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 하나에 정신을 빼앗기면 다른 것은 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게 되는 모양입니다. 경남 함양 상림 숲에 들어갔다가 부서지듯 쏟아지는 햇볕과 알록달록 단풍에 넋이 나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몸의 모든 감각 기관이 그리로 쏠려 버렸는지 다른 것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단풍이나 햇살에만 관심이 갔습니다. 이렇게 한참을 걸어가는데, 꽤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따따따따, 아마도 제가 조금 풀리지 않았다면 이 소리조차 놓쳤을지도 모릅니다. 단풍과 햇살이 그만큼 멋졌거든요. 끊어졌다 이어지는 딱따구리 소리. 먼 데서 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 머리를 들어 위를 보면 두런거렸더니 제법 굵다란 참나무 같은 나무 높직한 가지에 앉아 부리질을 해대는 딱따구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동물원에서말고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