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동쪽 끝에는 일출봉이 있고 서쪽 끝에는 산방산이 있었습니다. 산방산과 일출봉 둘 다 생김새가 아주 독특합니다. 일출봉은 날씬한 느낌이고 산방산은 풍성한 느낌을 줍니다. 제주에 간 첫날인 1월 18일, 저는 항구에서 자동차를 몰고 나와 서쪽으로 해서 서귀포시까지 갔습니다. 머무를 데가 거기 있었기 때문입니다. 길 따라 곧장 가는 대신 눈에 도드라지게 띄는 데는 쉬엄쉬엄 들렀다 나오곤 했습니다. 산방산이 저를 끌어당겼습니다. 물론 올라가볼 생각은 안했지만 생긴 모양이 독특했기에 가까이 가서 한 번 지켜볼 요량은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 봤습니다. 거기서 저는 산방산보다 더 중요한 것을 눈에 담았습니다. 앞에 무엇이 놓으느냐에 따라서, 그 좋고 멋진 산방산조차도 어디에나 있는 동네 뒷동산쯤으로 변신해 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