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우후죽순 골프장, 문제는 없나

골프장 들어서면 마을엔 어떤 일이?

기록하는 사람 2008. 9. 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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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김범기 기자는 지난 7월부터 '우후죽순 골프장, 문제는 없나'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의 골프장 건설 붐을 진단하는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놀라웠던 것은 그동안 골프장 건설에 줄곧 반대 목소리를 내온 환경단체들이 의외로 골프장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더라는 겁니다. 국내 골프장의 경영실태와 구체적인 주민 피해 및 환경파괴 사례는 물론, 가까운 일본의 골프장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고 있는 환경단체나 전문가를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막연하게 "골프장은 '녹색사막'이며, 관광 효과는 물론 주민 고용효과도 별로 없이 식수고갈과 오염 피해만 준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근거와 사례를 알려달라고 하면 다들 입을 다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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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서 날아드는 골프공으로 인한 피해에 항의하는 한 농가의 펼침막. 기사엔 안나오지만 한 골프장에 전화해 물어봤더니 골프공을 주워다 갖다주면 하나에 250원~270원을 준단다. 그야말로 껌값도 안된다. 요즘 제일 싼 껌 한통이 300원인데./김범기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식수원 고갈(또는 오염)'이었습니다. 골프장에서 지하수를 마구 끌어올려 쓰기 때문에 인근마을의 지하수가 말라버려 주민들이 물을 먹을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행정기관이 상수도를 설치해줄 수밖에 없고, 결국 골프장 때문에 쓰지 않아도 될 우리의 세금이 드는 것은 물론 주민들은 물지않아도 될 수도요금을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실제 골프장 때문에 식수원이 말라버린 마을의 사례를 우리에게 알려주지 못했습니다.

결국 김범기 기자는 홀로 경기도와 전라남도, 경상남도 일대의 골프장과 그 인근마을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례를 수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래는 김범기 기자가 어렵게 찾아낸 식수고갈 사례와 골프장 업자의 약속 위반, 골프공으로 인한 피해, 골프장으로 인한 세금 낭비 사례들입니다.

마을 인근에 골프장 들어서면 어떤 일이?

"골프장을 지으려할 때는 주민들한테 일자리도 생기고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둥 온갖 감언이설을 늘어놓더니, 막상 완공되고 나선 모두들 '나 몰라라' 한다."

"골프장이 생겨 주민한테 이익되는 건 거의 없다. 골프장은 안 생기는 게 제일 좋고, 정 못 막으면 주민들이 똘똘 뭉쳐 반드시 공증을 받아야 한다."

경남을 비롯해 경기, 전남, 전북 등 골프장 인근에 있는 여러 마을을 다니며 주민들을 만나본 결과, 한결같이 골프장에 부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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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시 다도면 주민들이 내건 골프장 업체 규탄 펼침막들. /김범기

◇"지역발전 약속하고선 모른 척" = 지난달 중순 전남 나주시 다도면 나주호 인근의 한 36홀 골프장 입구. 무더운 날씨에도 마을주민 70여 명이 천막을 치고 곳곳에 깃발과 펼침막을 내건 채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이 골프장을 조성했던 한 중견 건설업체가 사업설명회 때 △지역발전기금 △환경보전기금 등을 해마다 내놓겠다고 주민과 약속했지만, 1년 넘게 이를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도발전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은 정동안 씨는 "나주호의 아름다운 풍경을 팔아 장사를 하면서도 지역발전은 외면하고 자기 잇속만 차리고 있다"며 "더는 참지 못해 싸움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25개 마을 이장과 농민회·부녀회·의용소방대 등 다도면에 적을 둔 15개 사회단체로 구성돼 있었다. 사실상 면민 전체가 뜻을 함께하고 있는 셈이다.

농성장에서 만난 주민은 "고용창출이라고 해봤자 잔디를 깎거나 풀 뽑는 비정규직 일용잡부 몇 명이 전부"라며 "세상 물정 몰라 공증을 받아놓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목소릴 높였다.

◇"하느님, 지하수 절도범 잡아주세요" = "골프장 사장선생님! 잔디는 우리 지하수 먹고 잘 자랍니까. 우리는 먹을 물이 없어 목 말라 죽을 지경입니다.", "지하수를 절도당하고도 고발할 곳이 없습니다. 하느님, 절도범을 잡아 고발 좀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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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사장선생님! 잔디는 우리 지하수 먹고 잘 자랍니까? /김범기


전남 화순군 도웅리의 한 골프장. 개장을 앞둔 27홀 규모 골프장 입구는 마을주민이 내건 이런 내용의 펼침막으로 가득했다.

이정달 이장은 "지난해 8월부터 지하수 양이 줄더니 골프장에 잔디가 깔리면서 지금은 완전히 말랐다"며 "하지만, 골프장측은 나 몰라라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잘 나오던 지하수를 못 쓰게 되면서 주민들이 공사비를 스스로 부담해 수돗물을 사용하고 있다"며 "후손을 위해 장학재단 등을 요구하지만 들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화순읍사무소 관계자는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지하수가 마른 것은 사실"이라면서 "(우리로선) 주민과 골프장 사업자 간에 협의가 잘 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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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기.

◇"골프공 삽니다. 최고가 매입" = 경남 창녕의 한 골프장 인근 마을. 마을 입구 전봇대에는 '골프공 삽니다'는 문구가 나붙어 있다. 마을과 골프장 주변에 골프공이 흔하다는 방증이다.

마을의 한 어르신은 "골프장이 처음 생겼을 때는 시도 때도 없이 골프공이 날아들었다"며 "하지만, 골프장 사업자는 지붕 등이 부서지면 딱 그것만 고쳐줬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장 사업자에게 10년 넘게 요구해 6년 전 쯤 겨우 그물을 설치해주더라"며 "그러나 그물 높이가 낮아 요즘도 가끔 골프공이 집안에 날아든다"고 말했다.

골프장 덕분에 좋은 점은 없냐고 물었더니, 그는 "골프장에서 일용잡부로 일하는 주민 몇 사람 말고는 좋을 게 없다"며 "골프장에서 인근 마을 농산물을 사 주는 것도 아니고 득이 되는 게 없다"고 말했다.

◇"도로 등은 절로 좋아지더라" = 골프장이 들어서면 주민에게 좋은 것도 있다. 도로와 상수도 등 고질적인 민원이 잘 해결된다는 것이다. 골프장 건설이나 이용객의 불편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주민의 세금으로 골프장의 민원을 지방자치단체가 해결해준 셈이다.

전국 자치단체 중 골프장이 가장 많은 경기도 용인시. 1970년대 가장 먼저 골프장이 들어선 인근 마을 촌부의 말은 이런 현실을 잘 드러냈다.

70살이 넘었다는 어르신은 "전기나 물이 들어오지 않던 마을에 골프장이 생기면서 한 번에 해결됐었다"며 "골프장이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경남도내 한 골프장 인근 마을 어르신도 비슷한 이야길했다.

그는 "80년대 골프장을 만들 당시에는 자치단체나 경찰서까지 나서 마을 주민들을 으르거나 달랬다"면서 "세 수입이 되서 그런지 모르지만 지금도 다른 곳보다 도로 사정이 좋다"고 말했다.

/김범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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