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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벌 31

인간은 생태시 영역에 들 수 없는 존재인가

오늘도 당산마루에 순점이 젖가슴 같은 보름달이 솟아오르는구나 영농후계자 꿈꾸며 농고를 졸업하던 그해 비닐하우스 한우 사육 열 마지기 농사로 다복하게 살아보자던 순점이 맹세는 보리밭 토주 냄새에 취해 비틀거리고 사람들 마음이 썰렁한 왕산리 밤이 더 없이 적막하구나 세범이도 병달이도 도회로 떠나고 깨꽃같이 젊은 날들을 군대에 보내고 돌아오던 날 반기는 것이라곤 마산으로 간 순점이 소식뿐 수소문을 한들 찾으랴만 찾는다고 한들 농부 아내가 되어주랴만 그날처럼 오늘 밤에도 싱싱한 살냄새와 함께 당산마루 가득 보름달이 떠오르는구나 이제는 고향산천 부모형제 모두 버리고 마산으로 도망하고 싶은 의령댁 큰아들 60년생 달수. ---'달수' 전문(성기각 시집 , 열음사, 1989년) 5월 5일 창녕문인협회가 소벌(우포늪)..

소벌 버들에 스며든 연둣빛 봄날

19일 멀리 캐나다에서 온 대학 시절 친구 성우제랑 서울서 책 읽기=도서관 운동을 하고 있는 안찬수랑 창녕 소벌(우포)을 다녀왔습니다. 친구들이 아주 좋아해서 저도 덩달아 즐거웠습니다. 보람이 있었지요. 소벌에는, 봄이 머금어져 있었습니다. 버들이 마치 아주 잘 생긴 여자의 매우 보드라운 젖가슴 같았습니다. 제가 보면서 '정말 한 번 만져보고 싶지 않냐?' 물었더니 우제는 '그게 아니고 야, 빨아 보고 싶다' 이랬습니다. 우제는 저보다 자유로운 놈이었습니다. 우제는 저보다 센 놈이었습니다. 멀리 그리고 가까이에서, 산들이 보내주는 테두리와 어스럼을 눈여겨 보시면 새롭게 감흥이 일어날 것입니다. 우제가 그랬습니다. "산들이 저렇게 겹겹이 포개져 있어서 여기 풍경이 한결 더 아름답다." 가까이 버들이 머금은..

가본 곳 2010.03.21

소벌, 우포늪, 아침, 안개

소벌을 찾았습니다. 우포(牛浦)로 널리 알려진, 그러나 원래는 소벌이라 일컬었던 이곳을 2월 21일 아침에 갔더랬습니다. 소벌은 이처럼 아침 또는 새벽에 찾거나 아니면 캄캄한 밤중에 찾아가면 아주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 주십니다. 한낮에 가서 보는 소벌은 뻣뻣한 소나무 같다면, 아침에 그것도 새벽에 찾아가 마주하는 소벌은 가지 휘영청 늘어진 수양버들 같습니다. 게다가 한낮에는 아무리 멀리서 봐도 바로 눈 앞에서 소나무 껍질을 관찰하는 느낌이 들고요, 새벽 안개 속 소벌은 아무리 가까이서 봐도 아득하게 멀리 떨어져서 그리운 듯 바라보는 그런 느낌이 옵니다. 한밤중 그것도 그믐날 그 때 찾아가면, 그 아득한 캄캄함과 그 촘촘한 조용함에 온 몸을 통째로 담글 수 있습니다. 엄청난 소벌 한 귀퉁이에서 느껴지는 ..

가본 곳 2010.03.05

창녕 소벌에서 미리 보는 낙동강의 아픔

다들 우포로 알고 있는 창녕 소벌이 늪이 아니라 호수로 바뀌었다는 얘기를 듣고 확인하러 나선 21일 아침,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었습니다. 7시 즈음 자동차를 몰고 가는데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습니다. 알려진 대로, 소벌은 넷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물이 얕은 소벌(우포)와 물이 깊은 나무갯벌(목포)과 육지화가 꽤나 진행된 모래벌(사지포)과 이 같은 세 가지 특징을 모두 갖춘 조그만 쪽지벌. 철새들에게는 이렇습니다. 쪽지벌은 한적하기 때문에 쉽터가 됩니다. 물이 깊은 나무갯벌에서는 헤엄 잘 치는 오리 같이 몸통이 작은 새가 먹이를 얻습니다. 그리고 물이 얕은 소벌에서는 헤엄을 못 치거나 상대적으로 잘 치지 못하는 왜가리 같은 몸통이 큰 새가 먹이 활동을 주로 한답니다. 소벌은 토평천을 통해 낙..

주몽과 혁거세와 온조의 공통점

◇신라 시조 박혁거세는 제철왕이다 "'박'은 성이다. 에는 '박혁거세는 알에서 태어났는데, 알 모양이 박을 닮았다 해서 박이라는 성을 붙였다'고 나온다. 그러나 사실 '박'은 밝다는 뜻의 '밝'을 한자로 표기한 순수 우리말 성씨다. 고대 사람들은 사철(沙鐵)과 사금(沙金)을 '알'이라고 불렀다. 사철이나 사금은 주로 강모래에서 건졌는데, 작은 알갱이처럼 생겼다 하여 '알'이라 부른 것이다.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무쇠 분야 출신임을 암시한다. '혁거세'는 이 사실을 더욱 분명히 해준다. '거세'는 관직명으로 '무쇠 거르기'를 뜻한다. '거'는 거른다는 옛말이고 '세'는 무쇠의 옛 소리다. 무쇠는 시대와 고장에 따라 사, 세, 서, 소, 수, 쉬, 수에 등 여러 가지로 불렸다. 박혁거세의 왕호는..

게으른 학자들이 수도권에 몰리는 까닭

1. 지천에 깔린 자라풀이 '희귀식물'이라니 자라풀이라고 있습니다. 잎이 자라 모양으로 생겼고 꽃은 대체로 하얗게 피는, 물 위에서 사는 풀입니다. 환경부는 이 자라풀을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라 1993년 특정야생식물로 분류했습니다. 1998년 법률을 고치면서('특정'을 '멸종위기'와 '보호'로 구분) 모니터링 등을 하는 대상에서 뺐습니다. 대신 산림청이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에 따라 2006년 희귀식물 217가지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러나 이 자라풀이, 중부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지 모르지만 제가 사는 남부 지역에서는 흔하디 흔한 물풀입니다. 물론 특정야생식물이나 희귀식물로 지정한다 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지정하는 본래 취지에는 전혀 걸맞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조사가 무엇보다 관건인데,..

습지도 알고 보면 오르가즘이 있다

'우포늪'으로 시 한 수 읊어봤거나 글 한 줄 써본 사람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있다. 환경운동을 위해서라면 말글쯤은 아무렇게나 써도 좋다는 사람도 반드시 읽어야 한다. 내 친구 김훤주가 쓴 (산지니 간)이라는 책이다. '인문과 역사로 습지를 들여다보다'는 부제와 같이 이 책은 단순한 습지 소개서가 아니다. 습지와 함께 끊임없이 교감하며 살아온 사람이 있고, 그들의 역사와 문화가 있다. 나는 환경주의자라거나, 생태주의자는 아니다. 굳이 무슨 무슨 '주의'를 따지자면 인간주의에 가까울 것 같다. 그래서 환경을 무조건 '보호'의 대상으로만 본다든지, 사람이 좀 편리하도록 이용이라도 하면 큰 일 날듯이 하는 모습들이 가끔 못마땅하다. 이 책은 습지를 다루긴 했지만 자연 상태 그대로의 습지만을 고집하진 않는다..

쪽배냐 거룻배냐는 사소한 문제다?

1. 쪽배와 거룻배가 다르다는데 블로거 거다란(http://www.geodaran.com)이 ‘거룻배와 쪽배도 구별 못하는 창녕군청’(http://www.geodaran.com/873)이라는 글을 썼습니다. 우포늪 생태공원 사이버 체험관에 ‘소벌(우포늪)에 쪽배가 다닌다.’고 돼 있는데 이는 거룻배의 잘못이라는 얘기입니다. “제가 알기로 소벌엔 쪽배가 없습니다. 소벌을 다니는 배는 거룻배입니다. 쪽배와 거룻배는 전혀 다른 배입니다. 쪽배는 통나무를 파서 만든 배이고 거룻배는 널판지를 이어서 만든 습지에서 주로 사용하는 배입니다. 소벌에서 사용되는 배는 분명 거룻배입니다.” 그러면서 저를 끌어들여 “이란 책을 보면 알지만 저자인 김훤주 기자는 이렇게 습지와 관련된 것들의 이름을 잘못붙이는 것에 몸서리를 칩..

소벌에서 본 소달구지와 가시연

30일 경남블로거 컨퍼런스를 마치고 참석한 블로거님들과 함께 창녕 소벌(우포늪)에 다녀왔습니다. 마침 그날은 소벌에서 열리는 반딧불 축제의 첫날이라 평소보다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또 요 며칠 선선했던 데 비해 그날은 유난히 덥기도 했습니다. 저는 경남에 살면서도 사실 소벌은 처음 가봤습니다. 30일은 컨퍼런스를 마치고 급히 둘러보고 오느라 자세히 소벌을 보진 못했습니다. 다음에 한 번쯤 여유를 갖고 둘러볼 것을 기약하면서 아쉬운 발걸음을 뗐습니다. (곧 일본 출장을 떠납니다. 이 글은 '예약'으로 설정해두고 갑니다.)

가본 곳 2008.09.01

소벌(우포)에서 습지를 보지 않은 까닭

8월 30일 ‘블로거 지역 공동체 어떻게 실현할까?’ 토론회를 마치고 창녕 소벌을 찾았습니다. 토론회는 마산 3.15아트센터 1층 국제회의장에서 있었습니다. 1. ‘소벌’ 이름을 되살려야 한다 소벌…… 지금은 대부분 사람들이 ‘우포(牛浦)’라 이릅니다. 람사르습지에도 ‘우포’로 이름이 올라가 있습니다. 뜯어 고쳐야 하지요. 환경단체들이 토종말을 돌보지 못해 생긴 일입니다. 소벌 옆 이른바 대대제방 넘어 있는 한터라는 마을 이름도 소벌과 같은 신세가 됐습니다. 여기는 제 고향이기도 합니다. 대대(大垈)는 한터를 일컫는 중국글입니다. 어쨌거나, 소벌은 여전히 멋졌습니다. 무슨 반딧불이 축제 따위 개막식 탓에 무척 벅적거리기는 했습니다만. 창녕군수랑 만나 악수도 했습니다. 저는 그이 이름을 모릅니다. 그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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