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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1803

[영상]한 여름에 우박 세례를 받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에서 마련한 포토저널리즘 연수를 마치고 허귀용 기자의 승용차에 얹혀 마산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후 1시쯤 '남강 오백리' 기획취재를 떠난 권영란 기자의 페이스북에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다는 사진과 글이 올라왔다. 함양군 용추계곡 쪽이었는데, 취재를 포기해야 할 만큼 많은 비였다. 이어 진주에 사는 이우기 경상대 홍보실장이 "진주에서 보니 비봉산 뒤 지리산 쪽 새카맣습니다"라는 댓글을 올리는가 싶더니, 곧바로 "진주도 드디어 (소나기) 시작"이라는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냥 지나가는 소나기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허귀용 기자의 차가 부산 사상구쯤에 이르자 앞 쪽에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는 게 보였다. 그리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게 장난이 아니었다. 엄청난 ..

민간인학살 희생자 창원위령제에 모인 사람들

2014년 제64주기 제7차 창원지역 합동위령제와 추모식이 7월 5일 오후 1시부터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천주교 마산교구청 1층 강당에서 열렸다. 오랫만에 반가운 사람들을 만났다. 우선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다. 그는 2005년부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상임위원으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에 앞장섰던 사람이다. 그와는 2000년부터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에 뜻을 모으고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범국민위원회'라는 긴 이름의 단체를 함께 했다. 김동춘 교수 사진 한 장 더.... 정동화 유족회 부회장이다. 그는 2001년 경남도민일보에서 주최한 '민간인학살 유족 증언대회에 나와 당시 창원시의원 신분으로 자신이 보도연맹 학살 희생자의 아들이라고 증언했다. 노치수 유..

밀양 용회마을에 오면 서울이 보인다

경남 밀양시 용회마을은 산과 산 사이에 있습니다. 집도 그렇고 논도 밭도 그렇습니다. 그 두 산을 76만5000볼트 송전철탑이 가로지릅니다. 그렇게 가로지르지 말라고 남녀 구분없이 동네 사람들이 나와 싸움도 하고 건설 예정 현장에서 농성도 했습니다. 2005년 시작됐으니 올해로 10년째네요. 여태까지는 어찌어찌해서 송전탑 들어서는 것만큼은 막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 끝나고 중앙정부와 한국전력공사는 밀양시 힘없는 기초자치단체를 앞세워 이른바 '행정대집행'으로 농성현장에서 사람들을 들어내고 시설 장비 따위도 걷어냈습니다. 마을 고준길 어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경찰이 버스로 마흔 대가 왔어요. 한 대에 마흔 명씩이면 모두 1600명이라. 경찰들이, 송전탑 짓는 데까지 산길로 한 시간쯤 되는데, 거기..

민간인학살유족회에 대한 안상수의 약속

오늘(7월 5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천주교 마산교구청 강당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창원유족회가 준비한 창원지역 합동 위령제 및 추모식이 열렸다. 희생된 지 64주년, 위령제 횟수로는 7차였다. 안상수 창원시장이 참석하진 않았지만, 추모사를 보냈고, 행정과장이 참석했다. 추모사에서 안상수 시장은 이렇게 약속했다. "우리지역에서 발생했던 국민보도연맹사건, 형무소 재소자 희생사건 등 한국전쟁 당시 참혹했던 민간인 희생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이 일부 이루어지고, 위령제와 추모식이 열리고는 있지만 유족들의 가슴 속에 맺힌 한을 풀기에는 아직까지 많은 과제가 남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과거의 불행하고 아픈 역사를 용서와 화해로 극복하고, 유가족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

총리 사퇴가 인사청문회 탓이라고?

국무총리 후보자의 역사관 문제로 정국이 시끄럽던 최근 며칠 새 경남도민일보와 경남신문, 경남일보 등 도내 신문 3사 편집국장이 바뀌었다. 세 신문사는 모두 '임명동의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장이 편집국장 후보를 지명하면, 기자들이 투표를 통해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국무총리 임명동의 절차와 거의 같다. 신문사 편집국장도 이렇게 뽑는데... 경남도민일보의 경우 사장의 지명을 받은 후보자는 임기(2년) 동안 어떻게 편집국을 운영할지, 어떤 신문을 만들지 소견과 공약을 밝힌다. 노조와 기자회는 이에 대한 설문조사와 함께 후보자에게 하고픈 질문을 받는다. 이렇게 해서 나온 질문만 50개가 넘었다. 이어 열리는 '후보 검증 토론회'에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패널의 질문과 후보자의 답변이 약 2시간 ..

"박근혜가 세월호를 자빠뜨맀단 말이가!"

지방선거가 있던 6월 4일 저는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여자분들이었습니다. "박근혜가 무슨 죄가 있노! 세월호를 타라 캤단 말이가, 아이모 배를 자빠뜨맀단 말이가!" 맞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세월호를 타라 말하지 않았고 배에도 전혀 손대지 않았습니다. 다만 국가 원수로서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가의 존재 이유인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해내는 데서는 처참하게 무능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들은 지난해 노인기초연금 매월 20만원 지급 등 여러 공약을 깼어도 박 대통령 지지를 바꾸지는 않았을 사람들입니다. 6월 10일 박 대통령은 문창극 중앙일보 기자 출신을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했습니다. 24일 아침에 자진사퇴를 한 모양이더군요. 그로 말미암아 지금까지 어떤 논란이 ..

돋보이는 두산중공업의 ‘토요 동구밖 교실’

“말뚝망둥어는 어째서 헤엄치지 않고 갯벌을 뛰어다니나요?” “거제향교 용머리가 왜 닭대가리처럼 생겼나요?” 두산중공업이 5월 17일부터 다달이 두 차례씩 웅동지역아동센터 등 창원에 있는 60개 가까운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모아 갯벌이나 문화재 등을 찾아 체험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역사회공헌 활동으로 창원시내 58개 지역아동센터 1300명 아이들을 위해 ‘두산중공업과 함께하는 토요 동구밖 교실’이라는 대규모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체계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두산중공업은 3년 전인 2011년부터 창원시내 여러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토요일 아이 방임 문제 해결과 상대적 소외감 해소, 사회성 증진 등등을 목표로 삼아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문화 체험·정서 지원·창의적 체험 프로그램을 꾸준히 제..

지방선거 개표, 생각보다 훨씬 힘들더라

6월 4일 지방선거가 치러진 뒤 개표사무원을 자청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한 번 몸으로 느껴봤습니다. 경남선거관리위원회 사람들을 블로그 업무 관련으로 만났을 때 그렇게 해보면 좋지 않겠느냐고 권한 바도 있었고 해서요. 경남선관위 직원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이 별로 어렵지 않아요. 전체 진행 과정을 살펴볼 수도 있고요. 개표사무원 수당도 지급을 하는데, 자정에서 1분만 넘어도 이틀치를 쳐서 주거든요. 잘만 하면 그렇게 시간이 끝나질 수도 있답니다." 실제로 해보니까 아니었습니다. 하는 일이 단순반복작업이라 아무나 함부로 할 수 없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힘까지 들지 않는 그런 일은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한참 하다 보니 어깨가 결리고 목까지 뻐근해져 왔습니다. 투표가 채 끝나기도 전인 낮 ..

사전투표, 이래도 투표안하면 나쁜 사람

지난 시기 참정권=투표권 확보를 위한 투쟁을 안다면 저는 사실, 투표는 하루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제가 세상에서 좀 편하게 사는 축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투표가 어쨌든 일단은 권리인데, 세상에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은 보호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잘 아시는데로, 지금처럼 평등선거·보통선거·비밀선거가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잃지 않은 모든 구성원에게 주어지기까지는 그야말로 피튀기고 숨넘어가는 일들이 숱하게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1945년 해방이 되고 처음 헌법이 만들어지면서 성년에 이른 모든 사람에게 선거권이 주어졌습니다만, 유럽 여러 다른 나라들에서는 재산이 없는 사람이나 여성들이 자기들 선거권=참정권 확보를 위해 엄청나게 피를 뿌려대야 했던 것입니다. 이런 과..

삼성재벌 불로소득과 노동자의 근로소득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동자 염호석씨가 자살했습니다. 자기가 살던 경남 양산을 떠나 강원도 정동진에 가서 죽었습니다. 해가 뜨는 그곳에 간 까닭을 염호석씨는 ‘빛을 잃지 않고 내일도 뜨는 해처럼 이 싸움 꼭 승리하리라 생각해서’라고 유서에서 밝혔습니다. 염호석씨가 소속돼 있는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지금 파업에 들어가 있습니다. 노조 요구를 살펴봤더니 무척 단순했습니다. 생활임금과 노조 활동을 보장하고 사업장 위장 폐업을 철회하라는 정도였습니다. 염호석씨는 2010년 6월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이태 뒤 센터 사장이 직원 숫자를 늘리는 바람에 수리 건수가 적어져 월급으로 받는 수수료가 줄어들자 그만뒀다가 지난해 2월 다시 들어갔습니다. 보니까 ‘건당 수수료’가 문제입니다.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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