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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소 5

지가 본 것을 비밀로 해드리겠다는 변기

변소에 가면 이런저런 딱지들이 종종 붙어 있습니다. 옛날에는 뭐 '문화인은 공공시설을 깨끗하게 씁니다', 이런 따위가 붙어 있었고요, 최근 들어서는 이를테면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뿐만이 아닙니다', 이런 것도 붙어 있지요. 제가 유심히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이런 더 최근에는 이런 것도 있었지 싶습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운운. --변소 잘 쓰고 나서 더럽힌 채로 두지 말라는 얘기겠지요. 그런데, 며칠 전 마산 한 아구찜 가게에서 아주 기발한 녀석을 만났습니다. 평소 봐 왔던 화장실 어쩌구 하는 것들에는 별로 취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만, 이 녀석은 단번에 눈길을 확 사로잡았습니다. "당신이 저를 소중히 다루시면 제가 본 것은 비밀로 해드리겠습니다. ~쉿! -..

여수시청의 남자변소 옆 여직원휴게실

8월 22일 전남 여수에 갔을 때 일행이랑 타고 간 자동차를 여수시청에 세워 놓았더랬습니다. 그러고 나서 오줌이 마려워 청사 안에 있는 변소에 들어갔는데 바로 옆에 '여직원 휴게실'이 있었습니다. 1층 한가운데 로비를 가로질러 가면 남자 변소랑 여직원 휴게실이 나옵니다. 좀 이상했습니다. 변소 바로 옆에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큰 복도를 마주하고 나란히 붙어 있는 그런 식이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겠지요. 그런데, 여직원 휴게실에 가려면 남자 변소가 있는 쪽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같이 들어가야 하게 돼 있었습니다. 오다가다 변소를 드나드는 남자 직원들이랑 마주치기라도 하면 좀 민망한 느낌이 들 것도 같았고요, 변소를 개조한 수준이라 휴게실 공간이 작은 까닭에 거기 들어 있는 시설도 옹졸하겠다는 ..

해수욕장서 오줌을 못 눌 뻔했던 까닭

8월 21일 딸이랑 둘이서 중3 여름방학 마무리로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을 다녀 왔다. 주말이 아닌 금요일이라 붐비지는 않았다. 바닷가 모래사장을 따라 두 시간 남짓 웃고 얘기하고 낙서하고 사진찍으며 거닐다가 횟집에 들러 자연산 회(값이 많이 비쌌다. 6만원!!)를 주문해 먹는 호기도 부렸다. 바닷가에 있을 때, 우리 딸 현지는 까딱 잘못 했으면 오줌이 마려운데도 꾹 참을 뻔했다. 물론 횟집 같은 데 들어가 잠깐 변소를 다녀오면 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왜냐하면 임시 변소가 늘어서 있기는 했지만 '여자용' 표시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다를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임시 변소가 세 칸 있었다. 첫째 문제는 남녀 구분이 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변소 세 칸 모두 위에 남자 표지(파란색)와 여자 표지(..

학생증 쳐다보니 선생님 생각나네

책장 서랍을 정리하다보니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학생증도 쏟아져 나왔습니다. 저는 부산 사하중학교를 다니다가 2학년 2학기에 대구 청구중학교로 전학했습니다. 청구중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언제나 어디서나 양심과 정의와 사랑에 살자!’ 당시는 남문동 남문시장 근처에 있던 대건고등학교에 들어가 82년 2월 졸업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청구중학교에서는 학생증을 만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게 남아 있는 학생증은 대건고교 3개와 사하중 2개가 전부입니다. 사하중학교는, 아주 멋진 학교였습니다. 지금은 학교보다 높은 건물이 너무나 많이 들어서서 전혀 그렇지 않지만, 그 때는 4층 교실에서 멀리 다대포 앞바다가 보였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교실, 생각만으로도 멋지지 않은가요? 국어 선생님 시 낭독하는 소리를 ..

‘소변금지’가 이상해요

어젯밤 마산 한 상가 변소에 들렀습니다. 마려워진 오줌을 누려고요. 조금 지저분했지만, 그런 데 일일이 신경 쓰지 않은지는 이미 오래 됐지요. 그래 으레 하던 대로 안 쪽 변기를 골라잡고 오줌을 눴습니다. 오줌을 누다 눈길이 옆으로 돌아가 보니 눈길이 꽂히는 자리에 있는 이 변기 모양이 이상했습니다. ‘사용금지’라 적혀 있고, 비닐로 씌워져 있었는데 정작 한가운데 부분은 구멍이 뚫려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절로 이런 물음이 튀어나왔습니다. “도대체, 누라는 말이야? 말라는 말이야?” 문제가 다 해결됐으면 덮어씌웠던 비닐을 통째로 뜯어냈을 텐데 그렇게 하지는 않았으니, 이렇게 보면 아직은 누지 말라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덮어씌운 비닐 한가운데 무슨 날카로운 칼로 도려낸 부분이 정교하고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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