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고향 집에서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곤 했습니다. 저런 미물이 그토록 정교한 그물을 완성시켜가는 모습이 신기하고도 경이로웠습니다. 그러나 어린 저는 (지금 생각해보면) 잔인하게도 거미가 오랜 시간 어렵게 완성한 거미줄을 손으로 확 걷어내 버린 후 도망치는 거미를 흥미롭게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는 개구리나 잠자리, 메뚜기 등을 잔혹하게 죽이기도 했고, 조금 더 큰 뒤에는 낫으로 뱀을 갈기갈기 찢어죽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걸 보면 인간은 성악설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가 어른들보다 작은 생명에 대해 훨씬 더 잔인한 모습을 보이는 건 요즘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번 추석 때 고향 집과 할아버지 산소에서 어릴 적 봤던 호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