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희식 9

옛 농사 이야기-소농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전희식 선배가 쓴 책 를 읽었다. 이다. 석 달 전에 읽었는데 글은 이제야 쓴다. 나는 게으르다. 옛날 사람들이 지었던 농사를 돌아보면서 오늘날에 되살리자는 이야기였다. 사실 지금 농사는 농사가 아닌 것이 맞다. 거의 공업 수준이고 논밭은 공장과 마찬가지가 되었다. 모종은 공장 같은 육묘장에서 길러진 녀석을 산다. 논밭에는 비료와 농약을 정해진대로 집어넣어 땅심이 아니라 비료힘으로 자라게 한다. 그렇게 일정 기간 기른 다음 뽑아내어 내다판다. 기후 영향을 덜 받게 하기 위하여 치는 비닐하우스는 상식이 되었다. 그래서 옛날에는 이모작 삼모작이 최대치였지만 요즘은 심한 경우는 27모작까지 한다고 한다. 이런 현실에서 원래 농사가 갖추고 있던 여러 미덕들을 그대로 실현하려면 옛날 농사로 돌아가는 것 말고는 답..

겨울엔 삼겹살 상추쌈 먹지 말라는 전희식

를 재미있게 읽었다. 이 부제로 붙어 있다. 세상을 보는 상식을 뒤집어 주었다.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해 주었다. 새로운 관점과 가치관도 일러주었다. 어쨌거나 지은이 전희식 선배가 얼마나 대담하고 웅장한지 이번에 좀더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내용을 모두 소개할 능력은 내게 없다. 다만 읽는 도중에 눈길이 가고 마음이 끌렸던 대목을 드문드문 적어보겠다. 1. 처음부터 현실이었던 현실은 없다 “상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상상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모든 현실은 상상에서 시작된다. 꿈같은 상상이 현실화되어 온 것이 문명의 역사다. 논리적 타당성과 역사적 정당성이 있으면 상상은 현실화될 수 있다. 여기에 세계사적 보편성까지 있다면 말이다.”(68쪽) 2. 120년 전 농민들은 자기 문제로 징징대지 ..

귀농·귀촌 생각이 없어도 읽어볼만한 책

전희식이 쓴 를 게으르게 읽었다. '농부 전희식의 귀농·귀촌 길잡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내가 읽어본 바로 이 책은 단순히 '귀농·귀촌 길잡이'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몸으로 자기 인생을 살아내면서 얻은 깨달음이 보석처럼 곳곳에서 반짝인다. 귀농·귀촌을 할 생각이 없더라도 한 번 쭉쭉 읽어보면서 "아하, 그렇지!" 하며 무릎을 칠 그런 책이다. 나로서는 굳이 귀농·귀촌을 하지 않더라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산다면 적어도 스스로나 세상에 해코지는 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었다. 1. 망상을 짓지 말자"우리 일상 자체가 이런 망상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관련 얘기가 이어진다. 집을 떠나 명상 수련을 열흘 하는 동안 소나기가 며칠 왔다. 집뒤 축대가 무너져 내리는 꿈을 꿀 정도로 걱정이 ..

"동학혁명 생각하면 지금 농민운동 쪽팔린다"

전희식, 치매 어머니와 함께 사는 노동운동 출신 농민 1958년생인 그이는 경남 함양군 서하면 봉전리에서 태어났습니다. 58년 개띠입니다. 낳고 기른 어머니는 김정임씨랍니다. 어머니는 1922년생으로 14살에 시집와서 여섯 남매를 낳았습니다. 막내아들인 그이를 37살에 낳고 남편을 43살에 여의었습니다. 어머니 일생의 신산함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짐작이 됩니다. 그이는 자기와 같은 개띠인 어머니를 올해로 8년째 모시고 있습니다. 태어난 고향에서 직선거리로 14km 정도, 육십령 고개만 넘으면 바로 나오는 전북 장수군 장계면 명덕리 해발 620m 산골에서요. 벌써 아흔을 넘긴 어머니는 치매에 걸렸고 잘 움직이지도 못한답니다. 진보운동과 함께한 전희식의 삶 그이를 처음 알게 된 때는 30년 전입니다. 한국전..

깨달음과 즐거움, 어느 쪽이 한 수 위일까

전희식의 글은 전희식이 놓여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재미있기도 하고 진지하기도 합니다. 전희식이 그려보이는 세상에는 전희식의 세상을 보는 관점·태도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전희식이 책을 통해 보여주는 세상은 어머니와 꾸려가는 하나, 마을 사람들과 꾸려나가는 하나, 기르는 짐승이나 채소 따위와 더불어 꾸려나가는 하나가 있습니다. 이 셋이 한꺼번에 등장할 때도 있습니다. 그려지는 모습은 제각각 다릅니다. 색깔도 다릅니다. 하지만 거기에 담기는 생각이나 관점은 대체로 한결같습니다. 2011년 1월 펴낸 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전에 치매 어머니와 함께 사는 얘기를 다룬 는 깨달음과 결연함이 많았다면, 이번 책은 즐거움이 많았습니다. 깨달음 위에 즐거움이 있을 테고, 그래서 결연함이 많이..

양심고백, "나는 김훤주가 아니었다"

한국기자협회 온라인 칼럼 '최진순 기자의 온&오프' 5월 20일치에서 제 이름이 들먹여졌습니다. '기자들 온라인으로 나오다'가 제목인데요, 해당되는 부분은 이렇습니다. 물론 글은 칭찬하는 내용입니다. 이렇습니다.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편집국장(@kimjoowan)과 김주훤 기자(@pole08)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기자는 블로그에서 자사의 뉴스를 알렸고 독자들의 '자유로운 광고' 지평도 열었다. 세상의 이슈 논전에 직접 가담했고 파워 블로그를 네트워크로 엮은 '100인닷컴'을 오픈했다. 최근에는 비즈니스 모델도 고민하고 있다." 이를 두고 김주완 선배가 페이스북에 만들어놓은 경남도민일보 식구들에다 '김주훤(?) 기자, 정말 미안해요!!!'면서 해당 기사를 붙였습니다. 그러니까 재빠른 이승환 기자가 '..

병든 개 찾는 사례금이 백만원이나 되다니

"가족 같은 강아지 2마리". "사례금 100만원". "이유 불문하고 사례금을 드리겠습니다." -- 뭐야? 이유 불문이라고? 그러면 개를 훔쳤다 해도 돌려만 주면 돈을 주겠다는 말이잖아. "딸 : 슈나(10.7kg), 특징 : 꼬리 위에 피부병이 생기고 콩만한 혹이 있음". "엄마 : 슈(7.4kg), 특징 : 온순하고 귀와 발에 습진이 잘 생김". -- 아니, 이건 건강하지도 않은 개들이잖아. "분실일자 : 2009년 11월 17일". "분실장소 : 봉곡 하나로마트 근처". --여기가 용호동이니 걸으면 한 시간 넘는 거리에 그것도 한참 오래 된 넉 달 가량 전에 잃어버린 것들이네. 2월 21일 집 앞 버스 정류장 전봇대에 붙어 있던 포스터입니다. 아래쪽에 보면 "사랑으로 기르던 가족 같은 개입니다."라..

유아학과는 있는데 노인학과는 왜 없나

어머니와 치매 다룬 책에서 눈길 끈 대목 전희식이 쓴 책 를 읽었습니다. 치매를 앓는 22년생 개띠 어머니를 이태 남짓을 혼자 모시면서, 같은 개띠인 58년생 막내 아들이 쓴 책입니다. 어머니는 아래몸통까지 제대로 쓰시지 못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전희식은 어머니와 치매를 일거리로 여기지 않았고 대신 스승으로 삼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생각을 잘 하고 나아가 그 생각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를 공부했습니다. 를 읽으면서 제 눈길이 끌렸던 대목을 옮겨 적어 봤습니다. 다른 많은 여러분에게도 여기 이 글들이 눈길을 끌어주기 바라면서요. "지금의 우리는 타인과 구별되고 차이가 생길 때 자기가 누구라는 인식을 하게 되는데, 동학의 개인은 내가 남을 모실 때 비로소 내가 생겨나게 됩니다...

어머니의 치매를 스승으로 삼았다

치매에 걸린데다 아래 몸통마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팔순 어머니와 쉰 줄에 들어선 아들이 같이 살면 도대체 두 사람 사이에 무엇이 생기고 무엇이 남을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바를 훌쩍 뛰어넘는 실체를 담은 책이 나왔습니다. 1922년생 어머니 김정임을 1958년생 막내 아들 전희식이 시골집에서 모시고 살면서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생각을 했으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가 담았습니다. 태어난 해를 꼽아 보니 어머니와 아들이 모두 개띠네요. 전희식은 치매 걸린 어머니에게 매이지 않는 하나뿐인 길은 스스로가 스스로의 생각과 판단에 매이지 않는 데 있음을 알았습니다. 전희식에게 치매는 치매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의 치매가 문제라면 그보다 더한 문제(=미망)를 떨치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 세상 곳곳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