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너무 일찍 인생의 쓰라림을 알아버린, 그래서 오직 일과 공부에만 매달리다 허망하게 숨져야 했던 한 여성의 짧은 삶에 대한 세 번째 이야기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이제 우리도 혜영씨와 이별하려 한다. ◇요절 시인 키츠를 좋아했던 그녀 = 여고 졸업과 함께 아버지를 잃고 이미 합격한 대학 진학마저 포기했던 혜영씨. 그 후 4년은 전자제품 제조업체의 여성노동자로, 다시 4년은 아르바이트 비정규 노동자 겸 단 한 번도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던 대학생이었다. 그러면서 몸이 불편한 어머니와 어린 남동생을 부양하는 가장까지, 1인 3역을 마다하지 않았던 혜영씨의 짧은 삶은 공교롭게도 그녀가 좋아했던 영국의 요절 시인 키츠(1795~1821)와 닮아 있었다. 26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것도 그랬고, 아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