이 됐습니다. 물론 합천은 산길이 많기 때문에 탐방 지역은 일부 바꿔야 했지만 말씀입니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황매산 모산재 아래 남향으로 들어서 있는 영암사지였습니다. 영암사는 통일신라 말기에 지어졌다고 전해집니다. 망한 절터 폐사지임에도 통째로 맑고 밝고 환한 기운을 뿜어내는 곳이 영암사지입니다. 그런 느낌은 눈이 쏟아지는 속에서도 여전했습니다. 자부심 서려 있는 영암사지 쌍사자석등 모산재가 양쪽으로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가운데 잘 ..

가본 곳 2014.03.11

합천활로 ⑥ 해인사 소리길

1. '법보종찰 해인사'를 다시 읊는 까닭 해인사를 일러 '법보종찰'이라 하는 까닭을 입에 올리려니 새삼스럽다. 불교에서 핵심이 되는 불(佛)·법(法)·승(僧)을 두고 '삼보(三寶)'라 하고 이 가운데 법보는 바로 부처님 말씀인데 바로 이를 구현한 팔만대장경이 여기 해인사에 있기 때문이라는 정도는 우리나라 대부분 사람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시 이렇게 읊조릴 수밖에 없는 까닭은 올해 2011년에 이 대장경이 만들어진지 1000년이 됐음을 기리는 '대장경 천년 세계 문화 축전'이 해인사와 합천군과 창원시 일대에서 9월 23일부터 11월 6일까지 45일 동안 열린다는 데 있다. 이른바 인류의 '위대한 기록 문화 유산'이라는 측면에서 오자·탈자 하나 없는 팔만대장경의 뜻과 값어치를 새롭게 가늠해 보..

가본 곳 2012.01.17

해인사에는 '없어지는 부처님'이 있었다

9월 29일 해인사에 들렀습니다. 경남도민일보 갱상도 문화학교 추진단이 주관한 합천 블로거 탐방 일정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홍류동 소리길 걷기에 앞서 해인사에 가본 것입니다. 걸음이 보경당 앞에 머물렀는데, 들머리에 "김아타 '얼음 불상'" 이라 적혀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장경천년문화축전의 해인아트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김아타는 예전에 얼핏 듣기로 우리나라 보다는 미국 같은 다른 나라에서 더 알아주는 독특한 조각가입니다. 얼음을 조각해 상을 만들고 그것이 녹아내리는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통해 무엇인가 메시지를 던지거나 말거나 한다는 그런 얘기는 들었습니다만 한 번도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여기서 뜻밖에 마주쳤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경남도민일보 기사를 통해 이런 전시가 있다..

애정의 뿌리와 비오는 날 홍류동 소리길

9월 29일 합천 명소 블로거 탐방단 활동의 하나로 해인사 홍류동 소리길을 걸었습니다. 제가 소속돼 있는 경남도민일보 갱상도 문화학교 추진단이 주관하는 행사였습니다. 한 주 전부터 이 날 비가 많이는 아니지만 어쨌든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서 조금 걱정이 됐습니다. 비가 오면 첫 날 일정인 홍류동 소리길 걷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니었습니다. 탐방에 참여한 블로거들 대부분은 소리길의 아름다움과 멋에 크게 감탄을 했습니다. 해인사를 그동안 오갔는데도 이렇게 좋은 길이 홍류동 골짜기에 숨어 있는 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사실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자가용 자동차나 버스를 타고 오가면 홍류동도 대부분 절간 들머리에 있는 그렇고 그런 골짜기와 다를 바 없다고 여겨지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

가본 곳 2011.10.16

시외버스 타고 가본 홍류동 소리길

합천읍에서 같은 합천의 해인사까지 들어가는 군내버스가 없다는 것은 참 신기한 노릇입니다. 우리나라 으뜸 관광지로 꼽히는 해인사에, 군내버스로는 갈 수가 없다니 말씀입니다……. 대신 시외버스는 있었습니다. 하루 세 차례였습니다. 오전 9시 30분, 오후 1시 10분과 5시 10분 진주를 출발해 1시간 20분 뒤 합천군 합천읍 합천리 합천시외버스터미널에 닿았다가 묘산·야로·가야를 거쳐 해인사까지 50분 남짓 걸려 들어가는 경전고속 버스였습니다.(해인사에서 나오는 차편은 오전 7시 40분, 오후 1시와 5시 출발이랍니다.) 합천과 해인사를 오가는 버스가 석 대밖에 없다 보니 터미널에는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해인사행 버스를 놓치신 분은 대구행 버스를 타고 (경북 고령군 쌍림면) 귀원에서 내려 대구서 ..

가본 곳 2011.10.15

사리 챙기는 욕심은 부처님 뜻일까 아닐까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어떤 깨달음이라도 얻은 그런 표정으로 어느 문인이 전해줬습니다. 조그만 절간에서 스님이 길을 나섰습니다. 이 스님이 없으면 그 절간은 텅 비고 만답니다. 내려가다가 절간으로 올라오는 한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스님이 할머니더러 헛걸음하시지 말라는 뜻으로 "보살님, 지금 가 봐야 절에 아무도 없어요." 일렀습니다. 그런데 그 보살 말씀이 압권입니다. "(절에) 스님 보러 가나? 부처님 보러 가지!" 절간은 부처님 나라입니다. 아니 어쩌면 부처님을 바닥에 깔고 있는 대중의 나라입니다. 생전에 석가모니 부처께서 하신 바대로, 출가나 재가를 가리지 않고 대중이 열반에 이르도록 만드는 공간입니다. 불교식으로 이르자면 절간은 부처님 나라이기도 하고 부처님 나라가 아니기도 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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