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출신 시인 김륭의 동시집 의 첫 느낌은, '상큼함'입니다. 형식도 내용도 상큼하고 사물과 사물 사이 또는 생각과 생각 사이를 잇는 상상력도 산뜻합니다. 낡음과 굳음, 느끼함 따위는 낄 여지가 보이지 않아 상큼하기까지 했습니다. 표제작 전문입니다. 우리 동네 구멍가게와 약국 사이를 어슬렁거리던 고양이, 쥐약을 먹었대요 쥐가 아니라 쥐약을 먹었대요 우리 아빠 구두약 먼저 먹고 뚜벅뚜벅 발소리나 내었으면 야단이라도 쳤을 텐데…… 구멍가게 빵을 훔쳐 먹던 놈은 쥐인데 억울한 누명 둘러쓰고 쫓겨 다니던 고양이, 집도 없이 떠돌다 많이 아팠나 보아요 약국에서 팔던 감기몸살약이거나 약삭빠른 쥐가 먹다 남긴 두통약인 줄 알았나 보아요 쓰레기통 속에 버려진 고양이, 구멍가게 꼬부랑 할머니랑 내가 헌 프라이팬에 담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