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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6

소나무가 나서 자라고 바위가 모레 되는 세월

이런저런 연유로 산길을 걷다 보면 소나무가 나서 자라고 바위가 허물어져 모레나 흙이 되고 또 상처를 입고 다스리는 따위 흔적들을 보게 된다. 알려진 대로 소나무는 아주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소나무는 씨앗이 가볍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도 남 먼저 들어가 살 수 있다. 산꼭대기 칼바위에 도토리 같은 참나무 열매가 싹을 틔울 수는 없다. 하지만 하늘하늘 가늘가늘 솔씨앗은 비만 몇 방울 떨어져 주어도 싹은 충분히 틔울 수 있다. 바위에 싹을 틔운 소나무는 시나브로 뿌리를 아래로 내린다. 바위 재질이 사암이면 더 좋다. 결정이 굵으면서도 단단하지는 않아 잘 부서지고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소나무가 싹을 틔우고 자라는 과정은 곧바로 바위가 갈라지고 모레로 돌아가는 과정이 된다. 아무리 사암이라도 보드라운 ..

거창에서 찾아낸 걸을만한 시골길

지난 석 달 동안 거창을 참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보기 좋고 걷기 좋은 길을 찾기 위해서였지요. 거창에는 수승대 일대와 월성계곡을 비롯해 아름다운 명승지가 꽤 많습니다. 금원산과 기백산 등 빼어난 산도 마찬가지 많습니다. 그러나 길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월성계곡을 보기로 들 수 있겠는데, 골짜기는 매우 그럴 듯하지만 길은 아니었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골짜기 풍경을 보기 어려웠고 그 길 또한 밋밋한 편이었습니다. 골짜기와 도로를 둘러싼 산들 또한 소나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다채로움이 덜한 편이었습니다. 여러 차례 둘러본 끝에 주상면 연교리 임실마을 성황단에서 도평리 봉황대까지 3km 남짓을 골라잡았습니다. 농로로 쓰이는 콘크리트길과 둑길·아스팔트길이 어우러져 시골 맛이 살아 있었고, 들판을 질러다니는..

가본 곳 2011.10.30

소나무는 독야청청 아닌 생긴대로 사는 나무

소나무는 독야청청하다 사람들은 소나무를 두고 '독야청청(獨也靑靑)'하다고들 합니다. 다른 것들은 모두 잎을 지워도 소나무만큼은 저 홀로 푸르다는 것입니다. 남들이 모두 절개를 꺾는 가운데서도 홀로 절개를 굳세게 지킴을 이르는 데에 더 많이 쓰입니다. 사람들이 소나무를 좋게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소나무처럼 살고 싶어하는 마음도 여기에는 조금 들어 있을 것입니다. 소나무는 홀로 있습니다. 아울러 특히 추운 겨울에 보면 매우 불쌍하지는 않고 적당히 가난해 보입니다. 사람들은 소나무가 별 욕심도 없이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휘둘리지 않으면서 저 혼자 푸르게 산다고 여깁니다. 세월 풍파를 겪어서, 이리저리 휘이고 꺾이고는 했을지언정 말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나무를 더욱 높게 치는 것 같습니다. 소나무..

몰운대 상록수엔 누런 잎이 달려 있다

제가 원래 좀 엉뚱하기는 합니다만, 부산 다대포 몰운대에 가서 이런 장면을 눈에 담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바닷가에 가서 바다를 보기보다는 나무에 더 눈길이 끌렸거든요. 키 큰 소나무랑 키 작은 상록수(제가 이름은 잘 모르겠습니다)가 뒤섞여 있었는데, 멀리서 보니 상록수에도 누런 잎사귀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거 참 이상한 일이군 생각을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소나무와 상록수의 합동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소나무에서 진 누런 잎사귀들이 키 작은 상록수 가지에 걸려 있었던 것입니다. 무슨 특별한 뜻이 담긴 모습은 아니지만 색달라 보였습니다. 그래서 한 번 올려 봅니다. 하하. 김훤주

비실비실 소나무에 솔방울 많은 까닭은

아침 일찍 산에 갔습니다. 날씨가 흐렸습니다. 이른 시간대다 보니 사람도 거의 없었습니다. 산길은 호젓하기만 했습니다. 으스스한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꼬이는 산길을 따라 걷다가 등성이를 하나 넘으니 내리막길이 나왔습니다. 이제야 고개 들고 나무들을 편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가다 보니 군데군데 솔방울 잔뜩 달고 있는 소나무들이 있었습니다. 대체로 웅장하지 못하고 이파리가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아픈 모양입니다. 옛날 같으면 ‘뭐 저렇게 비실거리면서도 열매는 참 많이 매달고 있네, 이상도 하지. 나무한테도 무슨 욕심이 있나?’ 이랬겠습니다만 지금은 그러지 않습니다. 2002년과 2003년 우리 ‘경남도민일보’에 ‘최송현의 숲과 나무’를 연재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부산대학교와 통합..

입학식서 민사고·특목고 강조하는 학교?

1.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어른들에게 새로 사귄 친구 이야기를 하면, 어른들은 제일 중요한 것은 도무지 묻지 않는다. 어른들은 '친구 목소리가 어떠냐!' '무슨 놀이를 제일 좋아하느냐?' '나비를 수집하느냐?' 이렇게 말하는 일은 절대로 없다. '나이가 몇이냐?' '형제가 몇이냐?' '아버지는 돈을 얼마나 버느냐?'가 바로 어른들이 묻는 말이다. 많은 이들이 좋아하고 저도 좋아하는 에 나오는 말입니다. 를 쓴 쌩떽쥐뻬리가 살았던 프랑스에서는 이쯤에서 어른들 물음이 끝났나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어른들은 친구 아버지 한 달 소득을 알고 나면 곧바로 "학교 성적은 몇 등이나 하냐?" 이렇게 물을 것입니다. 2. 며칠 전 우리 딸이 다니는 중학교에서 입학식을 했나 봅니다. 우리 딸 현지와 어제 밤 이런저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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