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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살 길은 문학 밖에 있다

1.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문학 문학이 위기입니다. 음악·미술이나 연극 같은 장르는 발전을 거듭하지만 문학은 제자리 걸음이거나 아예 뒷걸음질을 일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문학이 아니라 문인이 위기입니다. 대부분 문인들이 지금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다 보니 옛날부터 해오던 관행에 젖어 벗어날 줄을 모릅니다. 지난해 10월 마산문인협회가 발간한 이 바로 그 보기입니다. 제1권 운문편 518쪽, 제2권 산문편 510쪽, 제3권 출향·연고·작고 문인편 646쪽에 이르는 이 선집은 안팎에서 혹평을 받았습니다. 물론 주체인 마산문협은 10월 31일 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성대하게 열었답니다. 아주 우스꽝스럽지요. 강호인 당시 회장은 "문학이 첫 자리에 ..

여성 시인의 연애는 무슨 색깔일까

사랑이 대세입니다. 아니 여태껏 사랑이 대세가 아닌 적은 없었으니까 그건 전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고요, 이제 사랑 표현조차도 공공연한 게 대세인 모양입니다. 시인은 "겨울이 오려나 봅니다. 그러나 저의 는 늘 봄입니다"라 적어 시집을 보냈습니다. 시인이 여성인 때문인 모양인데, 직설·직시보다는 은유·비유가 많은 것 같기는 하지만 '에로틱'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김경의 두 번째 시집 의 표제작입니다. "나는 슬픈 꽃의 살갗을 가진 탕아 편식주의자인 사내의 불길한 애인 애초 그대와 내가 바닥 없는 미궁이었을 때 얼마나 많은 바다가 우리의 밤을 핥고 갔는가 내 몸 어디에 앉을지 몰라 쩔쩔매고 있는 미타산 저물 무렵처럼 나와 어떻게 이별할지 끙끙대는 어린 연애, 유리창처럼 닦아주고 싶은 저, 나이 어린 연애의..

코고는 아내에게서 안심과 걱정이 교차

김유철 시·사진·에세이 모음 아내가 코를 곤다 드르렁 드르렁 편안한가 보다 피곤한 지도 몰라 아내 콧소리 들으며 안심과 걱정이 교차한다 콧소리 높다가 이내 가라앉는다 새근새근 조용히 우린 20년을 살아온 부부다 ('아내 콧소리' 전문) 이것만으로도 족합니다. 부부의 일상이 보입니다. 둘 사이 관계는 아마 더 없이 편안할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 풍성한 울림을 끼치는 보람이 앞에 있습니다. 사진과 글입니다. 音·음 소리 / 음악 가락 / 글 읽는 소리 "새벽녘에 눈을 떴다. 어디선가 글 읽는 소리가 들렸다. 엊저녁 덮지 못한 책에서 들리는 소린지도 모른다. 전등 켜고 자리에 앉았다. 아내가 곁에 자고 있다. 책 읽는 소리는 그 곳이 아니라 아내에게서 시작되고 있었다. 고마웠다." 책에서 나는 소리, 자..

8년 전 이명박 정부 출범을 예견한 시(詩)

8년 전 나온 시집에서, 이명박 정부의 출현을 예견한 듯한 시(詩)가 눈에 띄었습니다. 양산에 사는 최종진 시인이 펴낸 (초판)입니다. 83쪽에 '한반도(2)-만불시대'라는 제목을 달고 실려 있는데요, 생태를 감싸 안고 분단을 밀쳐 내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네요. 고도성장을 축하하는 물고기 떼죽음의 수중무용제 소비를 부추기는 유혹의 눈빛이 매연으로 찌든 도시를 밝히고 세기말의 흐릿한 이정표는 손 들어 표할 힘을 잃었다 땀 흘려 피워올린 횃불은 한반도 구석구석 골고루 비추는가 휴전선이 야금야금 복지를 갉아 먹는 분단의 곳간은 쥐들의 세상 서로의 반쪽을 인정하지 않는 깨어진 독에 종일 비가 내린다 지금 눈으로 보면 '세기말의 흐릿한 이정표' 같은 표현은 이미 상투(常套)가 됐습니다. 그래서 산뜻하고 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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