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역 광장에는 두 개의 비(碑)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하나는 '가고파 노산 이은상 시비'이고, 또 하나는 이은상의 독재 부역 행적을 고발하는 '민주성지 마산 수호비'입니다. 역 대합실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정면으로 보이기 때문에 아마도 많은 이들이 보았을 것입니다. 이은상을 추앙하는 무리의 입장에서 보면 괜히 '시비'를 세웠다가 감추고 싶은 이은상의 부끄러운 과거를 널리 알리는 격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사실 문인의 친일 또는 독재 부역에 대한 논란은 해묵은 일일뿐더러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황현산 선생은 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어떤 사정으로도 진실을 덮어 가릴 수는 없을 것이다. 문학이 인간 의식의 맨 밑바닥까지 진실을 추구하는 작업임을 염두에 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