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계절 중에서 초겨울을 좋아했습니다. 찬바람이 스산하게 느껴질 때쯤 묘한 향수가 되살아나는 그 느낌을 좋아했었죠. 그런데, 좋아하는 계절도 세월이 가면 바뀌나 봅니다. 요즘은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 좋습니다. 특히 겨우내 화분에서 죽은 것처럼 말라있던 나뭇가지나, 흙 속에서 파란 싹이 올라올 때의 반가움은 마치 저를 소년 시절로 되돌려주는 것 같습니다. 올 봄에도 그랬습니다. 아파트 베란다에 놓여 있던 화분에서 연두빛 새싹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이젠 꽃망울을 하나씩 맺고 있습니다. 바로 아래 나무는 2년 전 마산 팔용산에서 살짝 뽑아다 심은 이름도 모르는 거였는데, 겨우내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다가 봄이 되자 이렇게 파란 잎과 가지가 불쑥불쑥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꽃망울까지 맺었습니다.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