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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홍 6

서정홍의 가난은 모두를 넉넉하게 하는 것

경남도민일보에서 펴내는 월간지 에서 저는 ‘향기가 있는 삶’이라는 꼭지를 맡게 됐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소박하고 욕심 없이,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를 바 없으면서도 세상에 작으나마 보탬이 되도록 살아가는 인물을 찾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2012년 3월호에서는 서정홍 농부시인을 담았습니다. 농부시인 서정홍. 시집 ··와 동시집 ··, 산문집 ··을 펴냈습니다. 1980년대 창원공단에서 노동운동을 하다가 90년대 접어들어 우리밀살리기운동 경남본부에서 농민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1998년 농촌에 들어가 농부가 됐으나 2001년 아직 도시에서 할 일이 남아 '귀도'했다가 다시 합천에 들어가 농사지으며 산지가 올해로 8년째랍니다. 농부시인 서정홍은 자기가 보도되는 일을 저어했습니다. 자기 같은 사람이 자꾸 ..

농부 서정홍의 삶이 돋보이는 까닭

1. 그저 '나는 나'라는 사람 "저는 저를 알아달라고 농사짓거나 시를 쓰는 게 아닙니다. 누가 알아준다고 내 삶이 넉넉해지는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내 삶이 초라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나는 나'입니다."(50쪽) 만약 서정홍이 명함에 '농부 서정홍'이라 하지 않고 '시인 서정홍'이라고 적어 다니며 여기 이 책 을 펴내고 이런 말을 담아 넣었다면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을 것입니다. "농부는 …… 땀 흘려 일을 하지만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늘 고마워할 줄 알고,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민들레처럼 봄을 노래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나눌 줄 아는 사람이다."(60쪽) 만약 서정홍이 농사를 짓지 않는다면, 또 농사를 지어도 ..

흉터와 상처 없이 '행복론'을 쓸 수 있을까

1. 서정홍에게도 삶은 고달픈 것이라는 깨달음 경남의 창원과 마산에서 노동운동을 하면서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서정홍 선배를 만나 알게 됐고 스무 해 가까운 세월 동안 참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시를 쓴다거나 책을 낸다거나 아니면 운동을 한다거나 하는 일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다른 데서 받은 도움과 영향이 더 많았습니다. 제게 서정홍 선배는 언제나 '시원한 물줄기'였습니다. 저는 그 물로 목마름을 가시게도 했고 깨끗함을 더하게도 했습니다. 괴롭고 어려울 때 서정홍 선배를 만나 얘기를 주고받으면 괴로움과 어려움이 덜해지고, 즐겁고 기쁠 때 만나 얘기를 나누면 즐거움과 기쁨이 곱이 됐습니다. 선배는 제가 하고 싶은 모든 얘기를 다 들어줬고, 선배도 무슨 얘기든 그것이 선배 속에 ..

다니러 온 며느리 일 안시키는 서글픈 사연

서정홍 선배는 합천 가회 나무실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이런저런 시와 글을 쓰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이는 한 해 농사 수입이 600만원밖에 안 된다는데도 늘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선배를 울적하고 슬프게 만드는 일이 있습니다. 원래는 서른 집이 넘었으나 이제는 열 집 남짓밖에 없는 나무실마을에서, 어르신을 만나 이런 얘기를 들을 때라고 했습니다. 첫 번째 얘기입니다. "청산가리를 몸에 지니고 다닌다." 청산가리는 맹독성 극약입니다. 이런 극약을 어르신이 갖고 다닌답니다. 오히려 어디 꿩이나 멧돼지·고라니·노루 같은 산짐승을 잡는 데 쓴다면 좋겠는데, 그게 아닌 것이었습니다. "내가 먹고 죽을라고……. 내 몸 움직여 돌아다니지 못하고 내 먹을 끼니 끓이지 못할 정도가 되면 탁 털어넣을라고." "..

노는 듯이 일한다는 농부시인 서정홍

"많은 동물들이 모여 살던 산에 불이 났습니다. 불길은 맹렬한 바람을 불러 숲을 태웠고 모든 동물들은 무서운 불길을 피해 이리저리로 달아났습니다. 그런데 작은 새 한 마리가 10리 밖 먼 곳에 있는 저수지에서 물을 입에 물고 와 불을 끄고 있었습니다. 물론, 불길은 점점 더 커졌지요. 그러나 그 작은 새는 그래도 밤새 물을 입에 물어다 불타고 있는 산에 뿌렸습니다. 이 모습을 본 달아나던 다른 동물들이 작은 새에게 왜 혼자 끄지도 못할 불을 끄겠다고 고생을 하고 있느냐고 묻자 작은 새가 울면서 대답했습니다. 저 불길 속에 타고 있는 나무와 꽃과 작은 벌레들은 이제까지 나의 가장 친한 벗이었다고, 지금 친구들이 불에 타고 있다고." 지율 스님이 쓴 책 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양산 내원사에서 천성산 산지기를..

해마다 시집 내고 다달이 공부하는 노동자 동인

1. 객토. 동인들 바뀜은 있지만 19년 동안 이어온 모임입니다. 저는 아니지만, 마산 창원 일대에 터잡고 사는 노동자들의 시 쓰는 모임입니다. 12월 6일 이들이 마산역 한 횟집에 모여 동인 시집 제6집 출판기념회를 했습니다. 스무 사람 남짓이 모인 자리였지요. 저는, 오랫동안 이들과 만나지 못했던지라 이 날 자리가 출판기념회인줄도 모르고 끄덕끄덕 찾아갔습니다. 갔더니 6집 가 한 쪽에 쌓여 있었고, 표성배 이상호 정은호 이규석 문영규 배재운 박만자 같은 동인들이 있었습니다. 서정홍 선배는 뒤에 붙인 글 ‘스스로 희망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에서 객토를 이리 말했습니다. “1990년부터 지금까지 첫 마음 변하지 않고 ‘공부 모임’을 한 달에 두 번씩이나 하고, 200년부터 2008년까지 모두 여덟 권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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