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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고개만 조금 들어도 눈맛이 좋아진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거나 하는 일이 참 드뭅니다. 요즘 들어 더욱 그렇게 됐습니다. 머리를 누가 짓누르지도 않는데, 제 풀에 겨워 고개를 들지 못하고-사실은 고개를 들어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나날을 보냅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 키보다 위에 있는 물건 따위에 눈길을 두는 경우가 적어졌습니다. 눈길을 자기 키와 같거나 낮은 데에 두다 보니 맨날 마주하는 것이라고는 다 똑같습니다. 사람 얼굴, 담장, 건물 아랫도리, 가로수, 가로등……. 그러나 어쩌다 고개를 들면 새로운 사물이 보입니다. 한낮에 고개를 들면 쨍하고 깨질듯이 팽팽한 맑은 하늘이 나타나기도 하고 이런저런 모양을 갖춘 구름 떼가 뭉글뭉글 보이기도 합니다. 밤중에는, 달이나 별이 즐겁게 해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자연물이 아니더라도, ..

아들을 보고 배웠습니다

아들이 있습니다. 이번에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아들은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을 그리는 대학 학과로 진학하려 했습니다. 아쉽게도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떨어졌음이 확인되던 날, 저도 사람인지라 맥이 풀리고 힘이 없어지더군요. 실망스럽기도 하고 좀 멍해지기도 했습니다. 아들 녀석은 어떨까, 생각도 됐습니다. ‘힘내자’, ‘일단 좀 쉬어’ 뭐 이런 격려 문자를 보냈지 싶습니다. 이제 한 스무 날쯤 지났네요. 조금 추슬러졌습니다. 저도 그렇고 아들도 그렇습니다. 사실 저는, 아들을 두고 못 미더워하거나 안타까워하거나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누가 시킨 일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아들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들 생각은 이렇습니다.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다. 한 달에 60만원만 벌어도 된다. 결혼은 하..

중3 되는 딸과 고3 졸업한 아들

1. 어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처가 쪽 결혼식이 있어서 전주에 다녀왔습니다. 여러 어르신 만나고 새 신랑 축하도 했습니다. 아침 7시 나서서 시외버스를 타고 오갔는데 모르는 길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피곤하더군요. 그래도 집에 있는 아이들 생각에 저녁 6시 마산 시외버스 터미널에 닿자마자 올해 중3 올라가는 딸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오늘 저녁 돼지고기 어때?” 이렇게 말입니다. 집에서 돼지 삼겹살 구워먹을까? 묻는 얘기입니다. 우리 식구는 집에서 돼지고기 구워먹기를 오래 전부터 즐겼습니다. 다달이 두 차례 정도? 제가 주로 굽습니다. 아내랑 아이들은 두께가 3cm쯤 되는 자연석으로 구워 놓은 고기를 먹습니다. 물론 지금 아내는, 몸이 아파 꼼짝 못하기 때문에 먹지를 못합니다만. 우리 식구 넷은 그러면..

40대에 그림동화를 읽는 즐거움

1. 짧습니다. 제목은 ‘천국에 간 가난한 농부’입니다. 그림(Grimm) 동화 전집에 있습니다. 전문(全文)을 옮깁니다. 10월 4일인가에 처음 읽었습니다. 중2 딸 현지는 이미 여러 차례 읽어서 내용을 싹 다 알고 있더군요. 옛날 어느 곳에 가난하지만 신앙심이 깊은 농부가 죽어서 천국의 문 앞까지 왔습니다. 같은 시간에 아주 부유한 남자도 천국의 문 앞까지 왔습니다. 그 때 열쇠를 가지고 있는 성 베드로가 나타나서 문을 열고 부자를 들여보내 주었습니다. 베드로는 농부를 보지 못했는지 문을 닫아 버렸습니다. 부자는 환영을 받고 있는 모양이어서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문 밖에 있는 농부의 귀에 들렸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조용해지더니 성 베드로가 나와서 천국의 문을 열고 농부를 들어오게 했습..

아들 자랑도 하다

아무리 물어도 모기를 잡지 않는다 지난해 어느 날, 길 가다가 동네 꼬마들이 장난삼아 벌레를 죽이는 모습을 봤을 때로 기억됩니다. 아들 녀석에게 이렇게 제가 물었습니다. “아들,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아들이 답했습니다. “아빠, 저는요, 여름에 모기가 물어도요, 모기를 잡지 않아요. 그런데 무슨 생각을 하겠어요?” 저는 이 때 아들한테 충격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였습니다. 첫 번 충격은 다섯 해인가 여섯 해인가 전에 찾아왔습니다. 곤충학자가 되고 싶다면서 “한 달에 60만원만 벌어도 좋아요.”, 이어서 이렇게 벌면서 결혼하면 상대방을 힘들게 할 테니까 “결혼은 안 할래요.” 했습니다. 아들은 그림 그리는 대학 학과를 가려 합니다. 요즘 인기 있는 디자인은 않고 회화를 하겠답니다. 회화는 보는 사람 눈..

미대 가려고 그림 공부를 한 달 쉬었다

고3 아들 현석이 있습니다. 아들은 그림 관련 학과로 진학하고 싶어합니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부터 미술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아들은 지난달 15일 즈음 다니던 학원을 한 달 쉬겠다고 했습니다. 마음에 무슨 흔들림이라도 생겼나 싶어 슬그머니 걱정이 됐습니다. 아니라 했습니다. 교과 성적을 먼저 올린 다음 그림판을 붙들고 싶다 했습니다. 며칠 전 모의 수능을 봤는데, 가고 싶은 대학 학과 합격을 안심해도 되는 성적은 아니었답니다. 한 달이 지났습니다. 고3 들어 두 번째 모의 수능을 본 모양입니다. 대학 가는 데 필요한 과목 성적은 모두 올랐다고 했습니다. 특히 외국어는 30점 가까이 높아졌답니다. 다시 미술학원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 수요일인가 화요일인가에 아들이 말했습니다. "아빠 학원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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