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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 18

경남 할매들이 복면 쓰고 윗옷 벗은 까닭

밀양 76만5000볼트짜리 송전철탑 건설 공사가 일단 멈춰섰습니다. 5월 29일 한국전력과 주민들이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하고 40일 동안 협의하며 이 기간에는 공사를 하지 않기로 합의한 덕분입니다. 20일 공사를 새로 시작한 지 열흘만입니다.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는, 주민들 처지에서 볼 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떨어졌습니다. 사실상 토지 강제 수용입니다. 전자파 피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습니다. 그 탓에 한 평생 살아온 터전을 잃게 됐습니다. 송전탑이 지나가는 땅은 농협조차 재산 가치를 인정하지 않아 담보로도 잡을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런데도 주민은 처음부터 철저하게 배제돼 있었습니다. 다만 피해를 강요당할 뿐이었습니다. 일흔·여든 되신 어른들이 몸을 던져 싸우는 까닭이..

김연희 아름다운 요양원장의 향기

수정 보건진료소 소장으로 있던 시절 마을 주민들의 건강상태와 집안 상황을 색깔별로 표시해 ‘자신만의 마을 지도’를 가지고 있던 사람, 1983년 가덕도가 섬이던 시절, 보건진료소에서 낮에는 진료하며 틈틈이 섬마을 아이들을 불러 놀이와 공부를 가르치고 밤에는 마을 집집을 돌던 사람, 그 아름다운 그림 속의 사람이 지금은 요양을 해야 하는 어르신들의 든든한 벗이 되고 있답니다. 1.직접 그린 마을지도, 주민 건강상태 색깔 표시해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수정 마을 사람들은 ‘김연희’라는 이름을 여전히 잊지 않고 있습니다. 1986년부터 스무 해 넘게 마산보건소 수정진료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지역 주민들과 성심껏 동고동락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김연희(59) 소장은 2008년 4월 수정 마을을 떠나야 했습니다...

우리 시대의 의인(義人), 백도명 서울대 교수

1. 이른바 전문가라는 것들의 정체 우리 사회에서 '전문가라는 것들'의 정체를 두고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 사업은 물론 옛날 지율스님이 겪은, 천성산 터널 관통에 대해 나왔던 '전문가라는 것들'의 얘기나 행동은 그야말로 지리멸렬 그 자체였다.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미심쩍어 할 만한 대목인데도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아무 문제도 없다고 읊조리는 구실, 그렇게 해서 제기되는 민원을 깔아뭉개고 사업을 진행시키게 하는 그런 노릇을 해 왔다고 잘라 말할 수 있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를 둘러싼 논란에서는 또 어땠는가. 나름 객관성을 갖췄다는 '전문가라는 것들'이 내놓은 연구(조사) 용역 결과를 보면 그야말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였다. 국토해양부에서 한 용역은 국토해양부에..

권력횡포 이긴 수정주민들, 25일 한판 잔치

1. 수정 주민들, STX 진입을 막았다 2007년 10월부터 4년 가까이 STX의 수정만 매립지 진입에 반대해 온 마산 수정 마을 주민들이 25일 마을 구산초등학교에서 축하 잔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창원시가 5월 16일 'STX 중공업(주) 수정산업단지 조성 포기 입장 표명'을 알렸기 때문입니다. 중학교와 바로 붙은 공장, 마을 한가운데 있는 공장, 마을과 왕복 2차로로 붙은 공장이 들어설 가능성은 사라졌다 해도 되겠습니다. 수정 사람들은 이를 두고 아무도 상상도 예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 했습니다. 거대 행정 권력과 기업을 상대로 싸움을 시작했을 때, 모두들 "계란으로 바위치기", "결국은 지는 싸움일 수밖에 없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수정 주민들은 물러설 곳이 없었기에 힘을 다해 저항할 수밖에 없..

불법주차 취재하다 만난 고라니 새끼

창원시 진해구 원포동 STX조선해양 둘레 차량들의 자전거길을 뒤덮은 불법 주차 문제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수치 마을 들머리에서 STX조선해양 정문에 이르기까지 1.8km남짓 길가에는 갖가지 자동차들이 거의 빈틈없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대부분 STX조선해양 하청업체 사람들의 것인데요, 근본 원인은 원청업체인 STX조선해양이 주차 시설을 충분히 장만하지 않은 데 있겠지요. 어쨌거나 취재를 위해 요즘은 자주 STX조선해양 둘레를 찾아갑니다. 지난 10일에는 제대로 된 취재를 위해 사전 답사를 갔었는데요. 한 바퀴 둘러보고 왔더니 날씨가 너무 더워 많이 지치는 바람에 수치 마을 버스 정류장 옆에 있는 건물 2층 가게에 들어가 커피를 한 잔 주문해 마셨습니다. 아마 밤에는 술을 팔고 낮에는 커피 같은 간단한 머실..

경남 마산과 충남 조치원이 이토록 같다니

을 읽다가 눈물이 났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하는 말을 끌어 쓴 대목에서다. 이게 실은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얼마나 눈물겨운 말인지, 얼마나 하고 싶지 않은 말인지, 조금은 알기 때문이다. 도대체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닥쳤을 때, 차라리 죽음보다 못한 상황이 닥쳤을 때, 할 수 있는 말이 이런 것밖에 없다는 참담함……. 그러나 사실 대부분 인생은 이런 길밖에 없다.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 이런 꼴을 당하면 어떨까. 강수돌은 그런 일을 쓰고 있다. 그런데 마산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바로 황철곤 마산시장과 STX조선 그룹이 작당하고 벌이는 '수정만 매립지 STX 조선기자재 공장 진입'이다. 황철곤 시장은 2008년 공장 진입을 두고 찬반으로 갈려 있는 주민들에게 찬반 투표를 시키고 절반도 찬성하..

과연 모든 도시에 제조업이 있어야 할까?

5월 10일 전수식 통합 창원시장 후보에게 황철곤 지금 마산시장과 무엇이 다르고 같은지를 물었습니다. 다 듣지는 못했는데, 제조업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을 비롯해 많은 부분이 같지만 '우선 순위'와 '경중'과 '완급'을 잘 조정한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를테면 STX 조선 기자재 공장의 수정만 매립지 진입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대해 자기는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찾아가서 대화로 풀겠다고 했습니다. 황철곤 시장처럼 밀어붙이지는 않겠다는 얘기였습니다. 1. "공장도 짓고 갯벌도 메우고, 환경도 살리고……" 지금 마산 양덕동에 지어지고 있는 메트로시티는, 아파트형 공장으로 했어야 하고 현동에 짓고 있는 토지주택공사의 9100세대 아파트도 2000평짜리 공장 200개가 들어서도록 했..

운동권이 한나라당을 이길 수 없는 이유

저는 한나라당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싫어합니다. 어떤 사람이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세 종류가 있다면서, "하나는 개 같은 존재들이고 다른 하나는 개만도 못한 존재들이고, 또다른 하나는 개보다 더한 존재들"이라 했을 때 손뼉을 치면서 옳다고 했던 사람입니다. 전교조는 제가 싫어하면서도 좋아합니다. 전교조 근본 정신은 동의하면서도 실제 행태에는 어느 정도 실망을 합니다. 이번 전교조 조합원 명단 공개 반대도, 대중조직이라는 한계를 인정해 그럴 수 있겠구나 여기는 한편으로, 좀더 의연하게 "너거가 하려면 해라. 우리는 개의치 않는다" 이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여기는 사람입니다. 이런 전제 아래 이런 얘기를 한 번 드려 보겠습니다. 오해를 최대한으로 줄여주시기 바랍니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

협력사 사장이 털어놓은 STX 고속성장의 비밀

"STX조선해양...! 월드베스트를 표방하고, 생산속도에서 기네스북에도 오른 바 있는, 단기간의 초고속 압축성장을 통해 연일 도약에 도약을 거듭하고 있는, 그 화려하기 이를데 없는 성공신화의 어두운 이면에는, 60여 사내협력업체들을 압살하는 살인적인 노동조건들이 핏빛 낭자하게 깔려있음을 아십니까?" 위의 글은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 같은 노동단체나 노동조합의 성명서가 아니다. 한 기업체 사장이 목숨을 걸고 쓴 호소문의 첫 문장이다. '목숨을 걸었다'는 것은 죽음도 각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호소문 마지막 대목은 이렇게 끝나고 있다. "이제는 마지막 남은 제 목숨을 내놓아 이 억울함을 세상에 널리 알릴 수만 있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꺼이 죽음의 길을 선택할 것입니다." 실제 그는 기자와 인터뷰에..

지역신문 문학 담당기자가 누리는 보람

신문기자가 보람을 느끼는 때는 언제일까요? 엄청난 사건을 특종 보도해서 안팎으로 관심이 쏠리고 일정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했을 때 당연히 보람을 느끼겠지요. 저도, 엄청난 특종은 아니지만 보도를 해서 세상 눈길을 끌고 어느 정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돼 뿌듯해 했던 적이 한두 번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뿌듯함이나 보람과는 종류가 다르지만 이런 뿌듯함이나 보람도 있음을 며칠 전 알게 됐습니다. 2월 11일치 경남도민일보에, 마산시로부터 징계를 먹은 보건진료소장이 시집을 냈다는 기사를 내고 나서였습니다. 기사는 이렇습니다. 문학 관련입니다. 주민을 위해 열성으로 일한 결과가 마산시장에게 밉보여 애꿎게 징계를 받았으나, 그이 마음이 아름답고 삶이 빛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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