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돌변한 태도, 민간인학살 유족들이 참 걱정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여러 분야에서 비상식적인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걱정스러운 것은 민간인학살에 대한 정권과 그 하수인들의 태도다.
얼마 전 한 유족을 만났다. 아버지가 한국전쟁 발발 후 영장도 없이 체포되어 끌려간 후 학살되었는데, 이후 알고 보니 군법회의에 회부돼 국방경비법 위반이란 죄명으로 학살됐다는 것이다.
이와 똑같은 사건에 대해 대한민국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불법 학살이라는 진실규명 결정을 했고, 대한민국 사법부 역시 재심을 통해 국방경비법 위반죄를 무죄로 판결한 바 있다. 그게 불과 2년 전인 2020년의 일이다. 당시 대법원은 형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고, 검찰은 이들 희생자에게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 역시 당연히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이와 똑같은 사건에 대한 형사 재심 청구에 대해 재판부가 재심 개시 결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검찰이 이에 불복하는 즉시항고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재심을 청구한 유족들은 또다시 지루한 대법원 결정까지 기다려야 한다.
과연 정권이 윤석열로 바뀌지 않았다면 검찰이 항고를 했을까? 이미 자신들 스스로 똑같은 사건에서 재심을 받아들이고 희생자들에 무죄를 구형한 일임에도 정권이 바뀌자 재판부의 결정에 불복하는 항고를 제기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법원은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며 뭉그적거릴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유가족들의 나이가 최소 73세~80대의 고령이며, 배우자의 경우 90이 훨씬 넘어 언제 돌아가실지 모른다는 것이다. 죽기 전 아버지 또는 남편의 무죄를 받아내고 하늘나라에서 만나겠다는 이들의 염원이 윤석열 정권 하에서는 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1기 진실화해위원회 당시 정보에 어두워 진실규명 신청을 못했던 수많은 유족들이 있다. 이들이 문재인 정부 들어 재가동한 2기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규명 신청을 했다.
그런데 2기 위원회가 제대로 조사도 진행하지 못한 상황에서 위원장이 극우 이념에 사로잡혀 있는 김광동으로 바뀌었다. 과거 이명박 정권이 뉴라이트 인사 이영조를 진실화해위원장으로 보내 진실규명을 오히려 방해하고 결국 위원회를 무력화했던 것과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아버지 또는 어머니를 억울하게 학살당하고도 '빨갱이 자식'이란 손가락질과 연좌제로 인한 온갖 사회적 차별과 감시를 받으며 한맺힌 세월을 살아온 유족들의 염원은 이제 살아생전 영영 물건너 가게 된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