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제가 살던 경남 창녕군 유어면 한터의 고향집은 정동향(正東向)이었습니다. 동쪽에는 멀리 화왕산이 솟아 있는데, 여기서 치뜨는 해가 아침이면 늘 방안을 환하게 밝히곤 했습니다. 창호지를 바른 창문이었는데요, 옛날에는 거기 사람 앉은 눈높이 정도에 조그만 유리를 한 토막 집어넣어 방문을 열지 않고도 바깥을 살필 수 있도록 돼 있었지요. 그런데 여기로 들어온 햇빛이 잠자는 제 얼굴에 비치곤 했습니다. 그 햇빛에 눈이 부셔서 부스스 눈을 뜨면, 마당에 있는 키큰 감나무 한 그루가 그 햇살을 자기에게 달린 가지로 잘게 부수곤 했습니다. 겨울이면 하얀 서리를 몸에 감고 있던 그 나무가 햇살까지 하얗게 갈라 더욱 희게 느껴졌습지요. 그 감나무말고도 여러 그루가 우리 집에 있었지만 그 감나무가 저는 가장 좋았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