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흔 여섯 되신 한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그 분이 얼마 전 첫 시집을 내셨습니다. 제목은 할아버지가 낸 시집답게(?) 『해질녘의 사색』(도서출판 경남)입니다. 시집이 나온 지 얼마 안돼 그 할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주완아, 알다시피 내가 차도 없고 해서 그러는데, 누구 이 근처에 있는 기자더러 나에게 좀 다녀가라 하면 안 되겠나. 내가 뭘 보내고 싶은 게 있는데." 그렇게 해서 후배를 통해 전해받은 책이 이 시집이었습니다. 그 땐 솔직히 책을 받았지만, 표지와 목차만 슥~ 훑어본 후 "어르신이 참 대단하셔..."라고 생각하곤 그냥 책상 위에 두었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 저희 신문에 난 어르신의 성함을 보고 이 시집이 떠올랐습니다. 어르신은 이순항(李順恒)이며, 현재 경남불교신도회 회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