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넘게 지치지도 않고 계속돼온 촛불항쟁에 경이로움을 느끼면서도, 마음 한 편에 씁쓸한 게 있다. 서울 사람들이 '지방'이라 일컫는, 정확히 말해 '서울 외 지역'의 역할이 거의 사라져버린 데 대한 안타까움이다. 무시당하고 있는 지역 촛불집회 사실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항쟁은 대개 서울보다는 '지역'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동학농민혁명은 전라도 고부에서 시작됐고, 전봉준도 거기서 나왔다. 3·1운동이라 부르는 '기미독립항쟁'도 서울에서 33인이 싱겁게 투항해버렸지만, 전국 방방곡곡에서 들불처럼 일어나 일제의 총칼에 맞섰다. 유관순 열사의 거사가 있었던 곳도 충남 천안 아우내장터였다. 해방 후에도 제주4·3, 여순사건, 마산3·15에서 이어진 4·19혁명, 부마민주항쟁, 광주민중항쟁 등이 모두 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