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원이 지었다는 한시가 있습니다. 에 실려 있습니다. 제목이 秋夜雨中(추야우중)이랍니다. 우리말로 옮기면 ‘비 내리는 가을밤에’쯤이 되겠습니다. 내용 가운데 ‘만리(萬里)’를 두고 당나라 유학 시절 지은 표시라고도 하고, 전체적인 기교나 내용을 보고 귀국해서 나이를 많이 먹은 뒤에 지었다고도 하지만 어쨌거나 상관은 없겠습니다. “가을 바람에 외롭게 읊으니(秋風惟孤吟)/ 세상에 알아주는 이가 적구나(世路少知音)/ 한밤중 창밖에 비가 내리고(窓外三更雨)/ 등불 앞 마음을 만리를 달려가네(燈前萬里心)”. 자기를 제대로 알아주는 이가 없는 데서 오는 쓸쓸함이랄까 씁쓸함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실제로 그랬던 모양입니다. 의 이런 대목은 한시 ‘추야우중’의 정서와 바로 통합니다. “치원이 서쪽으로 가서 당나라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