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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는 거대독점자본을 위한 빨대다

아름답게 포장된 길의 이미지 우리에게 길은, 철학이나 미학이라는 관점에서 포장돼 있기가 십상입니다. '도반(道伴)'이라는 표현에서도 그런 느낌이 물씬 묻어납니다. 도반은, 같은 길을 가는 짝이나 함께 도(道)를 닦는 벗이라고 해석되곤 합니다. 여기서 '길'은 사람의 일생 그 자체를 뜻하기도 하고요, '도'는 어떤 깨달음이나 깨우침으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우리 눈 앞에 펼쳐지는 바로 저 길은 구체성을 잃고 사라져 버리고, 아주 높은 차원에서 추상화된 길만 우리 머릿속에 자리잡게 됩니다. 이렇게 머릿속에 자리잡은 추상화된 길은 가만히 있지 않고 곧바로 작동을 시작합니다. 머릿속에서 추상화된 길이 구체적인 모습을 띠고 있는 현실 속 길에 거꾸로 투영이 됩니다. 여기에서 길은 그..

신문 창간 11주년에 독자들께 올린 편지

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2010년 5월 11일이 저희 창간 11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물론 당시 대표이사 사장도 공석이고 해서 별다른 행사는 하지 않았지만 기념호 발행은 했더랬습니다. 보는 이에 따라 억지스러운 구석이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작대기 두 개가 나란히 있는 11주년의 '11'에 힌트를 얻었습니다. '11'과 닮은 길을 기획 주제로 삼아 창간 기획 내용을 꾸리고 기념호 1면은 사진 한 장으로 크게 나갔습니다. 그러면서 1면에 창간 취지와 앞으로 포부를 밝히는 글을 싣기로 했는데, 어찌어찌하다 제가 그 글을 쓰는 보람을 누리게 됐습니다. 물론 제가 봐도 아주 빼어나지 않은 범문(凡文)밖에 안 됩니다만, 그럭저럭 진심이 조금은 어려 있는 그런 느낌을 주지 싶다는 생각이 약간 듭니다. ^.^ 자랑..

경남과 부산의 걸을만한 장소 서른다섯 곳

고성 시인 동길산 산문집 “들길은 불뚝성질의 길이긴 해도 무른 길이다. 푹신한 길이다. 대들어 저항하는 길이 아니라 배꼽 잡게 웃기면서 저항하는 길이다. 멱살 잡고 저항하는 길이 아니라 맞다 맞다 동조하면서 저항하는 길이다.”(14쪽, ‘합천 밤마리 들길’) “오솔길은 오솔길을 둘러싼 숲은 까탈스럽지 않다. 따지지 않는다. 나는 나고 너는 너다. 자기를 자기 방식으로 내보이는 대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래도 받아들이고 저래도 받아들인다.”(92쪽, ‘해운대 청사포 오솔길’)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길이 누구에게는 의미가 심장한 길이고 나는 휑하니 지나가는 길을 누구는 눈물 글썽이며 간다. 길은 어느 길이든 다감하고 어느 길이든 누군가에게는 외가로 가는 길이다.”(121쪽, ‘최계락 외..

로드킬, 인간 문명의 끝간 데 없는 잔인함

12월 6일 뜻하지 않게 대구 옆 경산에 있는 안심습지를 다녀왔습니다. ‘뜻하지 않게’라 한 까닭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강의’를 하러 갔을 뿐인데 일이 안심습지를 둘러보도록 풀렸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번 ‘강의’는 제게 수수께끼입니다. 환경운동연합에서 지난 9월 섭외가 들어왔는데, 왜 제가 꼽혔는지, 저를 추천한 사람이 누구인지, 강의 주제가 무엇인지 따위를, 다녀온 지금도 제대로는 알지 못하는 상태랍니다. 제가 말씀드려야 하는 대상도 누구인지 몰랐습니다. 가서 보니까, 저보다 습지나 생태에 대해 몇 배는 더 잘 아는 40대와 50대 여성 분들이셨습니다. 풀이나 새 이름을, 저랑은 견줄 수도 없으리만치 잘 아시더라고요. 어쨌거나 여기서 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장면을 보고 말았습니다. 고가(高..

맘대로 편하게 어머니 말씀을 해석했다

이른 나이에 들은 어머니 ‘꼴딱’ 소리 “나는 우리 엄마가 진짜 식은밥을 좋아하는 줄 알았어.”라든지 “어릴 때는 엄마가 달걀 반찬을 싫어한다고 알았다니까?” 하는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동의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 자기 마음 편하려고 꾸며대는 말이야.’ 저는 여깁니다. 어머니 목구멍에서 나는 ‘꼴딱’ 소리를 아주 일찍 귀에 담았기 때문입니다. 국민학교 5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당시는 귀한 편이던 반찬인 김을 두고 일어난 일입니다. 어머니는 김에 손을 대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잘 구워진 김에다가 열심히 젓가락질을 해대고 있었습니다. 제 밥은 그래서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그랬는데, 어느 순간 ‘꼴딱’ 소리가 났습니다. 어머니랑 저밖에 없는 밥상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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