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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여행 09 : 아버지의 첫 번째 아내?

네팔 치트완국립공원 근처에는 타루족이 사는 마을이 둘 있습니다. 우리는 소우라하라는 마을에 묵었는데 거기서 서남쪽으로 한 군데 있고 동북쪽으로 한 군데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돌아와서 지도를 찾아보니 동북쪽 타루족 마을이 타로울리라고 적혀 있습니다. 여기는 히말라야 산맥이 펼쳐져 있는 북쪽 산악지대와는 달리 지평선이 아스라한 평원지대입니다. 네팔에서는 이 평원을 ‘터라이’라 하는데 얼마 전만 해도 말라리아모기 때문에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었답니다. 타루족은 1000년도 더 전부터 터라이평원 북서에서 남동으로 길게 흩어져 살아왔습니다. 우리와 마찬가지 몽골리안인데요, 이들은 히말라야도 넘고 산악지대도 벗어나 여기 인도 국경 가까운 평원까지 내려온 데는 어떤 사연이 있었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짐작하기는 쉽..

가본 곳 2015.03.31

네팔여행 08 : 따뜻한 날씨의 선물 대나무

네팔은 도시도 시골도 집을 짓는 현장이 많았습니다. 대충 볼 때 도시는 이미 지은 1층 위에 새로 2층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고, 시골에서는 1층부터 새로 짓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네팔은 벽을 치고 나서 천장을 콘크리트로 이어붙인 다음 그것이 굳을 때까지 받쳐두는 자재로 대나무를 쓰는 것이 색달랐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파죽지세(破竹之勢)라는 말처럼 세로로 잘 갈라지기 때문에 대나무는 무거운 물건을 떠받치지 못하는데요 네팔서는 길게 잘라 그렇게 쓰고 있었습니다. 네팔 대나무는 우리나라 대나무보다 훨씬 굵게 훨씬 높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우리나라보다 많이 따뜻한 덕분이지 싶었습니다. 우리나라 대나무는 집 뒤 언덕배기 따위에 무리를 이루지만 네팔 대나무는 집 뒤보다는 들판이나 산비..

가본 곳 2015.03.30

네팔여행 07 : 젊은 히말라야가 선물한 보배

해발 3200m 푼힐에 올랐다 돌아오는 트레킹에 처음 접어들었을 때 저 멀리 길이 보였습니다.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길바닥에 무엇인가 깔려 있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푸르게도 보이고 희게도 보였는데, 저는 그냥 콘크리트를 쳐서 바닥에 깔았겠거니 지레짐작하고 좀 낙담을 했습니다. 그러잖아도 대한민국에서도 질리도록 밟고다닌 콘크리트고 아스팔트인데 여기 네팔 히말라야까지 와서도 저런 콘크리트 계단을 타고 올라야 한다니……. 그러고 있는데 영주형 얘기가 들렸습니다. “저기 길에 바닥에 뭐가 깔려 있지? 저게 돌이야. 히말라야가 젊은 지형이라서 저런 돌이 많아. 살짝만 쳐도 편평하게 옆으로 잘 갈라져서 계단으로 쓰기에 아주 좋아. 우리나라로 치면 청석쯤 될까?” 역시 영주형이었습니다. 네팔에 대해서라면 모르는..

가본 곳 2015.03.27

네팔여행 06 : 지상 최대의 개판은 어디?

네팔은 정말 ‘개판’이었습니다. 사람이 사는 데는 반드시 개가 있었습니다. 첫날밤을 묵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 도심에서도 개를 볼 수 있었고 이튿날부터 3박4일 일정으로 푼힐을 목적지로 삼아 트레킹을 하는 곳곳에도 개가 있었습니다. 오르내리는 산길에도 우리가 머무는 산골마을에도 개는 있었습니다. 트레킹을 마치고 나와 1월 30일 하룻밤을 지낸 두 번째 큰 도시 포카라에도 개들은 넘쳐났습니다. 포카라에서 우리는 저녁 무렵과 새벽녘에 대로를 따라 산책을 하곤 했는데요, 여기서는 개 여러 마리가 우리를 졸졸 따라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러고는 다음날 석가모니 탄생지 룸비니로 옮겨갔는데요, 거기 광장을 중심으로 바닥에 길게 벽돌을 깔아놓은 길에도 개들이 많았습니다. 여기 개들은 성지 순례 등등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

가본 곳 2015.03.26

네팔여행 05 : 귀족 트레킹과 더 큰 설악산

네팔에서 트레킹을 한지 네댓새 정도 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살짝 미쳐버린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즐겨 먹던 김치·된장·고추장 이런 것들이 못 견디게 먹고 싶어지는 때문입니다. 네팔에는 한국인 트레커가 많았습니다. 푼힐 트레킹을 하는 도중에도 한국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5월 봄날 성수기하고 견줄 정도는 절대 아니라지만, 길 가다 만나지는 트레커들 가운데 3분의2 정도는 동양사람이었고 동양사람 가운데 적어도 절반은 한국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게스트하우스에서 점심이나 저녁 끼니를 때울라치면 옆 테이블에서 나는 김치 냄새를 심심찮게 맡아야 했습니다. 냄새에 이끌려 고개를 돌려보면 김치가 들어 있는 비닐봉지 옆에는 고추장을 담은 플라스틱통이 있기 일쑤였습니다. 우리 일행이 네팔에 가져간 반찬은 김..

가본 곳 2015.03.25

네팔여행 04 : 백두산보다 300m 높은 ‘언덕’

1월 26일부터 2월 6일까지 11박12일 가운데 우리는 3박4일을 히말라야 트레킹에 썼더랬습니다. 27일 아침 카트만두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동쪽에 있는 포카라공항까지 간 다음 곧바로 택시를 빌려타고 푼힐을 목적지로 하는 트레킹 출발 지점까지 갔습니다. 지금 돌아와 지도를 더듬어보니 해발 1100m 지점 나야풀이 거기였던 것 같습니다. 와서 보니 트레킹을 하는 길은 두 가지였습니다. 자동차도 다닐 수 있는 길과 사람이나 조랑말만 다닐 수 있는 길. 원래 트레킹 루트에는 자동차도 다닐 수 있는 길이 전혀 없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비록 비포장이기는 하지만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구간이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네팔도 산악 구석구석에 사람이 살고 있기 마련이기에 그 편리를 보자면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되는 ..

가본 곳 2015.03.24

네팔 여행 03 : 참 좋은 인사 '나마스테'

돌이켜 생각하니 참 '거시기'했습니다. 네팔로 여행을 떠나면서 네팔에서 인사할 때 뭐라 하는지조차 알아보지 않았으니 말씀입니다. 아마도 네팔에 아홉 번씩이나 다녀온 영주형과 동행이어서 그랬지 싶은데 어쨌거나 지금 생각하면 저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네팔에서는 이랬습니다. 아침에도 나마스테, 점심 때도 나마스테, 저녁 때도 나마스테, 밤에도 나마스테, 나마스테 하나면 다른 것은 필요가 없었습니다. 꼬마를 만나도 나마스테, 청년을 만나도 나마스테, 어른을 만나도 나마스테, 남자를 만나도 나마스테, 여자를 만나도 나마스테, 불교 절간서도 나마스테, 힌두 사원서도 나마스테 높은 사람한테도 나마스테, 낮은 사람한테도 나마스테, 갑(甲)한테도 나마스테, 을(乙)이나 병(丙)한테도 나마스테. 우리나라 가게에서..

가본 곳 2015.03.23

네팔 여행 02 : 트레킹에서 만난 람(2)

1. 4박5일 발품 팔아도 겨우 2만6000원 네팔 여행을 마치고 우리나라로 돌아온 지 한 달쯤 됐을 때였습니다. 우리나라 텔레비전에서 네팔 관련 방송이 나왔습니다. 네팔 여자 둘이서 2박3일 걸리는 거리를 걸어 짐을 배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짐은 40kg을 넘는다고 했습니다. 방송에서는 PD가 그 짐을 한 번 져 보는 시연을 했는데요, 남자인데도 제대로 못 지고 뒤로 넘어져 버둥거리는 꼴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네팔 두 번째 큰 도시 포카라에서 허름한 집에 사는 이 여자들은 다들 남편도 있고 아이들도 있습니다. 식구들 위해 한 푼이라도 벌려고 나선 걸음이겠지요. 여자들은 옷이 허름했고 신발 또한 적어도 운동화는 돼야 하지 싶은데 그냥 슬리퍼 수준이었습니다. 여정은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골짜기 이쪽 저쪽을..

가본 곳 2015.03.18

네팔 여행 01 : 트레킹에서 만난 람(1)

1. 키가 작고 어려보이던 람 네팔에 도착한 첫날 1월 26일 카트만두에서 하룻밤을 자고 이튿날 비행기로 두 번째 도시 포카라로 갔습니다. 포카라는 휴양·관광 도시로 많은 이들이 히말라야 트레킹을 시작하는 지점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포카라 공항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람입니다. 람이 들고 있는 조그만 도화지에는 매직펜으로 알파벳이 적혀 있었습니다. ‘KOREA PARK YOUNGJU.’ 영주(YOUNGJU)형은 이번 여행을 앞장서 이끈 대장이었거든요. 영주형이 이 친구랑 뭐라뭐라 하더니 우리한테 이름이 ‘람’이라 일러줬습니다. 람은 열대여섯 살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키는 160cm를 갓 넘었나 싶을 정도로 작고 살갗은 까무잡잡했으며 살결은 고왔습니다. 눈동자는 맑은 까만색이고 눈은 컸습니다. 쓸쓸한 기..

가본 곳 2015.03.15

임진왜란 승전과 참패가 엇갈리는 거제

거제경실련 2014 청소년 역사문화탐방(2) ◇ 해양 방위의 요충 '거제 바다'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제2기 청소년 역사·문화 탐방(11월 15~16일)은 임진왜란 유적을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첫 번째 나들이 주제인 거제에 (산)성이 많은 까닭(지역시민단체가 청소년역사탐방 하는 뜻 http://2kim.idomin.com/2729)과 임진왜란 당시 중요 해전이 거제 일대 바다에서 벌어졌던 까닭은 다르지 않습니다. 거제가 우리나라 해상 방위에서 으뜸 요충이었기 때문입니다. 요즘도 그렇지만 예전에는 더욱더, 뭍에서 떨어진 바깥바다는 조금만 바람이 불고 물결이 높아도 위험했기에 뭍(통영·고성)과 섬(거제) 사이 잔잔한 바다를 찾아다녔습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거제 바닷가 일대에 (산)성을 쌓았던 것이고 ..

가본 곳 201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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