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무의 힘 서너 해 전만 해도 저는, 이른 봄철에 나무가 있는 힘껏 물을 빨아들이는 것만 생명력의 작용이라 여기곤 했습니다. 꽃이나 잎의 싹을 틔워 밖으로 피어나아가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이지요. 저는 이렇게 겉으로 보이는 현상만 볼 수 있었을 뿐입니다. 그러다가 마흔 둘인가 셋인가가 되는 해 가을철 어느 날 문득, 밖으로 피어나(게 하)는 힘만 생명력이라 할 수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가을이면 활엽수들은 겨울을 앞두고 달고 있던 잎사귀들을 죄다 떨굽니다. 잎을 제 몸에 달아두려면 신진대사를 그에 걸맞게 많이 해야 할 것입니다. 신진대사를 많이 한다는 것은 물 또한 그만큼 많이 머금어야 한다는 뜻이니까, 추운 겨울에 그렇게 하고 있다가는 얼어 터져 죽어나자빠지기 십상이겠지요. 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