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나무

나무만 누려도 저절로 맑아지는 낙안읍성 전남 순천 낙안읍성에 가서, 성곽이나 초가집 그리고 잘 다듬어진 돌담 정도만 그럴 듯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사실 그런 것들이 처음 보는 눈에는 색다르고 도드라져 보이기는 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지난 4월 10일 가봤더니 정작 훌륭하고 엄청난 것이 따로 있었습니다. 그것은 오래 된 나무들이었습니다. 들머리에서부터 끄트머리까지, 그리고 중간중간에 가지가지 나무들이 옛적부터 지키고 있던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봄철이다보니, 줄기와 가지 곳곳에서 삐져나오는 그 푸르름이란! 시시각각 달라지는 그 연녹색 잎사귀들! 사귀고 싶은 잎사귀들, 볼수록 빛나는 잎사귀들, 가까이 다가가 보면 솜털이 보송보송한 잎사귀들, 그러면서 동시에 들기름을 칠한 듯 윤이 나는 잎사귀들. 자기 .. 더보기
동물이 더 셀까 식물이 더 셀까 언젠가 이런 물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동물하고 식물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센지 아느냐고 말입니다. 저는 당연히 동물이 더 세지 않느냐고, 동물은 대부분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식물을 해칠 수 있지만 식물은 동물을 그렇게 해칠 수 없지 않느냐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아니었습니다. 식물이 동물보다 더 세다는 것이었습니다. 동물은 식물이 없으면 살지 못하지만 식물은 동물이 없어도 물이랑 햇볕만 있으면 그리고 얼어터질 정도만 아니면 어디서나 살 수 있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아울러 동물은 춥고 배고프거나 어떤 위험이 닥치면 기어서든 뛰어서든 걸어서든 옮겨갈 수 있으니까 덜 완전해도 괜찮은 존재지만, 뿌리를 한 군데 붙박고 사는 식물은 그럴 수 없고 제 자리에서 온전하게 버티고 감당해야 하니까 조금이라.. 더보기
오래 된 나무를 앞에 두고 경건해지기 1. 600살 먹은 영암사지 들머리 느티나무 4월 7일 경남 합천 가회면 모산재 기슭 영암사지를 찾았습니다. 망한 절터 치고는 보기 드물게 씩씩한 그 모습을 한 번 더 눈에 담고 싶어서였습니다. 여드레 뒤에 함께 올 일행을 위해 답사하러 나온 길이기도 했습니다. 바람이 무척 세게 불고 있었습니다. 신문 방송에까지 나온 것처럼 여름철에나 불어대는 그런 태풍급이었습니다. 눈을 뜨기도 어려웠습니다. 10분도 채 서 있지 않았고 옷도 전혀 얇게 입은 편이 아니었는데도 몸이 무척 떨렸습니다. 재미나게 구석구석 돌아보겠다는 생각을 얼른 버리고 바로 언덕 아래로 뛰어내렸습니다. 그러고는 바람을 등지고 뛰듯이 걸어서 절터를 빠져나왔습니다. 그러는데 그 앞에서 커다란 느티나무를 한 그루 만났습니다. 2005년 들어선 바.. 더보기
산 나무에 나사 박는 인간의 무지막지함 나무는 고통을 느끼지 못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몇 해 전 책에서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농부가 풀을 베려고 낫을 들고 풀숲으로 들어가는 장면이었습니다. 특수 장치를 한 카메라로 찍은 사진에서 풀들은 파르르 떨고 있었습니다. 낫을 든 농부가 없을 때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풀이었는데 농부가 낫을 들고 나타나자 떨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와는 경우가 다르기는 하지만, 멀쩡하게 살아 있는 나무에다 나사를 박아넣어 놓은 모습을 봤습니다. 경남 어느 관광지 들머리 포장마차를 하는 자리였습니다. 주말이 아닌 평일에 갔기 때문에 포장마차가 영업을 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따로 나무 막대만 하나 장만해도 전등과 콘센트 띠위는 충분히 달고도 남을 텐데, 싶었습니다. 나사가 몸에 박힌 이 느티나무는 아마도 .. 더보기
선암사에서 처음 본 절간 부뚜막 풍경 3월 12일 순천 선암사에 갔다가 귀한 구경을 했습니다. 2층 규모 뒷간도 멋있었고, 아직 피어나지 않은 홍매화들을 보면서 봉오리 속에서 막 몸부림을 쳐대는 꽃들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잎지는 큰키나무들 헐벗은 모습에서는 허전함과 아울러 가을에 가장 아름답게 이별을 했던 이파리들을 안에서 다시 뿜어내려는 기색을 살필 수도 있었습니다. 흐르는 냇물도 좋았고, 발치에서 조그맣게 움트는 초록 풀들도 참 싱싱했습니다. 모르는 이들도 없지 않겠지만, 저기 풀들도 봄을 맞아 확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고, 피었다가 얼어터졌다가를 되풀이하며 처절하게 봄을 맞이한답니다. 그러나 이번에 선암사에서 본 으뜸 구경거리는 절간 부엌이었습니다. 부엌이라기보다는, 밥짓는 데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반찬 만드는 자리는 보이지 않았.. 더보기
야생에서 처음 본 청신한 딱따구리 어디서든, 하나에 정신을 빼앗기면 다른 것은 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게 되는 모양입니다. 경남 함양 상림 숲에 들어갔다가 부서지듯 쏟아지는 햇볕과 알록달록 단풍에 넋이 나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몸의 모든 감각 기관이 그리로 쏠려 버렸는지 다른 것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단풍이나 햇살에만 관심이 갔습니다. 이렇게 한참을 걸어가는데, 꽤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따따따따, 아마도 제가 조금 풀리지 않았다면 이 소리조차 놓쳤을지도 모릅니다. 단풍과 햇살이 그만큼 멋졌거든요. 끊어졌다 이어지는 딱따구리 소리. 먼 데서 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 머리를 들어 위를 보면 두런거렸더니 제법 굵다란 참나무 같은 나무 높직한 가지에 앉아 부리질을 해대는 딱따구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동물원에서말고 야.. 더보기
모산재 다람쥐는 겨울을 어떻게 날까 엉뚱한 얘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합천군 황매산 모산재에 가면 이상한 물건이 있습니다. 산꼭대기에서는 보기 드문 색다른 물건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상하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거기 있을 까닭이 없거든요. 저는 이 물건이 여기에 어떻게 있게 됐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이 녀석은 아마 이렇게 서 있는 상태로 말라죽었던 나무이지 싶습니다. 밑둥치를 보니까, 밑둥치와 땅바닥의 이음새를 보니까 그렇습니다. 어떤 사람이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짐작이 되십니까? 삭정이가 되도록 있다가 이렇게 됐다고는 볼 수 없겠고,(그러면 부서져 버리니까) 물기가 그나마 남아 있을 때 이렇게 가공을 당했을 것입니다. 저도 산이나 들을 남 못지 않게 돌아다니지만, 700 고지 등산길에서 이런 물건을 본 적이 없습니다... 더보기
겨울철 양산 통도사에서 본 싱싱한 들풀 예전 어떤 시인에게서 ‘겨울이 되면 풀들이 다 말라 죽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그 시인과 흉허물 없이 말해도 되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 아무 말 않았습니다만, 아무리 춥고 메마른 겨울이어도 풀이 죄 죽지는 않지요. 따뜻한 양지 바른 데 바람이 몰아치지 않는 곳에는 겨울에도 풀들이 싹을 내밀고 잎을 틔웁니다. 또 그런 자리는 낙엽 덕분이든 아니면 지형 때문이든 물기도 촉촉하게 마련입니다. 이를테면, 겨울에도 자랄 조건이 되면 자란다 이 말입니다. 멀리를 보면 실체가 보이지 않습니다. 가까이를 봐야 실체가 보입니다. 그러니까, 고개를 높이 들어 멀리 산을 보면 거기서 파란 풀을 볼 수 없습니다. 그냥 이미지만 머리에 남겨집니다. 그러나 고개 숙여 눈 앞 뜨락을 훑어보면, 거기에는 뚜렷한 실.. 더보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