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을 위한 행진곡’이 있습니다. 저처럼 80년대 초반에 운동을 시작한 이들에게 이 노래는 거의 DNA 같은 무엇이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이 노래와 저와 운동은 떨어지지 않는 하나였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님을 위한 행진곡’이 불편해졌습니다. 노동운동을 하던 90년대 초반이지 싶습니다. 노래를 불러도 겉도는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들었습니다. ‘운동권’ 일부의 선민(選民)의식에 문제를 느낀 시점과 비슷합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노랫말을 꼼꼼하게 뜯어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