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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지역에서 출판하기 48

지역신문은 뉴스기업이 아니라 콘텐츠기업이다

얼마 전 경남에 터를 잡고 전국 독자를 상대로 책을 만들고 있는 출판사 관계자들과 만났다. 그렇잖아도 한 번 만나야지 하고 있던 차에 우리 신문 기자가 ‘지역출판’을 주제로 기획취재를 해보겠다고 하여 만들어진 자리였다. 남해의봄날 정은영 대표, 펄북스 여태훈 대표, 그리고 도서출판 피플파워를 대표하여 내가 참석했다.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다들 의미 있는 지역콘텐츠를 발굴해 책을 펴내지만, 소비층이 제한되어 있다는 게 공통적인 어려움이었고, 공공기관이나 단체에서조차 공익콘텐츠에 대한 가치를 알아주지 않아 서운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우리가 출판업을 하겠다고 생각한 이유도 일회성으로 신문에 소비되고 마는 지역콘텐츠들이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었다. ‘지역신문은 뉴스기업이 아니라 종합콘텐..

남강 오백리 출판 펀딩 후원자님들 고맙습니다

월간 피플파워 2월호 독자에게 드리는 편지 : 훌륭한 독자님들과 함께여서 행복합니다 의미도 있고 공익적 가치도 있지만 상업성은 낮은 콘텐츠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 비용을 들여 책으로 출판하기는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이 책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분들에게 기본적인 출판 비용을 후원받아보기로 했습니다. 목표 금액은 200만 원으로 잡았습니다. 물론 책 한 권을 출판하기엔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이지만, 출판사는 전혀 비용을 대지 않고 100% 후원으로만 충당한다는 것은 뻔뻔한 짓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것이 출판 펀딩입니다. 저희 경남도민일보 웹사이트에 올리고 인터넷과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붙였습니다. 인터넷과 모바일 결제에 익숙하지 않은 분을 위해 계좌번호도 밝혀두었죠. 그리..

소설 혜주 출간을 알리기 위해 보낸 메일

소설 《혜주》가 나온 후 지인들께 이렇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안녕하세요? 경남도민일보 이사/출판미디어국장을 맡고 있는 김주완입니다. 연초에 저희가 펴낸 한 권의 소설을 소개드리기 위해 메일 올립니다. 이번 책은 역사소설입니다. 《혜주》(도서출판 피플파워, 1만 3000원, 428쪽)라는 소설인데요. ‘실록에서 지워진 조선의 여왕’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이나 그릇에 넘치는 권력을 잡은 사람이 어떻게 나라를 망치는지 보여주는 소설.' 제가 처음 소설 《혜주》 원고를 읽고 난 뒤 한 줄로 정리된 생각은 이랬습니다. 제가 이 책을 출간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망설임도 없진 않았습니다. 조선시대에 여왕이 있었다는 역사의 가설을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소설을 읽으면서 자연..

크라우드펀딩으로 공익콘텐츠를 출판하다

의미도 있고 공익적 가치도 있지만 상업성은 낮은 콘텐츠가 있다. 그래서 비용을 들여 책으로 출판하기 부담스럽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이 책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분들에게 기본적인 출판비용을 후원받아보기로 했다. 물론 200만 원은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이지만, 출판사는 전혀 비용을 대지 않고 100% 후원으로만 충당한다는 것은 뻔뻔한 짓이다. 그래서 목표금액을 200만 원으로 잡았다. 물론 모금 기한 내 목표금액을 넘어선다면 고마운 일이고... 이렇게 시작한 것이 《남강 오백리》 출판 펀딩이다. 경남도민일보 웹사이트에 올리고 인터넷과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붙였다. 인터넷과 모바일 결제에 익숙하지 않은 분을 위해 계좌번호도 밝혀두었다. 그리고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등을 통해 모금..

조선 여왕 혜주가 우리시대에 주는 교훈

'자신의 능력이나 그릇에 넘치는 권력을 잡은 사람이 어떻게 나라를 망치는지 보여주는 소설.' 처음 소설 《혜주》 원고를 읽고 난 뒤 한줄로 정리된 생각은 이랬다. 내가 이 책을 출간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이기도 하다. 함께 원고를 읽고 검토한 사장도 이 뜻에 동의해주었다. 물론 망설임도 없진 않았다. 조선시대에 여왕이 있었다는 역사의 가설을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소설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연상되는 현대 인물과 관련, 괜한 논란을 불러일으키진 않을지…. 이 원고는 지난해 10월 말 메일로 받았다. 발신인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었다. 한글 파일로 제목과 목차, 본문까지 A4 용지로 딱 200매였다. 한 권으로 묶기엔 다소 많은 분량. 저술 경력이나 출판 이력을 알 수 없는 정빈(丁彬)이라는 소설가의 작품을..

여왕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른다

신문사 안에서 출판 업무를 맡고 있다 보니 오랜만에 소설 한 편을 읽게 되었다. ‘혜주’라는 조선시대 여왕의 이야기인데, 착하고 곱게 자란 공주가 왕위를 물려받은 후 희대의 폭군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악(惡)의 평범성’이었다. 폭군이나 독재자는 본래 성품이 포악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극히 선하고 평범한 사람이라도 막상 권력을 쥐고 보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폭군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란 개념은 독일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저작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정립된 것이다. 나치 치하에서 600만 명의 유대인을 강제수용소로 보내 학살을 지휘한 희대의 악마 아이히만은 우리가 상상하던 괴..

진보가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는…

진보 정치 사회발전의 희망이다 그러나 진보적인 자는 때론 너무 낯가림이 심하다 나도 그 출신이다 -(도서출판 해딴에) 중에서 우리는 사회 진보를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운동'을 합니다. 집회와 시위도 그 방법 중 하나이겠지요. 이런 운동은 왜 하는 걸까요? 우리의 생각과 요구를 널리 알리고,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나와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가진 이를 가려내 하나씩 배제시키는 식으로 나아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신은 더 선명하고 더 전투적인 사람이 되겠지만,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결국은 고립되는 수순으로 가게 되겠죠. 이상익의 시적 사유에서도 '너무 낯가림이 심하다'고 자탄했듯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는 아예 말도 섞지 않겠다는..

가부장제와 독재가 당연한 줄 알았던 시절

월간 11월호 독자에게 드리는 편지 “시어머니는 아들과 따로 밥상을 차리셨어요. 남편은 혼자 독상을 받았고 저와 시어머니는 부엌 한켠에서 밥을 먹었죠. 어린 시절 친정엄마와 함께 한 자리에서 밥 먹던 저에겐 충격이었죠. 태어나 27년 만에 가부장적 생활이 무엇인지 알게 된 거에요.” 이번호에서 박민국 기자가 인터뷰한 시민운동가 이경희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가정에서 60~70년대를 지낸 사람들이라면 대개 비슷한 모습으로 식사를 했을 겁니다. 저희 집도 그랬으니까요. 장남인 저는 아버지와 겸상을 받았고, 누나와 여동생들은 둥근 도레상에서 따로 밥을 먹었습니다. 오래된 기억이지만 계란이나 생선 등 귀한 반찬은 아버지와 제가 받은 겸상에 놓였습니다. 어머니는 정지(부엌)와 연결된 샛문을 오가며 ..

책이 이어준 아름다운 인연 정도선-박진희 부부

월간 피플파워 10월호 독자에게 드리는 편지 아름다운 부부가 있습니다. 산청에 살고 있는 정도선·박진희 부부입니다. 정도선 씨는 진주문고라는 서점에서 일합니다. 박진희 씨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정도선 씨가 서점지기가 된 것은 열 살 때의 경험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부산에서 충남 홍성으로 이사를 했는데, 낯선 곳에서 그의 마음을 채워준 곳이 동네서점이었다고 합니다. 서점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책을 볼 때가 가장 마음이 편했다고 합니다. 그때 늘 바닥에서 책을 보는 아이가 안쓰러웠던 서점 주인아저씨가 체구에 맞는 등받이 의자를 갖다 줬답니다. 그때 어루만져진 마음이 '서점 주인'이라는 로망을 갖게 해줬다는 겁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 이 나왔을 때 이 전 대통령이 재..

지역서점·지역출판물 우선구매 어떨까요

□ 월간 피플파워 독자에게 드리는 편지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뭘까요. 이임호 간디고등학교 교사가 최근 (소소문고)에 쓴 ‘책 읽기와 글쓰기에 관한 스무 가지 단상’의 한 대목을 소개할까 합니다. “심리적인 건강을 위해서 독서가 얼마나 유용한지 생각해볼 수 있다. 책의 좋은 점은 마음을 위로하고 위안을 주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경험하는 일이다. 슬픈 일, 괴로운 일을 겪을 때 한 장씩 책장을 넘기며 읽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츰 회복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책에 담긴 내용보다도 읽기라는 행위가 아픈 마음을 매만져주는 것 같다. 읽는 행위 속에는 분명 신비한 치유력이 있다. (… …) 말없이 지내고픈 욕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 나누기를 갈망하는 욕망, 그 사이에 책이 있다.” 그렇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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