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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15

누룩향 살아있는 막걸리 맛보려면 함안 진이식당

어린 시절, 아마 초등학생 때였을 게다. 아버지가 가끔 막걸리를 받아오라는 심부름을 시키곤 했다. 그랬다. '사오라' 하지 않고 '받아오라' 했다.그러면 정지(부엌)에서 노란 주전자를 챙겨 큰길 가에 있는 술집에 가서 막걸리를 받아왔다. 집까지 거리는 약 500미터. 경사진 길을 내려 오면서 우리 집이 보이는 방향으로 꺽이기 직전 주전자 주둥이에 입을 대고 막걸리 맛을 본 기억이 있다. 한 모금 마시고, 또 한 모금.시큰하면서도 쿰쿰한 누룩 냄새가 나는 그 오묘한 맛이 아직도 코끝에 감도는 듯 하다. 어머니가 직접 막걸리를 담가뒀다가 걸러 주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 맛도 술집에서 받아온 그 막걸리와 비슷했던 기억이 난다.대학 시절, 우린 가난한 학생이었다. 술이라고 해봤자 학교 앞 할머니가 운영하는 분식..

맛집 기행 2016.08.11

10% 국산 쌀은 표기, 90% 수입 밀은 빼고

2월 22일 김해에 갔습니다. 30분만에 볼 일을 후딱 보고 점심을 먹으러 한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비빔밥을 전문으로 하는 데였는데 나쁘지 않았습니다. 밥을 먹으며 곁눈질로 옆 자리를 보니까 할배 둘이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언뜻 보이는 상표는 김해에 있는 술도가에서 만든 막걸리임을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어떤 지역에 가면 소주가 됐든 막걸리가 됐든 아니면 다른 무엇이 됐든 그 지역에서 나는 술을 맛보는 취미랄까 버릇이 있습니다. 22일 김해에서도 그렇게 해서 막걸리를 주문해 마신 것입니다. 갖고 온 막걸리를 보니까 “알칼리수와 국내산 쌀로 빚은”이라 적혀 있었습니다. 원료가 국산이라면 맛이 나쁘지 않겠군, 이렇게 생각하고는 병마개를 가볍게 돌렸습니다. 잔에 따르는데 마시기도 전에 벌써 사이다..

동네 아저씨 성추행 고소했다 왜 번복했을까

[구겨진 제복]의 서형 작가가 새로운 연재를 시작한다.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추적기다. 이 연재는 약간의 시차를 두고 오마이뉴스에도 함께 실린다.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나흘간의 기억]제3화, 소통없는 공모 변호인은 부녀의 범행 공모과정에도 의문을 표했다. 대체 어떤 점에서 그럴까? 아버지 백경환(가명)씨는 창고 선반에서 청산가리 봉지를 꺼내 막걸리 봉지 옆에 가져다 놓고, 딸 백희정(가명)씨에게 "창고에 막걸리를 가져다 놓았다"고 했다. 백경환씨는 이 말이 "월요일(7월 6일) 새벽에 (청산가리를 막걸리에 타서) 화단 앞에 갖다 놓으라"는 의미였다고 했다. 아버지 말에 백희정씨는 창고에 와서 그냥 막걸리와 봉지를 바라만 봤다고 진술했다. "이게 청산가리인지 어떻게 알았어?"란 수사관 질문..

여기 이 '집막걸리'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경남도민일보가 사회적 기업으로 만든 '갱상도문화공동체해딴에'가 올 8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경남이야기탐방대도 이제 마무리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고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주관하는 이번 탐방대 활동은 11월 안에 마치도록 예정돼 있는데요 11월 2일 토요일 중간고사를 마친 청소년탐방대의 의령 의병장 곽재우 유적 둘러보기가 마지막이었답니다. 경남이야기탐방대를 이루는 셋 가운데 하나인 블로거탐방대와 예술인탐방대는 14일과 20일 세 번째 탐방길을 제각각 남해로 잡았습니다. 남해 두 군데 집막걸리를 누리는 걸음이었지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막걸리만큼 품고 있는 이야기가 풍성한 대상도 드물 텐데, 시어머니 손에서 며느리 손으로 또 어머니 손에서 딸 손으로 전해오는 막걸리를 맛보고 그에 걸맞은 이야깃거..

가본 곳 2014.12.01

남해 남면집에서 옛날 농주를 맛보다

깔끔한 술상입니다. 파전과 우무 무침, 고구마 줄기 무침 그리고 농주 한 사발입니다. 남해 읍내 장터 가까운 데에 이렇게 술을 파는 집이 있었습니다. 7월 31일 남해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치러진, ‘경남 문화관광해설사 신규 양성 교육 과정’에 한 말씀 드리려고 갔다가 운좋게 눈에 띈 집이랍니다. 아침 9시부터 정오까지 세 시간 동안 내리 떠들었더니 머리도 어질어질하고 목도 까끌까끌하면서 ‘타는 목마름’이 올라왔더랬습니다. 그런 터에 이렇게 허름하면서도 옛날 맛이 나는 술집을 만났으니 운이 좋다고 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안주들도 심심하고 톡 쏘지 않아 좋았습니다. 특히 파전은 볼품은 저렇게 그다지 있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기름기가 많지 않아 좋았는데요. 무엇보다 걸작은 바로 ‘옛날 농주’였습니다. 집주인인 ..

맛집 기행 2013.08.21

막걸리 많이 마시면 무엇이 가장 늘어날까?

우리나라 대표 전통주 막걸리가 잘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정통주 막걸리를 우리가 많이 마시면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가장 많이 늘어날까요? 그게 우리한테 좋은 것일까요? 아니면 좋지 않은 것일까요? 1. 갈수록 늘어나는 막걸리 소비 앞서서 막걸리 소비 추세를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2011년 7월 국세청이 발표한 '2010년 주류 출고 동향'을 따르면 막걸리 출고량은 41만 2269㎘였습니다. 전체 출고량 343만 4000㎘의 12%에 해당되는데 1994년 10.3%를 보인 뒤로 처음 기록한 두 자릿수랍니다. 한 해 전인 2009년보다는 58.1% 늘어났다고 합니다. 막걸리 수출은 이보다 더욱 많아졌습니다. 2010년은 1만 9407㎘에 1558만 5000달러어치였습니다. 2009년의 6978㎘ 826만 ..

창동 실비집 만초에 있는 것과 없는 것

'마산 오동동의 보석 같은 실비집 만초' (http://2kim.idomin.com/2061)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것이 '창동 오동동 이야기' (http://www.masanstory.com)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몇몇 분들이 이 글을 보고 만초집을 몸소 찾아가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11월 11일 여기를 다시 찾았습니다. 무슨 얘기를 할 일이 었어서 저를 포함해 세 사람이 밤 9시 늦은 시각에 들렀습니다. 사람들이 한 바탕 다녀갔는지는 모르겠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손님이 딱 한 분밖에 없없습니다.(앞엣글에서는 만초집이 있는 데를 오동동이라 했는데 알고 봤더니 거기가 창동이더군요.) 안주로는 김치와 마른 멸치와 우엉무침과 생두부와 밀감과 과자 부스러기와 파전이 나왔습니다. 아, 고..

강원도에서 막걸리에 세 번 놀란 사연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추석 연휴가 끝난 바로 뒤에 휴가를 내어 강원도를 다녀왔습니다. 한편으로는 놀러가는 길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 축제와 관광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길이었습니다. 먼저 메밀꽃 축제(이효석 문학제)가 열리고 있던 평창군 봉평면을 들렀다가 강릉에가서 하룻밤을 묵은 다음 경포대와 경포해변 그리고 가까운 동해안 정동진을 둘러봤습니다. 그렇게 해서 영월에 가서 어라연 가까운 데서 다시 하룻밤 묵고 나서 아침에 어라연에 갔다가 헛걸음을 하고(자동차로는 들어갈 수 없도록 바뀌었더군요) 청령포를 구경하고 나와 영월시장에 갔다가 대관령을 거쳐 돌아왔습니다. 강원도에 머무는 동안 세 가지 막걸리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평창 봉평 축제 행사장 밥집, 두 번째는 강릉 초당..

막걸리의 고급화, 이렇게도 가능하다

얼마 전 편집국에서 막걸리 파티(☞신성한(?) 편집국에서 막걸리 파티를 열다)를 하던 중 지난 3월 19일 서울 나들이를 갔을 때 들렀던 홍대 앞 막걸리 바 '월향'이 생각났습니다. 그 때 담아온 사진도 있었는데, 당시 포스팅하려다 미뤄뒀던 것도 떠올랐습니다. 다시 사진을 찾아보니 아직 남아 있더군요. 또 미루면 영원히 사장되어버릴 것 같아 사진을 끄집어 냈습니다. 오늘 포스팅의 주제는 '막걸리의 고급화'입니다. 제가 아는 형이 한 분 있는데, 박영주라는 우리지역의 재야사학자입니다. 그 분은 요즘 우리사회의 막걸리 열풍에 대해 '경제적 자신감에서 비롯된 우리 술의 재평가'라고 진단하더군요.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경제적 열등감에 젖어있을 땐 웬지 없어보인다는 피해의식 때문에 막걸리를 마시지 않던 사람들이 ..

맛집 기행 2010.12.14

신성한(?) 편집국에서 막걸리 파티를 벌이다

며칠 전이었다. 사내 기자 교육 프로그램 중 강수걸 산지니출판사 대표의 강의가 막 끝나고 식당으로 이동하는 중 문자가 한통 날아들었다. "선배님 추운데 고생하시는 동료분들과 한 잔 하시라고 막걸리 좀 보냈습니다. 조금 후에 도착할 거예요.~^^_○○○" 실명은 굳이 밝히지 않는다. 그래도 아는 사람은 알만한 언론계 후배의 문자였다. 순간 좀 난감했다. 우리의 취재권역 밖에 사는 사람이 보낸 거라 이른바 뇌물성 선물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관례대로라면 이 또한 아름다운가게나 사회복지시설에 기탁할 대상이 된다. 통상 일반적인 식품류가 아닌 양주나 와인 등 술 종류는 아름다운가게에 기증해왔다. 그러나 이건 양주도 아니고 와인도 아닌 것이, 유통기한이 짧은 막걸리다. 잠시 빠르게 머리를 굴린 결과, 그냥 보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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