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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 4

현 정부의 잔인한 현실은 누가 그릴까?

서경식의 정체성은 뿌리뽑혀 떠돎(diaspora)에 있습니다. 서경식은 재일조선인으로 국적은 대한민국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도 그이는 환대받지 못합니다. 스스로를 '재일조선인'이라 규정하는데, 여기 '조선'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넘어서는 그런 나라를 뜻하고 있습니다. 서경식이 조선인임을 포기하지 않으니까, 자기가 살고 있는 일본에서도 대부분은 그이를 외면합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제가 알기로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사실은 그이에게는 천형(天刑)일 것입니다. 고향을 떠나 일본에 살게 된 원인이 그이에게 있지 않고, 일본 식민지배 그리고 어버이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천형이 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집단의 구성원으로서가 아니라 독립된 개인으로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면..

노무현에 대한 부채의식과 무력감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아무런 은원(恩怨)이 없습니다. 같은 길을 함께 걸은 적도 없고 서로 마주 달려나와 부딪혀 싸운 적도 없다는 말씀입니다. 2002년 대선을 치를 때 제 관점은 이랬습니다. '노무현과는 경쟁 협력 관계다, 이회창과는 적대 배제 관계지만…….' 그러니까 제게 노무현과 노사모, 열린우리당 등등은 '따로 또 같이' 또는 '같이 또 따로'의 상대였습니다. 때때로 또는 자주, 같이 할 일이 있으면 같이 하고, 같이 할 수 없는 일이라면 저마다 따로따로 하면 그만이라고 여겼던 것입니다. 1. 한 선배의 노무현에 대한 부채의식 그런데 앞서 노동운동을 하신 선배들 가운데에는 노무현에게 어떤 부채의식을 느끼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어제 25일 밤에, 전화가 왔습니다. 80년대 중·후..

인간 잔인함의 뿌리는 도대체 무엇일까

1. 모든 사람은 무지할 때 잔인하다 어린 시절 기억입니다. 잔디밭에서 땅거죽을 파면서 놀고 있습니다. 아니면 마당 한 쪽 구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땅 속에는 개미집이 있습니다. 개미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습니다. 개미집을 손에 든 나뭇가지 따위로 이리저리 들쑤셔 놓습니다. 개미들은 난리라도 난 듯이 갈팡질팡합니다. 저는 또 침을 뱉거나 오줌을 누거나 해서 물 속에서 개미들이 허우적대는 꼴까지 들여봅니다. 그러다 재미가 없어지면 개미들을 발로 쓱 뭉개고 일어납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조금 더 자란 시점입니다. 잠자리를 잡았습니다. 꽁지에다 화약을 박아 넣고 불을 붙이고는 날립니다. 자유를 얻은 잠자리는 좋아라 날아갑니다. 날아가다가 화약이 팍 터질 때 잠자리도 터져 죽습니다. 어린 저는 그렇게 터지..

우리가 어쩌다 이토록 잔인해졌을까?

어쩌다 이토록 잔인해졌을까? 이 물음은 이 세상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저 자신을 향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이 죽어나갔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흘러넘쳐나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데 견주면 아무것도 아니기는 합니다. 전염병 터지면 곳곳서 짐승 떼죽음 소는 조금 다릅니다만, 돼지나 닭이나 오리 따위는 한꺼번에 죽임을 당합니다. 광우병에 걸린(또는 걸렸다고 볼 수 있는) 소는 고기 값이 비싸서 그런지 사람들이 억지로 아닌 것처럼 해서 어떻게든 내다 팔 궁리를 하지, 모조리 죽여 버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조류독감에 걸린 닭이나 오리가 있다고 하면, 둘레 일정 범위에 들어 있는 닭과 오리는 죄다 죽음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돼지 또한, 구제역(口蹄疫)이나 돼지콜레라가 생겼다는 말만 나와도 비슷하게 죽임을 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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