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람도 다른 짐승들과 공존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개미나 쥐는 물론, 바퀴벌레와도 함께 살 수 있습니다. 귀농한 이들이 들려준 얘기입니다. 해치지 않고 미워하거나 싫어하지 않으며 그이들한테 고유한 생활 영역을 인정해 주면 그 영역 안에서 곱게 살아간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들은 것입니다. 7월 19일 마산 구산면 수정 마을에 있는 트라피스트수녀원을 찾았습니다. 이 수녀원은 ‘봉쇄’ 수녀원입니다. 한 번 들어가면 평생 나오지 않는 서원(誓願)을 한답니다. 수녀원 건물 들머리에서, 저는 이처럼 예쁜 꿩을 만났습니다. 꿩은 제가 서너 발자국 앞으로 다가갔는데도 날아서 달아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이쁜 자태를 방향 바꿔가며 보여주다가, 종종걸음으로 콘크리트 깔린 왼쪽 길을 가로질러 가더니 수풀 속으로 들어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