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합천 황매산 모산재와 영암사 절터 합천 모산재 아래에는 영암사 절터가 있답니다. 이를테면 폐사지(廢寺趾)인 셈인데, 그러나 망한 절터답지 않게 스산하지도 않고 을씨년스럽지도 않고 오히려 그 기상이 참 씩씩하고 아름답습니다. 절터가 씩씩한 까닭 가운데 하나는 남아 있는 물건들이 돌로 만들어졌다는 점에 있을 것입니다. 돌 축대가 층층이 쌓여 있어 힘이 느껴지는데다 쌍사자 석등이나 삼층석탑, 금당터 축대 연꽃 문양이나 해태 모양들, 탑비 거북들이 살아 있는 듯이 꿈틀거립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큰 까닭은 배경을 이루는 모산재 덕분이라 해야 옳겠습니다. 모산재는 영암사 절터를 감싸고 있습니다. 소나무 노각나무 참나무 따위로 푸르거나 울긋불긋하게 우거진 산이 아니라, 깎아지른 바위가 밝은 빛을 뿜으며 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