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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살리기 9

자연에 대한 삽질과 아이에 대한 매질

1. 삶터가 망가져도 떠나지 못하는 동물들 사람들이 종종 착각을 하는 것이 있습니다. 자연 생태가 망가지면 거기에는 동물이 얼씬도 하지 않는 줄 아는 것입니다. 저도 예전에는 그런 줄 알았습니다. 말하자면, 굴착기가 시끄럽게 소리를 내며 삽질을 해대면 노루나 고라니 멧돼지 같이 거기서 살고 있던 동물들이 그냥 자리를 뜨고는 돌아도 보지 않을 것이라고 여긴 셈입니다. 그런데 낙동강 강변으로 걸어들어가 보니 전혀 아니었습니다. 망가진 자연 생태에서도 동물은 살고 있었습니다. 무슨 까닭에서인지 망가진 땅으로 들어와 돌아다닌 자취가 여기저기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 자취를 물끄러미 내려보면서, 자연 생태가 망가졌어도, 자기네 삶의 사이클에서 망가진 그 땅이 바로 필요가 없어져 떼어내 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닐 수 ..

낙동강 모래톱만 사라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는 고향이 창녕입니다. 제가 사는 창원에서 고향으로 가는 길이 여럿 있지만, 저는 창원 북면이나 동읍을 거쳐 본포다리를 건너 창녕으로 가는 길을 좋아했습니다. 본포다리를 건너 가다 보면 눈에 뜨이는 유장한 모래톱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이 모래톱은 아주 길고 커서 한 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을 지경이었습니다. 또 마치 생물처럼 살아 움직이기도 해서, 옛날에는 이런 모습으로 있지 않았다고도 합니다. 창원 북면이나 맞은편 창녕 부곡면에서 오래 사신 이들에 따르면, 50년 단위로 이쪽 저쪽 옮겨 다니는 존재랍니다. 그런데 요즘은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으면 이쪽으로 걸음을 하지 않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다리 한가운데 자동차를 세워놓으면서까지 내려서 이리저리 거닐기도 하고 바람도 쐬고 오래 내려다..

낙동강이 우리에게 도대체 무엇일까

1. 함안보는 과연 댐이 아닐까 정부가 이른바 낙동강 살리기 사업의 하나로 진행하고 있는 경남 창녕군 길곡면 함안보(낙동강 살리기 18공구) 공사 현장을 2월 1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임시 물막이를 설치하는 거대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고, 둘레에도 술착기로 파헤친 자취가 크게 남아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더욱 많이 현장을 둘러볼 수 있었는데 사정은 갈수록 더욱 심해졌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골재를 가득 실었거나 아니면 어디엔가 짐을 부려 무게를 줄인 짐차들이 제방 위 도로를 쉴 새 없이 오가고 있었으며 현장 공사를 지원하는 경남1지구건설단 사무실 들도 여기저기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대신 원래 거기에 뿌리내리고 살던 식물은 쓰러지고 꺾여 있었습니다. 그런 풀과 나무에 보금자리를 틀었던 짐승들은 쫓겨나고 ..

한 달만에 230만원 넘긴 낙동강 사진전 성금

1. 낙동강 사진전은 경남이 더 절실하다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4대강 살리기를 빙자한 토목공사가 대규모로 벌어져 곳곳이 파헤쳐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망가지기 이전 아름다움과 망가지고 있는(또는 망가진) 낙동강 모습을 담은 사진을 지율 스님이 찍어 3월 29일과 30일 서울 조계사에서 전시를 열었습니다. 저는 서울 전시에 가서 보고 나서 이런 낙동강 사진 전시가 서울보다 경남에서 더욱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어 4월 26일 블로그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 모여 5월 6일 경남낙사모(지율 스님 낙동강 생태 예술 사진 경남 순회 전시 추진 모임)을 만들고 대표는 '민망하게도' 제가 맡게 됐습니다. 관련 블로그 글 1. 지율 스님 낙동강 사진전, 정우상가에서 만납시다 http://blo..

낙동강 사진 전시 성금 보름만에 170만원

낙동강 사진 전시가 서울보다 경남에서 더욱 절실하다는 글을 4월 26일 올렸습니다. 거기에서 저는 지율 스님의 낙동강 생태 예술 사진을 경남에서 순회 전시하고자 한다면 ' 낙동강을 아끼는 많은 눈길과, 지역 생태를 사랑하는 숱한 발길과, 경남의 앞날을 보람차게 만들려는 엄청난 손길들이 함께 하리라 믿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과연 그러했습니다. 비용이 적지 않게 들리라 말씀드리기는 했지만(최소 500만원), 적극적으로 돈을 보태 주십사라고는 말씀드리지 않았는데도 많은 분들이 적지 않은 정성을 보내 주셨습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보름남짓밖에 지나지 않았으나 지율 스님의 사진 패널 제작 실비와 지역에서 그것을 코팅 사진으로 바꾸는 작업에 드는 비용이 모두 빠졌습니다. 이제 더 필요한 것은 경남 전역을 돌며 ..

지율스님 낙동강 사진 경남 전시 모임 결성

지난 6일 저녁 7시 마산 산호동 밥집 덕수궁에 사람들이 모여 '지율 스님 낙동강 생태 예술 사진 경남 지역 순회 전시회 추진 모임'(약칭 '경남낙사모')을 만들었습니다. 지율 스님이 2008년부터 몸소 낙동강 일대를 오르내리며 찍은, 낙동강의 어제와 오늘 모습, 원래 모습과 망가진 모습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사진들을 지역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자는 취지로 만들었습니다. 이날 모임에는 경남도민일보 식구와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하는 이들, 그리고 경남블로그공동체로 모여 있는 블로거 등 열두 사람이 참석했습니다. 이들은 다들 사진 전시회 추진을 위해 모임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올해 12월까지 경남 전역을 무대로 순회 전시를 하는 데 힘과 뜻을 합치기로 했습니다. 또 전시회를 하는 데 돈이나 힘이나 아이디어 등..

지율스님 낙동강 사진, 경남서 전시합시다

지율 스님의 사진이 왔습니다. 2008년 12월부터 찍은 것들입니다. 3월 29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조계사 나무 갤러리에서 열린 '낙동강 숨결 느끼기 : Before & After' 사진전에 나왔던 것들입니다. 저는 3월 30일 서울에 가서 지율 스님을 만나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경남에서 이 사진전을 이어가는 사람이 아직 없다는 말씀을 듣고 감히 용기를 내어 한 번 해 보고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무슨 이야기 끝에, 지율 스님은 사진을 뽑아 사진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100만원이 든다고 했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돈을 장만해 드릴 테니 사진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지율 스님은 돈이 오지 않아도 나중에 처리하면 되니까 일단 사진을 먼저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이 이번에 왔습니다. 모두 35장..

MB정부가 함안보 관리 수위 낮춘 까닭

1. 관리수위를 낮춘 이유는 비용 때문? 4월 19일 경남 창녕군 길곡면 함안보 일대에서 이른바 '낙동강 소송'의 현장 검증이 있었습니다. 낙동강 소송은 '4대강 사업 위헌·위법 심판을 위한 국민소송단'이 국토해양부·부산지방국토관리청·한국수자원공사를 상대로 낸 '하천공사 시행계획 취소 소송'을 이릅니다. 부산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문형배 부장 판사) 심리로 진행된 현장 검증은 오전 11시 함안보 전망대에서 시작됐습니다. 전체 현황 설명을 위해 피고 대리인 서규영 변호사의 소개로 김기호 경남1지구 건설단장이 나섰습니다. 저는 이 날 김 단장이 함안보 설계 변경을 한 까닭에 대한 설명을 듣는 순간, 짧지만 꽤 세게 충격을 받았습니다. 원고 대리인 정남순 변호사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함안보 관리 수위가 ..

결 고운 모래밭에 꽂힌 저 붉은 깃발

낙동강에서, 함안보 공사 현장 바로 아래에서, 사람이랑 자동차 다니는 길을 벗어났습니다. 길을 떠나 강심(江心)을 향해 걸음을 옮겼습니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던 곳이었습니다. 농사거리는 이미 거둬지고 없었습니다. 냉이 같은 나물이 있었고 그런 나물을 캐는 아낙이 있었습니다. 아낙을 건너질러 더욱 나아갔습니다. 모래밭이 나왔습니다. 본포다리 지나다니면서 눈에 담았던 모래톱과 닮아 있었습니다. 다섯 해 전 감자 캐기 행사를 할 때 봤던, 감자밭 옆에 드러누워 있던 모래밭과도 닮아 있었습니다. 바닷가 모래밭은 이처럼 거닐어 본 적이 적지 않았지만 강모래는 여태 밟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뜻밖에도 강모래는 아주 고왔습니다. 일부러 사람이 들어와 밟고 다니는 일이 없기 때문인지, 네 발 짐승 물 마시러 다녀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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