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펑펑 쏟아지고 바람에 휘날리던 눈이 그쳤습니다. 쨍쨍 햇살이 나오자 세상 곳곳 여기저기서 그야말로 눈물이 철철 흘러 나왔습니다. 저는 눈이 싫습니다. 비는 좋지만 말씀입니다. 한 때 그 하얀색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했으나, 이제는 하얀색의 덧없음에 더없이 질렸습니다. 어제 저녁 나절, 아마 질린 그 마음이 시켰지 싶은데, 절간으로 한 번 가 보고 싶었습니다. 창원 성주사에 갈까 마산 광산사에 갈까 망설이다가, 좀더 산골스러운 광산사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저녁 일곱시를 살짝 넘은 무렵이었습니다. 많이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일주문 지나서도 눈이 치워져 있기에 자동차를 몰고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중간 즈음에서 자동차 바퀴가 헛돌기 시작했습니다. 속으로 건방짐을 탓하면서 자동차를 뒷걸음질쳐서 내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