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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간 2

선암사 매화에 매이니 매화밖에 못 보네

1. 4월 들어도 피어나지 않았다는 선암사 매화 3월 27일 수요일 전남 순천으로 떠났습니다. 경남도민일보가 만든 ‘경남형 예비 사회적 기업’인 갱상도 문화공동체 해딴에가 2013년 처음 마련한 테마 체험 여행이었습니다. 5일장인 남부시장이 서는 날이고, 이 때쯤이면 선암사 홍매화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들머리 주차장 둘레에 심긴 매화나무에 꽃이 화알짝 벌어져 있기에 절간 매화나무도 그러려니 짐작이 됐습니다. 하지만 기대는 가볍게 무너졌습니다. 가뭄에 콩 나듯 몇 송이만 피어 있을 따름이었습니다. 올 3월 날씨가 예사롭지 않게 추웠기 때문인 듯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여태까지는 이맘때 열렸던 ‘선암사 홍매화 축제’도 4월 6일(토)과 7일(일)로 열흘 뒤에 치러졌고, 그랬는데도 매화들이 그 ..

가본 곳 2013.06.10

김훈이 내세에서 만나자고 한 선암사 뒷간

3월 12일 아침, 선암사 경내에 들어서자 갑자기 똥이 마려웠습니다. 뒷간을 찾아들어갔습니다. 기와를 이고 마루도 잘 깔려 있는 으리으리한 건물이었습니다. 오른쪽은 여자 왼쪽은 남자로 나뉘어 있었고 꽉 막혀 있지 않았으며 그래서 안에서 생판 모르는 사람과도 마주치면 좀 겸연쩍을 것 같았습니다. 나뉜 공간은 허리와 어깨 사이 높이에서 툭 트여 있고 앉아서 똥을 누면서 보니 얼기설기 세로 지른 나무 사이로 바깥 풍경이 들어왔습니다. 제가 여유를 부리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래로 아득한 깊이에서 똥들이 휴지랑 뒹굴고 있는 양을 제대로 챙겨보지 못했습니다. 자치 잘못하면 빠질 것만 같다는 생각에 서둘러 닦고 서둘러 나왔습니다. 누구에게선가 김훈이 여기 이 선암사 뒷간을 두고 쓴 글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

가본 곳 201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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