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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윤리 15

유족들에게 받은 감사패와 상품권

지난 16일,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마산유족회(회장 노치수)가 4·19혁명 이후 처음으로 희생자들에 대한 합동위령제를 지내던 날이었습니다. 1부 위령제가 끝나고 2부 추모식을 진행하던 중, 행사 순서를 의논할 일이 있어 사회를 보고 있던 서봉석 운영위원(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과 막간에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 얼핏 서봉석 위원이 들고 있는 행사 순서지에 제 이름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 이게 뭐죠?" 했더니, 서 위원이 "하여튼 이런 게 있어요. 그냥 제가 부를 때 카메라 놔두고 나오면 돼요."라는 겁니다. 그래서 다시 봤더니 "감사패 전달…"이라는 글자가 보이더군요. 순간 잠시 갈등이 되더군요. 유족회 총회 자리라든지, 다른 행사에서라면 모르지만, 하필 숙연하고 비통하기까..

블로거가 지켜야 할 윤리 가이드라인은?

1990년대 초반이었던가? 한 재벌기업 노동조합의 파업을 취재하던 기자들에게 회사측이 지나친 취재편의를 제공해 물의를 빚은 적이 있었다. 기자실을 마련해주고 직원을 배치해 커피와 컵라면 등 간식을 제공해주는 정도를 넘어 최고급호텔에 재워주고 세끼 식사까지 대접하고 있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던 것이다. (아마 가 폭로했던 걸로 기억한다.)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상황에서 취재기자들이 그처럼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언론보도의 공정성에 큰 타격을 주었다. 당시에는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어서 신문과 방송이 전하는 소식 말고는 진실을 접할 길이 없었고, 그래서 더 배신감이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 기자 파워 못지 않은 블로거들 그로부터 세월이 흘러 신문과 방송 외에도 수많은 인터넷언론이 생겨났고, 각종..

기업이 왜 신문기자에게 선물을 보낼까?

오전 11시쯤 낯선 번호가 휴대전화에 떴다. 받아보니 택배 기사란다. "김주완 씨 맞지예?" "예, 그런데요." "택배 배달할 게 있는데, 지금 집에 누가 계십니까?" 순간, 느낌이 이상했다. 최근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매한 일도 없었다. "배달할 물건이 뭐죠?" "아 네, 주류라고 되어 있는데 술 종류인 것 같네요." "보내는 사람이 누구죠?" "○○그룹에서 보내는 건데요. 지금 집에 아무도 없습니까?" "그게 아니라, 죄송하지만 그거 좀 반송시켜주세요." "네? 왜요?" "아, 그거 제가 받고 싶지 않거든요. 다시 보낸 사람 쪽으로 반송할 수 있죠?" "예, 되긴 됩니다만…. 여기 적혀있는 xxx-xxxx 전화번호가 ○○그룹 맞나요?" "예 맞을 겁니다. 거기로 다시 보내주세요." "그럼 배송료는 착불..

기자 촌지는 안되고 협찬은 괜찮나

기자들이 부끄러워해야 할 기사가 미디어오늘과 미디어스에 연달아 떴다. 강원랜드의 도를 넘어선 기자접대 사실과 한겨레·조선일보 등 6개 신문사 기자들이 대한항공의 협찬을 받아 우즈베키스탄에 다녀온 후 홍보성 기사를 써줬다는 의혹에 관한 기사가 그것이다. 미디어오늘의 그 기사에는 '기자들아, 너네들이 거지냐?'라는 댓글이 붙어 있고, 미디어스의 기사에는 '왜 그러실까? 그럼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나요?'라며 비야냥거리는 댓글이 달려 있다. 나는 이 기사와 댓글을 보면서 기자로서 심한 모멸감과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러면서 문득 '기사 속의 당사자인 기자들은 이 기사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그런 걸 아무 죄의식 없이 받아먹거나 즐기는 기자라면 모멸감이나 부끄러움은커녕 오히려 그 정도 ..

일면식도 없는 분이 왜 저에게 선물을?

경남도민일보 기자들은 촌지와 선물(1만 원 이하 기념품류는 허용)을 받지 않습니다. 9년 전 창간 때부터 이런 원칙을 공개하고 거절하거나 돌려 주는 일을 반복해 왔지만, 아직도 명절이 되면 선물을 보내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제도 퇴근 후 집에 갔더니 이렇게 큰 상자가 현관 앞에 놓여 있더군요. 아내는 해외(일본) 출장을 가고 아들 녀석만 낮에 혼자 있었는데, 택배가 왔길래 별 생각없이 받아 뒀다는 겁니다. (제가 있을 때 배달이 오거나, 집에 사람이 없어 택배사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오면 '보내는 이'를 확인한 후, 반송처리를 합니다.) '보내는 이'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한 대기업의 이사였습니다. 저와는 개인적으로 일면식도 없는 분입니다. 그런 분이 제게 이런 선물을 보낸 이유는 분명합니다. 제가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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