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향기 2

열일곱 시절 여자친구 머리에서 나던 샴푸 향기 같은

제 책상 바로 옆에 난초가 하나 왔습니다. 며칠 동안 꽃봉오리를 머금고 있더니 지난 13일쯤 이렇게 망울이 터졌습니다. 머금고 있을 때도 향긋한 내음을 풍기더니 이제 꽤 짙어졌습니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난 꽃 냄새가 저는 좋았습니다. 그래서 여기다 코를 갖다대고 지긋이 눈을 감은 채 킁킁 거리고는 했습니다. 그윽한 이 냄새를 뭐라 표현할 수 있겠나 생각을 했지요. 글쎄, 초록색 향기라 하면 될까? 조금 달짝지근한 냄새가 나면서도 전혀 끈적거리는 느낌은 주지 않는. 그래 머물지 않으면서 상큼하게 탁 치고 가는 그런 촉감. 그러면서 끊어지지도 않는. 이러고 있는데 지난 16일 동기인 유은상 기자가 가까이 오더니 난초에다 머리를 온통 갖다대었습니다. 겉으로는 웃으며 아무 말 않았지만, 행여 저러다 화분이..

봄꽃, 딸이랑 찍은 사진들

어제는 우리 딸이랑 함께 진해에 다녀왔습니다. 갈 때는 바다가 목적이었는데 가서는 산기슭에 머물렀습니다. 성흥사가 있는 진해 웅천 굴암산 자락입니다. 물론 바다에도 갔지만, 무슨 신항 만든다고 죄다 매립을 해버린 통에 제대로 된 바다가 없어서 방향을 바꾼 셈입니다. 성흥사 앞에서, 우리는 뜻밖에 좋은 구경을 했습니다.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벚꽃도 봤고, 산수유 향기도 취하도록 들이마셨습니다. 저는 몰랐는데, 먼저 향내를 맡은 우리 딸 현지가 아주 짙다고 일러줬습니다. 과연 그랬습니다. 초봄이라 벌 따위가 활동하기는 이른 편인데도, 이 녀석들이 많이 몰려나와 있었습니다. 향기도, 가까이서 오래 맡으면 머리가 어질어질해질 정도로 세었습니다. 성흥사 골짜기는 마을숲으로도 이름이 높습니다. 대장동 마을숲이라 해..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