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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총쇄록 답사기 (20) 기우제 지낸 자리 지금 모습은

험준한 산·절벽서 제사 올리며 백성 생각해 규모 최소화 하늘은 무심 “물 대기 고르게” 타일러도 날마다 다투는 송사 기우제 지낸 여항산·와룡정·주물진 등 실제와 거의 같은 묘사 가뭄은 모내기가 끝나는 5월부터 어린 벼가 쑥쑥 자라야 하는 6월까지 거의 두 달에 걸쳐 이어졌다. 하늘이 내린 재앙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농토가 갈라지고 곡식이 타들어갔으며 사람들 마음 또한 그와 마찬가지였다. 오횡묵은 만사 제쳐두고 윤6월 2일부터 이틀에 한 번씩 기우제를 지냈다. 그 하루 전날부터 기우제가 끝날 때까지 공무는 일절 보지 않았다. 여기서 말하는 공무는 조세를 거두거나 형벌을 집행하는 등 백성들을 족치는 일이었다. 반면 백성들과 더불어 가뭄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그치지 않고 이어졌다. 신통..

가본 곳 2023.05.30

함안총쇄록 답사기 (18) 지역민 사랑 독차지한 원효암·의상대

남녀노소 즐겨 찾으니 절 문턱 맨들맨들 소박한 당시 유일 사찰 칠석날 어린아이도 치성 수령도 시주에 적극 동참 원효암(元曉菴)과 의상대(義相臺)는 여항산이 북쪽으로 뻗어내리는 미산(眉山) 골짜기 가파른 비탈에 붙어 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일대에서 북한군과 유엔군이 격전을 벌이는 바람에 불에 타서 칠성각(七星閣)만 빼고 옛날 모습은 남아 있지 않다. 원효암과 의상대는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 한적하다. 하지만 130년 전 오횡묵 당시는 그렇지 않았다. 지금도 콘크리트 좁은 도로를 한참 올라가야 하는 깊은 산속인데도 그때는 그랬다. 오횡묵은 여기서 재를 지내기도 하였고 일반 백성들 또한 친근하게 여기며 즐겨 드나들었다. 오횡묵이 치성 들였던 자리 1890년 1월 22일 아침 오횡묵은 왕대비의 생일을 ..

가본 곳 2023.05.28

습지에 문화유산이 많은 까닭은

호랑이는 산중호걸? 호랑이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 가운데 하나다. 호랑이가 대륙을 향해 포효하는 모습으로 한반도를 표현하기도 하고 호랑이가 호시우행하는 그림은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의 상징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렇게 호랑이는 친근하게 여겨지고 사랑도 듬뿍 받는 바람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2015년 12월 개봉된 였다. 덩치가 엄청난 이 호랑이는 영물이었다. 인간의 얄팍한 간지(奸智)에 휘둘리지 않고 그 위에 서 있었던 것이다. 물론 결국에는 인해전술로 몰아붙이는 인간들에게 목숨을 잃고 말았지만, 대호는 마지막 장면조차 감동과 장엄 자체였다. 영화 에서 호랑이는 지리산에서 살아가다가 지리산에서 죽는 것으로 나왔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호랑이는 깊은 산중에 산다는 일반 상식과 맞아들어가는 ..

가본 곳 2023.04.27

부산 황학대의 진사 방치주 각자를 보면서

1. 부산 기장 죽성리 두호마을 바닷가 황학대에 새겨져 있는 글자들이다. 붉게 주칠(朱漆)이 되어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돌아다니면서 이런 각자를 통해 지역 역사를 짐작해보고 살피기를 즐기는 처지에서는 그런 까닭에 이런 주칠이 무척 반갑다. 옛날 처음 새길 적에는 주칠이 되어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지워져 지금은 바위에 글자가 새겨져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금 우리가 보는 비석과 바위벽 각자가 거의 모두 그렇다. 그래서 원래부터 글자에 아무 색칠이 되어 있지 않은 줄 알았다. 찾아봤더니 그렇지 않았다. 옛날에는 반드시 주칠을 했다. 옛사람들이 길가 바위벽에 글자를 새기고 빗돌을 세운 까닭은 오가는 사람들더러 보라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요즈음 플래카드와 같은 역할이었다. 옛날 비석이나 ..

가본 곳 2023.02.21

슬몃 젖어든 자연-사천

바닷속 생물 보금자리 갯벌은 역사의 현장이기도 사천만 갯벌 경남 최대 규모 바다의 허파 끝없이 펼쳐져 금문소공원·갯잔디 군락 아이와 게·고동잡기 체험도 ◇사천만 갯벌 경남에서 갯벌이 가장 넓고 좋은 데가 사천이다. 어림잡아 경남 전체 갯벌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사천에 있다고 해도 될 정도다. 사천만을 가운데에 끼고 있는 덕분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천만의 동쪽 사남면과 용현면 일대 갯벌이 산업단지로 매립되었어도 그 풍치와 경관은 여전히 대단하다. 바닷가에 바짝 붙어 놓여 있는 도로를 따라 산책하다 보면 곳곳에서 멋진 풍경을 만나게 된다. 해 질 무렵에 가면 사천대교 이쪽저쪽으로 석양에 붉게 물든 갯벌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게다가 서쪽에 있는 광포만 일대는 갯벌이 아직 옛 모습 그대로다. 아름다운 경관을 감..

가본 곳 2021.10.26

슬몃 젖어든 자연-밀양

억새와 습지 한눈에 가을을 맘껏 들이키고 삼랑진 탁 트인 풍광 '여백의 한가로움' 가득 수리시설·적산가옥 등 역사 흔적 고스란히 ◇삼랑진생태문화공원 삼랑진은 세(三) 물결(浪)이 만나는 나루(津)다. 서쪽에서 낙동강이 흘러오고 북쪽에서 밀양강이 내려오며 남쪽에서 남해 바다가 밀물 때 올라온다. 삼랑진생태문화공원은 밀양강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지점 바로 아래 강변에 있다. 물과 물이 부딪히면 흐름이 느려진다. 그러면서 여태 싣고 왔던 토양 성분과 유기물질을 내려놓게 된다. 공원은 이것들이 오랜 세월 동안 쌓이면서 만들어진 강변 둔치에 들어서 있다. 탐방의 시작점은 신대구부산고속도로의 낙동대교 다릿발이 우람하게 내리뻗은 자리다. 주차장과 운동장, 잔디광장을 비롯해 여러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다. 휴일 한나절에 ..

가본 곳 2021.10.25

슬몃 젖어든 자연-창원

산·바다·호수 하나 모자람 없네 람사르협약 인정한 습지·갯벌서 다양한 멸종위기 생물종 서식 진해만 둘러친 울창한 생태숲 사람 넉넉하게 품어 안아 아늑 ◇봉암갯벌 봉암갯벌과 맞닿은 마산 앞바다는 90년대만 해도 죽음의 바다였지만 지금은 사람이 들어가 수영해도 될 정도로 수질이 좋아졌다. 2000년대부터 행정기관·환경단체·지역주민·기업체가 힘을 모아 그 갯벌의 생명력을 되살려낸 덕분이다. 도심 한가운데 많이 오염돼 있던 갯벌도 지역사회가 역량을 모으기만 하면 생명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본보기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2008년 열린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가 봉암갯벌을 공식 방문지로 꼽았고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2009년 '잘 가꾼 자연유산'으로 선정했다. 이어 2011년에는 국토해양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

가본 곳 2021.10.24

슬몃 젖어든 자연-고성

다양한 생물 공존하는 들판 위 보물창고 국가중요농업유산 '둠벙' 많아 물고기·곤충·물풀 어우러져 자연존중 배우는 수리시설 생태공원·고분군 가족 나들이 해안가 '해지개길'걷기 좋아 ◇둠벙 고성에는 둠벙이 많다. 해안과 골짜기를 따라 펼쳐지는 농촌 들판 곳곳에 흩어져 있다. 둠벙은 논에 물을 대려고 만든 작은 웅덩이를 말한다. 옛날에는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물이 땅 밑에서 솟아나거나 지표를 흐르다가 고이는 곳에 만들어져 있다. 둠벙은 논이 발행해 준 생물다양성 보증수표다. 사람들은 필요에 따라 논에 물을 채우거나 뺀다. 환경이 바뀌는 데 따라 거기 사는 생물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논이 살기 어려우면 둠벙으로 옮겨가고 논이 살 만해지면 다시 논으로 들어간다. 둠벙은 인간이 이룩한 습지의 가장 현명한 활용 가..

가본 곳 2021.10.23

슬몃 젖어든 자연-함안

푸르름 속으로 첨벙 뛰어들기 연꽃테마파크 여름철 인기 가까이서 만져볼 수 있어 질날늪 물풀 풍경 만끽하고 아늑한 대평늪에서 산책도 ◇질날늪 질날늪은 풍경이 넉넉하고 푸근하다. 한나절 바라보아도 지루하지 않다. 여기저기 길가 나무 아래에 자리를 깔고 앉았으면 아늑한 느낌이 그대로 안겨든다. 법수면사무소에서 대송리를 향하다 보면 왼쪽으로 길게 나타난다. 르노삼성자동차함안부품센터를 끼고 오른쪽으로 들면 나지막한 산자락을 따라 길게 나무들이 숲을 이루었고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서도 조금 작기는 하지만 숲이 이어진다. 몽글몽글하고 느긋한 느낌으로 높이 솟지 않은 채 옆으로 넉넉한 품을 보여주는데 버드나무가 오랫동안 자라면서 둥치가 굵어진 결과다. 왼쪽 발밑에는 크지 않은 못이 있다. 거기서 눈길이 닿는 저 멀리까지..

가본 곳 2021.10.22

슬몃 젖어든 자연-합천 정양늪

수달 헤엄치는 정양늪 맘 놓고 깊은 숨 쉬어보기 여행은 이제 일상이 됐다. 이를 통해 휴식과 여유를 얻고 안목을 넓히며 사람도 사귄다. 그러나 한편으로 관행 여행에 대한 비판도 높아졌다. 지역에 약탈적이고 자연에 파괴적이라는 것이다. 대안은 생태여행이다.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역을 배려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생태여행도 에너지를 써야 하고 지역민을 위하는 데도 한계가 있으며 자연 또한 손상된다. 그래도 관행 여행을 조금이라도 대체할 수 있으면 좋다.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과 함께 생태여행지도의 밑바탕을 깔아보는 이유다. 시군별로 중심되는 한 군데를 정하고 함께 둘러볼 현장을 꼽았다. 6~11월(8월 제외) 넷째 주에 독자 여러분과 함께한다. ◇정양늪생태공원 정양늪은 규모가 아담하지만 깃든 생물이 많아 ..

가본 곳 202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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