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홍 선배는 합천 가회 나무실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이런저런 시와 글을 쓰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이는 한 해 농사 수입이 600만원밖에 안 된다는데도 늘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선배를 울적하고 슬프게 만드는 일이 있습니다. 원래는 서른 집이 넘었으나 이제는 열 집 남짓밖에 없는 나무실마을에서, 어르신을 만나 이런 얘기를 들을 때라고 했습니다. 첫 번째 얘기입니다. "청산가리를 몸에 지니고 다닌다." 청산가리는 맹독성 극약입니다. 이런 극약을 어르신이 갖고 다닌답니다. 오히려 어디 꿩이나 멧돼지·고라니·노루 같은 산짐승을 잡는 데 쓴다면 좋겠는데, 그게 아닌 것이었습니다. "내가 먹고 죽을라고……. 내 몸 움직여 돌아다니지 못하고 내 먹을 끼니 끓이지 못할 정도가 되면 탁 털어넣을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