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촛불집회 73

진보여, '뻥' 치는 버릇부터 고치자

나는 제17대 대선 직후 한 무크지에 ''잡탕' 개혁세력과 선을 긋고 '실력'을 키우자'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200자 원고지 80여 매에 이르는 장황한 글이었지만, 요약하면 이런 말이었다. 1.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쳐오는 동안 '진보·개혁세력'은 온갖 사이비와 기회주의자들이 뒤섞인 '잡탕'이 돼버렸다. 2. 그런 잡탕 속에서 세력다툼에만 몰두해온 진보는 강자독식주의(소위 신자유주의)자들의 '선진화' 전략에 대항할 진보적 대안을 내놓지 못함으로서 '실력없음'마저 들통나고 말았다. 그 후 7개월이 지났고 전국을 뜨겁게 데운 촛불집회 열기가 식지 않고 있지만, 지금도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오히려 운동권의 주도성이 철저히 배제된 촛불집회야말로 진보세력의 '들통난 실력없음'과 '잃어버린 신뢰'..

진보주의자가 읽어야 할 두 권의 책

나는 한국의 진보가 실패해온 가장 큰 이유는 '뻔하고도 단순한 이야기를 너무나 어렵고 길게 설명하고 가르치려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그런 내 생각에 확신을 갖게 됐다. '미국의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도서출판 삼인)라는 책과 '폭압적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실천적 제안서'라는 부제가 붙은 [수전조지의 Another world](수전 조지 지음, 정성훈 옮김, 산지니)라는 책이다. 진보의 실패와는 반대로, 5~6월 촛불시위가 그토록 뜨겁게 타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너무나 쉬운 단어로 명쾌하게 정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친소 너나 먹어'라는 ..

촛불집회 취소 인정할 수 없는 사람들

어제(25일) 저녁 7시 경남 마산의 창동네거리에서 촛불집회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임박해 비가 쏟아지자 주최측은 갑자기 집회를 취소했습니다. 그러나 집회 취소를 인정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물대포와 장대비 속에서도 하는데, 이 정도 비쯤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세어보니 모두 20명이었습니다. 사진에 나오지 않은 이들은 유인물 배포 중입니다. 이들은 저녁 9시가 넘어서야 해산했습니다. 집회는 꼭 일정 수 이상의 사람이 모여야 하거나, 주최측이 준비한 무대나 앰프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 사람들은 보여주었습니다.

촛불의 배경과 전망, 어떻게 보십니까?

'촛불집회와 한국민주주의'라는 주제의 토론회(논단)에 '논찬자'로 초청을 받았습니다. 지역 시민단체와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하는 행사입니다. 아직 강사의 원고를 받아보지 못해 뭘 이야기해야 할 지 정하진 못했지만, 저는 이번 토론에서 대략 이런 내용으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1. 촛불집회는 광우병 (위험) 쇠고기 문제로 촉발되긴 했지만, 근저에는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강자독식주의, 시장제국주의, 무한경쟁주의에 대한 저항이 깔려 있다. (결국 삶의 문제다.) 2. 촛불시민들은 이명박 정권과 보수 기득권층에 대해서도 반대하지만, 기존의 진보정당과 노동운동, 시민운동단체 또한 믿고 기댈 수 있는 대상이 못된다고 생각한다. (2002년 촛불은 노무현에 대한 기대로 수렴됐고, 2004년 촛불은 노무현을 ..

골프장 고급승용차와 오물 속 전경버스

요즘 후배기자와 골프장에 대한 기획취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전 정보수집차 지난주 경남에 있는 한 골프장을 찾았는데, 평일임에도 주차장을 가득 메운 고급승용차들로 발 디딜 틈이 없더군요. 경제가 어렵다거나, 촛불집회로 시끄러운 바깥세상과는 완전히 단절한 듯 여유롭게 샷을 날리는 사람들을 보며, 문득 광화문을 빽빽히 메우고 있던 경찰버스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이 던진 쓰레기를 온몸으로 막으며 조선일보 사옥을 지켜주고 있던 한 전경의 모습이 오버랩됐습니다. 한국은 참 슬픈 나라인 것 같습니다.

'대운하 전도사' 자처하는 경남도지사

김태호. 그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선출된 경남도지사다. 경남도지사 선거의 경우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거의 100% 당선된다. 국회의원이나 시장·군수 선거, 도의원 또는 시·군의원 선거의 경우, 간혹 지역 특성이나 유권자의 구성에 따라 무소속이나 다른 정당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경남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도지사 선거의 득표율은 정당지지율과 거의 똑같이 나오기 때문에 한나라당 이외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나라당에만 잘 보이면 OK 그래서일까. 요즘 김태호 지사가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면, 유권자인 도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만 잘 보이려는 것 같다. 특히 국민들은 물론 경남도민들도 다수가 반대하는 운하사업을 끝까지 밀..

나무의 힘 대중의 힘 아줌마의 힘

1. 나무의 힘 서너 해 전만 해도 저는, 이른 봄철에 나무가 있는 힘껏 물을 빨아들이는 것만 생명력의 작용이라 여기곤 했습니다. 꽃이나 잎의 싹을 틔워 밖으로 피어나아가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이지요. 저는 이렇게 겉으로 보이는 현상만 볼 수 있었을 뿐입니다. 그러다가 마흔 둘인가 셋인가가 되는 해 가을철 어느 날 문득, 밖으로 피어나(게 하)는 힘만 생명력이라 할 수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가을이면 활엽수들은 겨울을 앞두고 달고 있던 잎사귀들을 죄다 떨굽니다. 잎을 제 몸에 달아두려면 신진대사를 그에 걸맞게 많이 해야 할 것입니다. 신진대사를 많이 한다는 것은 물 또한 그만큼 많이 머금어야 한다는 뜻이니까, 추운 겨울에 그렇게 하고 있다가는 얼어 터져 죽어나자빠지기 십상이겠지요. 저는 ..

촛불 참회문을 보니 콜라가 떠올랐다

코카콜라 말고 펩시콜라도 칠성도 일화도 다 그렇겠습니다만, 저는 한 때 이들 음료수 회사들이 콜라 따위에 값을 매기는 기준이 무엇인지 몰라 당황스러워했던 적이 있습니다. 코카콜라의 가격 정책 이를테면 이렇습니다. 코카콜라 1500㎖는 1500원 합니다. 물론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싸게 팔 때가 훨씬 많지만 7일 인터넷 G마켓을 기준으로 삼으면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390㎖와 500㎖ 들이는 제각각 660원과 810원이고 코카콜라 1000㎖는 1060원입니다. 광고비와 운송비와 병(뚜껑 포함)값과 안에 든 음료수 제조비까지 쳐서 그럴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작을수록 값이 적게 치이겠다고 짐작이 되지만, 계산하기 쉽도록 광고비와 운송비와 병값이 크기와 상관없이 똑같다(이를테면 200원이라 합시다.)고..

촛불집회 너머에서 더욱 빛을 뿜는 삼성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촛불로 대표되는 지금 광우병 국면에서 핵심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백성 건강권과 검역주권까지 무시된 채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누가 무엇을 얼마나 얻게 될까? 먼저, 미국 초국적 거대 축산 자본이 당연히 이득을 챙길 것입니다. 삼성을 비롯한 우리나라 독점자본들도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고 한미FTA까지 이뤄진다면 꽤 이득을 볼 것입니다. 이라는 책 36쪽을 보면 1860년 프랑스와 영국 사이 통상조약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폴레옹 3세가 자신의 자유주의 경제 철학을 실행에 옮긴 것이라는군요. 영국보다 산업화가 덜 돼 있던 프랑스가 보호무역을 벗어나 자유무역으로 돌아서는 기점이었는데, 이로써 프랑스에 기계제 대공업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돼 있습니다. 기계제 대공업이라 하면..

경남 촛불집회에는 '깃발'이 없다

촛불집회 현장은 '깃발의 경연장'이라 할 만큼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깃발이 나부끼고 있습니다. 기존의 정당과 온갖 사회단체, 노동단체의 깃발은 물론 인터넷커뮤니티와 각종 동호회 등에서 기발한 아이디어와 창의적 디자인이 돋보이는 깃발을 만들어 선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8일에는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전대협'의 깃발이 새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다양한 깃발을 보는 것도 쏠쏠한 구경거리입니다. 하지만, 창원과 마산 등 경남지역의 촛불집회 현장은 그런 깃발을 볼 수 없는 게 특징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창원이나 마산에서 본 깃발로는 '안티이명박' 카페에서 들고 나오는 것 말고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창원집회가 열릴 때마다 도우미 역할을 해오고 있는 강창덕 경남민주언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