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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사람이야기 69

경남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운동, 이렇게 시작됐다

노치수 경남유족회장으로부터 경남지역의 민간인학살이 알려지게 된 계기와 진상규명 운동이 시작된 과정을 정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2018년 4월 30일 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열리는 경남지역 민간인학살 희생자 합동추모제 행사에 배포할 책자에 실어 유족들에게도 그 과정을 알리겠다는 취지였다. 마침 과거 자료를 바탕으로 한 번쯤 기록으로 정리해둘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김주완의 개인적인 기억과 확인된 기록으로 재구성한다. 1999년 5월 6000여 시민주주의 힘으로 경남도민일보가 창간되었다. 1990년부터 기자라는 직업으로 살아온 나는 정말 이런 신문사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자본과 권력 눈치 보지 않고 취재하고 싶은 모든 걸 할 수 있는 신문. 모든 기자에게 꿈같은 일 아닌가. 우리보다 10년 먼저 창간했던 ..

영화 미스 프레지던트를 어떻게 볼 것인가?

얼마 전 시사회를 통해 김재환 감독의 영화 를 봤습니다. 박정희와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신(神)처럼 떠받들고 따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영화는 착실히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모습을 담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끝내 탄핵 당하자 망연자실하며 괴로워하는 모습까지 덤덤하게 보여줍니다. 어떠한 관점도 없습니다. 김재환 감독의 이전 영화로 볼 때 마지막에 어떤 반전이 있을 거라 기대했던 사람들은 끝내 그런 장면 없이 허무하게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을 보며 당혹해 합니다. 감독은 아무런 힌트도 주지 않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이랄 수 있는 농부 조육형 씨와 김종효 씨 부부의 생각과 행동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이냐는 오로지 관객의 몫입니다. 그들 또한 암울했던 시대의 피해자일 뿐, 그런 ..

배짱과 뚝심의 저널리스트 최승호 뉴스타파 PD 인터뷰

"또 영화 찍는다면 재벌이나 4대강 사업 문제 다룰 것"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영화 을 본 후 잠시 자문해봤다. '나라면 저걸 취재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아예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 같았다. 지역신문 기자라는 한계도 있겠지만, 내 선입견 속 국정원의 벽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특히 국정원이 증거로 제출한 중국 화룡(허룽)시 공안국이 발급했다는 출입경 기록이 조작된 것임을 밝혀내는 최승호 감독의 패기에 나는 더 기가 죽었다. 설마 국가기관이 중국 외교문서까지 조작한다는 것은 내 상상력을 벗어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영화 내가 이런 생각을 최 감독에게 털어놓자 그는 "김 국장도 그 당시 제 입장이었다면 자연스럽게 의문을 품었을 거예요"라며 이렇게 설명했다."왜냐면 저희..

"시민에게 자부심 주는 성심당, 취재과정도 행복했어요"

[인터뷰] 저자 김태훈 씨1987년 6월 민주항쟁 때 대전의 빵집 성심당 직원들은 유니폼을 벗고 시위대에 잠입, 빵과 비닐랩(최루탄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을 나눠주었다. 전경들에게도 빵과 물을 나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경찰은 성심당을 보건범죄로 엮어 사법처리를 시도했다. 징역 5년 이상에 해당하는 중범죄였다.그러나 검찰의 기소 직전, 노태우의 6·29 항복선언이 나왔고 성심당 업주는 무혐의로 풀려났다."그런데 얼마 있지 않아 경찰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표창장을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시위 현장에서 고생하는 전경들에게 빵과 물을 나눠 줘서 고맙다는 이유에서였다."이 부분을 읽는 순간 '풉'하고 실소가 터져 나왔다. 최근 출간된 (남해의봄날, 이하 )에 나오는 이야기다. 참고로 성심당은 대전..

이용식 교수의 황당 주장에 대한 외과의사의 일침

또 새로운 기인이 한 명 탄생했다. 건국대병원 의사라는 이용식 교수 이야기다.그는 "물대포를 맞고는 두개골이 깨지지 않는다"며 자신이 직접 물대포를 맞는 실험을 해보겠다고 공언했다.그의 황당한 주장에 한 외과의사가 이런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봐야만 아는 사람은 멍청한 것일뿐. 저런 놈과 동시대에 같이 의사질한다는 것이 심히 부끄럽습니다. 에라이!"

사람에겐 지능지수와 기질보다 관점이 중요하다

OTvN에 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거기서 김경일 아주대 교수의 인지심리학 강의를 들었는데,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다. 메모해둔다. -전문지식 또는 전문성이란 특정한 분야에 대한 반복적인 연습과 훈련을 통해 뇌 속에 다수의 정보를 기억시킴으로써 더 익숙하고 노련해진다는 것을 말한다.그러나 이런 전문지식은 관점이 나아지는 것과 별 관계가 없고, 지혜로워지거나 좋은 생각을 하는 것과도 다르다. 즉 연습을 많이 하여 무언가에 노련해지거나 익숙하다는 게 사람을 더 똑똑하고 지혜롭게 만드는 것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익숙함으로서 더 바보스럽고 고집스럽게 행동하거나 오답이 더 많아진다. 익숙하고 친숙해진다는 게 머리를 더 논리적으로 만들어주는 것도 아니다. 왜냐면 인간은 익숙한 것을 정답이라고 착각한다. 사람은 근본..

우리가 사람 이야기에 주목하는 까닭

얼마 전 경남도민일보 남석형 기자가 '낙동강 어민의 삶'이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3회에 걸쳐 신문에 연재되었는데요. 낙동강 어민 김무생(69) 씨를 주인공으로 삼아 쓴 '이야기 기사'였습니다. 그의 나이 스물아홉이던 1977년 결혼과 함께 시작한 낙동강 어민의 40년 삶을 통해 강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담담히 풀어쓴 이야기였습니다.저는 '녹조로 뒤덮인 낙동강', '수질 오염 심각' 등의 이른바 스트레이트 기사보다는 이 기사가 훨씬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정부 관계자나 어용학자들이 터무니없는 말로 어민들을 속이고 회유해놓고선 나중에 '나 몰라라' 하는 대목에선 분노가 치솟기도 했습니다.그렇습니다. 저는 무생물이 아니라 생물, 구체적인 사람을 주어로 하여 쓰는 기사가 신문지..

진주 김장하 선생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

※계속 추가될 예정입니다. 김장하 선생에 대한 여러분의 기억이나 추억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댓글로 올려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이인안 어릴 때 저희 동네에서 한약방을 했어요 당시 사천군 용현면 선진리 흔히들 '석거리'라고 불렀던 곳. 언제부터 거기서 한약방을 했는지는 모르겠고.. 진주로 한약방을 옮긴건 제가 초등 4~5학년? 암튼 어릴 때부터 워낙 훌륭한 분이라는 얘길 어른들로부터 많이 들어 우리는 거의 세뇌수준^^김장하 선생님이 장학사업을 하기 전이니 그 전 한약방을 운영하면서부터 그 인품과 실력이 모든 분들에게 존경의 대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릴 적 넓은 마당이 있던 석거리 남성당 한약방은 우리들의 놀이터였습니다 마당이 넓고(물론 초등학생의 눈높이) 항상 먹을 것이 많아 틈만 나면 친구들과 그 집에서 ..

초선 국회의원 김두관에게 지금 필요한 것

재작년쯤이었을 게다. 진주에서 몇 번 선거에 출마한 적도 있는 한 정치인을 만났다. 대뜸 그가 내게 물었다. “김두관 (전) 도지사가 김 국장 말을 가장 잘 듣는다고 하던데, 왜 중도사퇴하고 나갈 때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느냐?” 순간 당황스러웠다. 김 전 지사와 동향이고, 내가 학생이던 시절부터 알고 지냈으니 오래된 사이긴 하다. 하지만 평소 정치적 진로나 거취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사이는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정치인으로, 내가 기자로 서로 다른 길을 걸으면서 당연히 ‘불가원 불가근( 不可遠 不可近)’의 관계가 된 것이다. 그러니 도지사직 중도사퇴 때도 전혀 의논한 적 없다. 그래서 잠시 멈칫한 끝에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기자입니다. 기자가 정치인에게 글로 말하지 않고, 입으로 조언이나 ..

아주 신사적인 찜질방 도둑님 보시길...

모처럼 오랜 지인들을 만나러 세종시에 왔다. 우리 일행은 모두 6명. 다들 저녁은 먹고 만난 터라 간단히 맥주를 한 잔 하고, 세종시에서 나름 시설이 좋다는 찜질방으로 갔다. 샤워를 하고 담소를 나눈 후, 시간을 보니 이미 밤 열두 시. 다들 잠자리에 들었다. ​ 그런데 자려다 보니 내 손목에 탈의실 옷장 열쇠가 보이지 않았다. '분실한 건가?' ​ 생각해보니 탈의실에서 찜질복을 입고 열쇠를 거기 꽂아 둔 채 온 것 같았다. 탈의실로 갔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혹시 그 사이에 누군가 이걸 보고 내 지갑이나 가방을 훔쳐 갔다면 어쩌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옷장을 열었다. ​ 청바지 뒷주머니에 꽂힌 지갑이 반쯤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꺼내서 점검한 결과 역시 도둑이 손을 댄 건 사실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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