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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3

가을에 핀 개나리를 보고 든 생각

일제 강점기 월남 이상재 선생이 독립운동을 벌이는 하나로 조선 곳곳을 돌아다니며 강연을 했답니다. 인민을 일깨우는 일을 한 셈이지요. 그래서 당연히 일제 경찰들이 달라붙어 감시하고 일정 수준을 넘으면 해산시키고 그랬습니다. 겨울철이었답니다. 월남 이상재 선생이 강연장에 들어섰는데, 강연을 들으러 모인 사람들도 많았지만, 경찰들 또한 많았답니다. 월남이 이를 보고 한 마디 툭 던졌습니다. 이를 듣고 말뜻을 알아차린 청중들은 웃었고, 경찰은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했답니다. 월남이 한 말은 이랬습니다. "겨울인데도 개나리들이 많이 피었군." 당시 일제 경찰을 깔보는 말이 '개'였습니다. 권력의 주구(走拘) 따위로 쓰는데 여기에도 '개'가 들어 있습니다. 주구, 달리는 개, 입지요. 월남의 개나리는 였습..

꽃잎에 눈길 빼앗기지 않기를

오늘 아침과 점심 창원을 가로지르는 창원대로를 자동차를 몰고 오갔습니다. 길 가 양쪽으로 벌어선 벚나무들이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꽃눈만 야무지게 물고 있었는데, 이제는 하나둘 꽃망울로 터뜨리고 있었습니다. 벌써 화들짝 피어난 목련은 이미 허드러져 버려서 철모르는 아이들 웃음만치나 커져 있고요, 어금니 앙다문 듯한 개나리도 저만치서 노랗게 종종걸음을 치고 있습니다. 발 밑 어딘가에는 제비꽃이 피었을 테고, 그 옆에는 보송보송 솜털을 머금은 새 쑥이랑 피나마나 하얗게만 보이는 냉이꽃까지 어우러지고 있을 것입니다. 오늘 따라 화사한 햇살이 아주 좋은데, 어울리지 않게시리 꽃잎의 떨어짐이 '퍽' 뒤통수를 때리며 떠오르지 않겠습니까? 떨어지고 나서도 아름다운, 그런 꽃잎 말입니다. 그러는 다른 한편으로는, '꽃잎..

봄은, 아파트 뒤뜰에도 온다

오늘(5일) 거리에 나서보니까 바람이 차게 부는 가운데서도 따뜻한 봄기운이 느껴지더군요. 얼마 안 있으면 봄이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어깨를 툭툭 두드리지 싶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봄마중한다면서 들로 산으로 차려 입고 나가겠지요. 그렇지만 우리 사는 아파트나 찻길, 동네 앞산은 물론이고 보도블럭 틈새, 담벼랑 갈라진 사이에도 때가 되면 봄이 슬몃, 스며듭니다. 지난해 3월에도 저는 우리 딸 현지랑 우리 집 둘레에서 봄을 마중하러 싸돌아다녔던 적이 있습니다. ^*^ 이렇듯 우리 일상과 맞붙어 있는 봄도, 들이나 산으로 찾아오는 봄과 마찬가지로 따스하고 아름답고 애틋하고 기특합니다. 한 번 함께 눈에 담아 보시지 않으렵니까? 지난해 3월 18일 있었던 일을 같은 해 3월 30일 썼습니다. 사진은, 대부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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