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이런 저런 생각-김훤주 182

곽재우 이병철 생가 탐방과 세월호 유병언

며칠 전 의령에 갔더랬습니다. 담장과 건물이 모두 의젓한 정곡면 중교마을 이병철 생가도 들르고 현고수와 은행나무가 장한 유곡면 세간마을 곽재우 생가도 들렀습니다. 30분 남짓씩 머물렀는데 그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의병장 곽재우 생가를 찾는 발길은 드문드문 이어졌습니다. 삼성그룹을 창업한 이병철 생가는 보수 공사로 공개조차 되지 않는 상황인데도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찾았습니다. 곽재우는 임진왜란이 터지자 본가·외가 재산을 모두 털어 의병을 모으고 전투에 나섰습니다. 기강나루전투와 정암나루전투에서 왜적을 무찔러 낙동강 서쪽 영남 내륙과 호남을 지켜냈습니다. 원래부터 본거지였던 의령은 물론 창녕·합천 등지에서도 용맹을 떨쳐 그이와 관련된 숱한 전설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란이 끝난 뒤 행적 또..

책 읽는 보람 : 떡이 먼저일까? 밥이 먼저일까?

인제대학교 이영식 교수가 2009년 3월 펴낸 을 보면 84쪽과 85쪽에 시루 이야기가 나옵니다. 먼저 말해두자면 이 책은 옛적 가야 사람들의 삶을 잘 그려놓고 있어서 저는 읽으면서 ‘아 그렇구나’, ‘아 그랬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인 적이 한두 차례가 아니었습니다. 스크루를 전기 따위 동력으로 움직여 배를 나아가게 하는 지금은 물이 깊고 밀물과 썰물 차이가 적은 데가 좋은 항구지만 그렇지 않았던 옛날에는 갯벌이 발달하고 밀물과 썰물 차이가 큰 데가 좋은 항구였다는 지적(41쪽)이라든지, 경북 고령 대가야의 건국신화에 나오는 대가야왕(형) 뇌질주일(腦窒朱日)과 금관국왕(동생) 뇌질청예(腦窒靑裔)를 제각각 ‘붉은 해’와 ‘새파란 후예’라고 단박에 정리해 버리는 장면(152쪽)에서는 더욱 그랬습니다. 말하자..

지역 인문학 민간 조직은 어떻게 가능할까?

지역 인문학 협동조합을 꿈꾼 근거 지역 인문학은 없거나 적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지역에서 지역 인문학을 할 사람이나 소재는 넘친다고 봤습니다. 지역 인문학을 들을 사람도 넉넉하게 많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면서 지역 인문학을 강의할 사람과 들을 사람을 묶어내고 모아내는 틀로 협동조합을 생각했습니다. 필요한 사람들이 자발해서 모이는 조직이 바로 협동조합이고 그 안에서는 누구나 똑같이 권리를 누리고 의무를 지기 때문입니다. 주체와 객체의 구분·대립, 주는 이와 받는 이의 구분·대립을 협동조합 조직 활동 속에서 어느 정도 필요한 만큼 해소할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리고 아직 누구도 하지 않은 영역이 바로 지역 인문학이니만큼, 이런 자발성과 평등성을 바탕삼아 지역 밀착과 생활 밀착으로 나아가면 언젠가는 ..

<또 하나의 약속>을 보는데 거미가 생각났다

영화 을 봤습니다. 보는 내내 거미가 생각났습니다. 거미는 끈끈한 거미줄을 쳐서 잘 움직이지 못하게 해서 먹이를 잡고 자기 소화액을 찔러넣어 먹기 좋은 상태로 만듭니다. 거미가 볼 때는 소화액이지만 먹이 처지에서는 독이지요. 거미한테는 자르거나 씹는 이빨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소화액을 집어넣어 먹이를 물렁물렁한 액체 상태로 녹인 다음 빨아먹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거미한테 잡아먹힌 것들은 바싹 마른 채로 껍질만 남습니다. 영화는 익히 알려진 스토리여서 무슨 반전 효과는 없었지만 곳곳에 여울이나 굽이를 만드는 장치를 집어넣어 놓은데다 훌륭한 대사도 적당하게 섞여 있고 배우들 연기도 나름 좋은 완성도 높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영화 속 한윤미가 공장에 들어간지 이태만에 백혈병에 걸려..

진리에 이르는 가장 멋진 방법은 놀이다

무척 깁니다. 200자 원고지로 100장 넘는 분량입니다. 2013년 7월 31일 남해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아침 아홉시부터 정오까지, 세 시간 동안 했던 ‘경남 문화관광해설사 신규 양성 과정’ 강의 내용입니다. 어쩌다 보니 제게 맡겨진 강의였는데, 저는 이를 기회 삼아 그동안 ‘갱상도 문화공동체 해딴에’를 운영하면서 얻게 된 이런저런 경험과 생각을 한 번 정리해 봐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그 결과로 이렇게 긴 글이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많은 이들에게 한 번 읽어보시라 권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요, 관심이 있으시거들랑 한 번 보시라 말씀밖에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갱상도 문화공동체 해딴에는, 경남도민일보 자회사인데요 예비 사회적 기업이기도 합니다. 여행/체험, 스토리텔링 콘텐츠 개발 제작. 마을 만들기/도랑 살리..

진학 또는 취업 앞둔 고3들에게 권함

고3 학생들, 진학이나 취업 앞둔 지금 무엇을 하면 좋을까를 한 번 생각해 봤습니다. 11월 18일 MBC경남 의 ‘세상 읽기’에서 이런 얘기를 풀어놓았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고등학교 졸업을 하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다는 현실에 바탕한 것입니다. 김훤주 기자 : 11월 7일 수능이 치러졌습니다. 이번 세상 읽기에서는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이 나름대로 일상생활을 하면서 무슨 일을 하면 좋겠는지를 한 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서수진 아나운서 : 앞으로 수시 정시 같은 대학 입학 시험이 마무리되면 우리 학생들에게는 방학 같은 상황이 오래 계속될 텐데요, 이 때 무엇을 하면 좋겠는지 한 번 얘기해 보면 좋겠어요. 여태 살아온 고장을 알지 못한 채 떠나는 고3들 주 : 저는 우리 지역 학생들 처지를 한 번 생..

이 할머니에게 건널목 신호등은 무엇일까?

창원 반송동 대동그린코아아파트 앞 건널목입니다. 왕복 7차로 도로를 세로지릅니다. 오늘 6일 창원천을 살펴보러 왔다가 이런 모습을 눈에 담았습니다. 아주 오랜 옛날 일이지만, 다리가 좋지 않아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이 여기 건널목을 건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마 작심한 듯이 서둘렀지만 녹색 신호등이 빨간 신호등으로 바뀌고 나서도 한참 동안을 도로 위 건널목에 걸쳐 있어야만 했습니다. 기억 속 풍경에서 그 어르신 둘레는 조용했습니다. 조용하다 못해 고요할 지경이었습니다. 이 옛날 생각을 하고 있는데, 건너편 맞은편에 할머니 한 분이 나타났습니다. 멀리서 보기에도 많이 늙으신 듯했습니다. 걸음걸이가 불편하시겠지, 정해진 시간 안에 건널 수 있을까? 문득 드는 이런 생각에 앞뒤 사진을 찍기로 했습니다...

김해국립박물관 흙목걸이 앞에서

김해국립박물관에 가면 흙으로 빚은 목걸이가 있습니다. 옛적 가락 시절 또는 그 전부터 살았던 사람들이 만든 물건이겠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남자가 아닌 여자들이 만들었을 것입니다. 저는 이 박물관에 갈 때마다 여기 이 물건에다 눈길을 주곤 합니다. 아시는대로 이 물건이 좋다거나 예쁘다거나 해서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사람들의 또는 여자들의 꾸미고 싶어하는 마음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또 얼마나 뿌리 깊은지 등등 가늠을 해보는 것일 따름이랍니다. 흙이라는 물건이 그다지 아름답지 않음은 누구나 다 아는 노릇입니다. 그런데도 그것을 저렇게 꼬부리고 오무리고 모양을 만들어 실에 꿰어서는 당시 사람(여자)들이 목에 걸었습니다. 별로 예쁘지는 않은데도 저렇게 멋을 부리려고 했습니다. 사람 마음이 무엇을 움직여서..

유모차 타는 갓난애, 유모차 미는 할머니

산천경개가 아름다운 함양에서 본 모습입니다. 함양은 군내버스 노선이 매우 알찹니다. 특히 읍내에서 유림을 들렀다가 마천까지 간 다음 추성 골짜기로 들어가는 노선은 둘레 경치가 아주 빼어납니다. 결혼 이주 여성인가 봅니다. 아이가 셋입니다. 요즘 보기 드물게 아이가 셋씩이나 있어서 그런지, 어쩌면 저 사람 부부 사이가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설핏 들었습니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저랑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만. 유모차를 타고 있는 아이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안되는 반면, 같이 있는 두 아이는 분명히 여자였습니다. 어쩌면 아들을 하나 얻으려고 하다가 저렇게 셋째까지 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이 뭐라고, 지금은 이미 남녀 평등을 지나 여성이 훨씬 살기 좋은 쪽으로 나가고 있는데, 왜..

싸이, 웃자는 일에 죽자고 덤비는 꼴이라고?

'오빤 강남스타일', 모두 좋기만 할까 저도 사실 웃자고 하는 일에 죽자고 덤벼들 그런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이런 기록이 하나 정도 있는 편이 그렇지 않은 편보다는 낫겠다 싶어 쓰는 글입니다. 가수 겸 작곡가 싸이가 부르는 '오빤 강남 스타일'에 대해서입니다. 제가 견문이 적은 탓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오빤 강남 스타일'에 대한 글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대부분 칭찬 또는 찬양입니다. 아니면 이 노래가 얻은 인기나 싸이가 이 노래로 미국에서 거둔 성공을 다룹니다. 그러면서 그런 인기나 성공의 원인을 찾아봅니다. 알고 보면 무척 단순한데, 거기에 무슨 심오한 까닭이 있는 것처럼 구는 모습도 자주 보입니다. 가수 싸이라서 성공할 수 있었다, 노랫말이 따라 부르기 쉽고 곡조도 어렵지 않다, 이른바 '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