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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4

옥상에서 휘날리는 저 '빤쓰'들을 보며

2011년 12월 22일 합천에 다녀왔습니다. 청덕면 한 골짜기 작은 마을에 들어갔습니다. 걸을만한 길이 나 있는지 살피던 제 눈길이 어느 집 옥상에 가 머물렀습니다. 거기에는 태극기처럼 바람에 휘날리는 '빤쓰'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빤쓰를 보는데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요즘 어지간해서는 이렇게 바깥에다 빨래를 너는 일이 무척 드뭅니다. 집 자체가 옛날처럼 개방돼 있지 않고 폐쇄적이기 때문입니다. 폐쇄는 아파트가 대표적입니다. 그렇지 않고 단독 주택이라 해도 집안 바깥에다 이렇게 바지랑대를 하거나 해서 빨래를 내다 말리는 일은 보기 어렵습니다. 속옷은 더더욱 바깥에 내다 걸지 않습니다. 빤쓰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아무래도 이 집 안주인일 텐데요, 안주인은..

저는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지 않습니다

저는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지 않습니다. 마침 집에 텔레비전도 없습니다. 물론 볼 수 있는데도 억지로 보지 않는 것은 아니고요, 일부러 찾아다니면서 보지는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제가 축구 경기를 보지 않는 까닭은 아주 간단합니다. 축구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야구와 농구는 조금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렇다 해도 국가 대항 경기이고 월드컵 같은 큰 경기라면 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 싶기는 합니다. 어쨌든 저는 보지 않는데, 그것은 아마도 개인이 집단에 푹 빠져 묻혀 버리는 그런 일이 겁나기 때문입니다. 2006년 이야기를 조금 해 보겠습니다. 제가 일하는 에서 2002년 월드컵 4강 진입을 돌아보는 기사를 그 해 2월 16일치에 실은 적이 있습니다. 기사 가운데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가슴을 졸..

씩씩한 남자가 되면 무엇이 좋을까

국민, 민족, 국가 등 근대 이후 갖은 이데올로기 문제를 다뤄온 박노자가 이번에는 남성성을 정면으로 헤집었습니다. 국민 민족 국가 이데올로기가 개인을 얽어매고 억눌렀듯이 남성성 이데올로기도 같은 노릇을 했다는 결론입니다. 알려진대로 이데올로기란 특정 사실(들)을 바탕으로 지배계급의 이해 관계에 따라 덧칠된 생각이기도 하고, 그런 생각들의 조합이기도 하답니다. 이데올로기는 또 어떤 경우에는 사실 그 자체로 오인되기도 합지요. 박노자의 에 달린 부제는 '한국의 이상적 남성성의 역사를 파헤치다'라고 돼 있습니다. 그리고 그 첫머리에 '소년 남자'라는 노래가 나옵니다. "무쇠골격 돌근육 소년 남자야 애국의 정신을 분발하여라. 만인대적萬仁大敵 연습하여 후일 전공 세우세. 절세영웅 대업이 우리 목적 아닌가". 19..

박노자-허동현 논쟁에서 조갑제가 떠올랐다

‘길들이기와 편가르기를 넘어’는 박노자와 허동현의 논쟁을 담은 세 번째 책입니다. 이들은 이미 2003년 ‘우리 역사 최전선’, 2005년 ‘열강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에서 친미와 반미,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근대와 전근대 등 한국 근대 100년을 아로새긴 여러 풍경을 두고 토론한 바 있습니다. 박노자와 허동현은, 두 사람이 같이 쓴, 들어가는 글에서 ‘역사는 해석일 뿐이다.’고 못박았습니다. 관점이 다른 우파와 좌파가, “기초 사실에 대한 합의는 볼 수 있어도 해석과 서술은 각자 정치·사회적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이처럼, 성향이 달라서 역사도 다른 이 두 학자가 그럼에도 책을 함께 펴낸 까닭은 무엇일까요? “서로가 좌우 성향의 차이를 인정할 경우 미래를 향해 같이 나아가야 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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