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경남신문의 베껴쓰기 넘은 훔쳐쓰기

김훤주 2017. 3. 27.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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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남도민일보 기자다. 경남신문 기자들과 같은 업계에 종사한다는 말이다. 나름 사정도 짐작이 되고 여러 어려움도 같이 느낀다는 얘기다. 

어쨌거나 326일 일요일 사람 만날 일이 있어 마산 창동 한 카페에 갔다. 시간이 남았기에 거기 있는 경남신문(324일 금요일치)을 뒤적이다가 4면에 눈이 머물렀다

이런저런 기사들이 나열되어 있었는데 모두 아홉 꼭지였다. 한 기자가 그 가운데 네 꼭지를 썼다고 되어 있었다. 비중이 높은 머리기사와 두 번째 기사와 세 번째 기사 그리고 조그만 기사 하나가 그이의 몫이었다

머리기사는 어느 지역에서 일어난 일인지 적혀 있지 않았다.(아마 호남?) 그리고 두 번째와 세 번째 기사는 발생 장소가 서울과 대전으로 서로 달랐다. 기자 한 명이 두 현장을 동시에 찾아갔고 그에 더해 어디에선지는 모르지만 다른 사건까지 챙겼다.  

이거 이상하다.’ 싶은 생각이 들어 연합뉴스 기사를 검색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연합뉴스 기사를 거의 그대로 옮겨 놓았다

1. 한 기자가 동시에 대전과 서울에서 출고?

연합뉴스는 뉴스 도매상이다. 신문·방송 같은 뉴스 소매상과 정부기관 등등에 돈을 받고 기사를 판다. 물론 기자 명의까지 파는 것은 아니다

뉴스 소매상이 연합뉴스 기사를 가져다 쓸 때는 반드시 연합뉴스 ○○○ 또는 ××× 기자의 기사임을 밝힌다. 그렇지 않으면 도용(盜用)이다모든 신문·방송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기준이다

누가 생산한 기사인지 명확하게 해야지 저작권이나 오보 등에 따른 책임 소재를 제대로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경남도민일보에서 이런 일이 났다면 편집국이 뒤집혀도 스무 번은 더 뒤집혔을 것이다

신문지면 20면 또는 24면 가운데 그냥 스쳐지나가도 괜찮은 지면은 하나도 없겠지만, 그래도 나름 신문의 독특한 색깔을 보여주는 정치면의 원투쓰리 기사가 모두 연합뉴스 것이었다그대로 갖다쓰면서도 연합뉴스 기자 이름을 지우고 그 자리에 자사 기자 이름을 집어넣었다. 마치 그 기자가 쓴 듯이.

정말 미안하지만, 나도 이런 악역은 하고 싶지 않다.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동병상련 비슷한 감정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기사 쓰고 지면 메우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사실을 나름 절감하는 연배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지난 2~3년 동안은 다른 매체 비판하는 일을 그야말로 삼가 왔다

그래도 이것은 아니다. 지나치다. 동종업계 종사자가 이런 지경이니 다른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소비만 하면 되면 일반 독자들은 어떨까. 내가 몸담은 신문사 일은 아니지만 내가 다 부끄러워졌다

기사 본문을 갖고, 연합뉴스 기사를 중심으로 삼아 얼마나 같고 무엇이 다른지 한 번 살펴보았다. 이건 베껴쓰기가 아니라 훔쳐쓰기 수준이다. 개인 자격으로나마 경남신문의 맹성을 촉구한다.(괄호 안은 경남신문에서 신문 지면에 적은 내용이다.)

1. 24일치 4면 머리기사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현장투표 자료 유출 파문'으로 초반부터 덜컥거리고(삐걱대고) 있다.

당 선관위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형사고발 가능성도 언급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캠프 관계자들은 이미 유출 추정 자료가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등 '엎질러진 물'(사후약방문)이라면서() 불만을 터뜨리고 있어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여기에 각 캠프는 선거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상대 캠프의 유출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불신이 골이 깊어지고 있어 이후 경선에서의 진통이 예상된다.

다만 이날 3년 만에 세월호 인양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서로 공세를 자제하자는 분위기도 감지됐다.(삭제)

유출 후폭풍에 '벌집 쑤신 듯'(삭제) 당 수습책에도 캠프 반발 = 민주당 선관위는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서 즉각 진상조사위를 꾸려 사실 파악을 시작하고 범죄행위가 드러나면 형사고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자칫 민주당 경선이 휘청일 수 있는 상황에서 파문이 더 확산하기 전에 진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삭제)

아울러 당 선관위는 "(유출 추정 자료는) 어깨너머로 본 정도의 의미이며 신뢰할 수 없는 자료"라면서 "이런 방식은 후보자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각 캠프의 반발은 이어졌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전주 기자간담회에서 "개표결과를 그때그때 발표해 당당하게 국민에게 보여주고, 이를 통해 경선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캠프 관계자는 "재발방지는 당연하고, 문제는 지금 이미 선거에 영향을 미친 것에 대해 어떻게 수습할 것 인지인데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측에서도 즉각적인 진상조사와 함께 홍재형 선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각 캠프는 이번 유출 사태가 특정 캠프의 의도적 행위일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공방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안 지사 측 박영선 의원멘토단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문 전 대표 측이 '정확한 수치도 아니고 확인된 것도 아니다'라고 발언한 데 대해 "문 전 대표 측에서는 이것이 가짜뉴스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이 부분에 대해 당의 분명한 입장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 측 정성호 의원도 "조직적으로, 의지적으로 노력하지 않고 어떻게 결과를 취합할 수 있겠느냐""자연스럽게 유출됐다고 보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당 진상조사위가 조사를 거쳐 만에 하나라도 특정 캠프에서 유출한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에는 파장이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세월호 인양일 겹쳐(삭제)  확전 자제 분위기도"판 깰 사안 아냐"(삭제) = 다만 지나친 확전은 좋지 않다는 의견도 각 캠프에서는 흘러나온다.

한 캠프 소속 관계자의 경우 사견을 전제로 '현장투표 무효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에 대해서는 세 주자 캠프 모두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나친 이전투구로 흐를 경우에는 공통의 지상과제인 정권교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 경우 싸움을 주도한 캠프가 역풍에 처할 우려도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전주 기자회견에서 "200만 넘는 국민이 참여해서 민주당 경선이 축제의 장으로 됐는데, 축제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해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안 지사 측 관계자도 '판이 깨질 수도 있나'라는 질문에 "전혀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시장도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출 논란 때문에 경선을 보이콧할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기류에는 이날 세월호 인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인양을 앞에 두고서 '권력 다툼'을 하는 모습으로 비친다면 야권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자들은 이날 메시지의 무게중심을 유출 논란보다는 세월호 인양 문제에 두는 모습도 보였다.(삭제)

2. 24일치 4면 두 번째(사이드톱) 기사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23오전 시내 한 음식점에서(서울에서) 조찬 회동을 하고(갖고) 비문(비문재인) 진영 후보단일화 등을 논의했다.

정 전 총리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새로이 펼쳐질 정치에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다""3지대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새로운 정치를 얘기했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그는) 이어 비문 진영 후보 단일화에 대해선 "(대선 후보 등록일인) 415일 이전에는 물론 방향이 결정돼야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그 전에 여러 번 모임을 해야지 않겠느냐"라며 "그 이전이라도 행동이 있어야 한다"강조(삭제)했다.

그러면서 "(비문) 단일후보에 대해 깊은 얘기는 나누지 않았지만, 항상 제가 말씀드리듯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모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연락할 지 여부에 대해선 "지금은 그럴 계획은 없다. 우리끼리 얘기해야지"라고 답했다.(삭제)

김 전 대표는 회동 후 기자와 만나 415일 전 후보 단일화에 대해 "나중에 두고 보면 아는 것"이라며 더이상의 언급을 삼갔다.

김 전 대표는 회동 전에는 "대선이 길게 남지 않았으니 불과 415일 이전에는 뭐가 되도 되지 않겠느냐"라며 "일단은 각 당 경선이 끝나야지 후보가 누가 돼야 하느냐를 협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선후보라는 분들이 막연하게 대선 후보만 되면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겠느냐"라며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상황을 여러가지로 생각해볼 때 나라가 정상적으로 가려면 어떻게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서로가 감지하고 알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직접 대선후보로 나설 것이냐'는 질문에 "그건 상황을 봐야 안다"며 여지를 남겼다.

김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지난 16일 남경필 경기도지사 및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참석하는 '국난극복과 개혁을 위한 비상시국회의' 조찬 회동을 개최하려 했으나 일단 연기한 바 있다.(삭제)

두 사람은 기성 정당에 몸담지 않고 '3지대'에 머물면서 대연정 논의의 공론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동 결과에 관심이 쏠렸다.

조찬에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과 김 전 대표의 측근인 민주당 최명길 의원도 자리했다.(삭제)

3. 같은 날짜 같은 4면 세 번째 기사

자유한국당 대선주자인 홍준표 경상남도지사는 23"더는 정치인들이 세월호를 갖고 정치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뒤로 옮김)

홍 지사는 이날(삭제) 대전 국립현충원을 방문하고 나서 기자들과 만나 "전 국민이 가슴 깊이 추모해야 할 사건을 걸핏하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걸핏하면 정치적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다"이같이 밝혔다.(삭제) 앞에서 옮겨온 글

세월호 인양이 본격화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주자들이 전라남도 진도 팽목항을 찾는 등 '세월호 민심' 끌어안기 행보를 보이는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홍 지사는 "젊은 학생이 대부분인 희생자를 3년 동안 정치권에서 얼마나 정치적으로 이용했느냐"고 반문하면서 "(세월호가 인양돼) 목포항으로 오면 한번 가겠다"고 덧붙였다.

홍 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에 대해서도 "이제 파면됐으니 더는 그걸로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대로 처리하는 게 맞다. 개인적으로 구속·불구속 얘기를 할 수 없다""(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선을 치르려면 (박 전 대통령 신병 처리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캠프에서 열심히 계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지사는 세종시로의 수도 이전 주장에 대해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대로 '분권형 대통령제'가 되면 세종시가 새로운 수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그것은 헌법 개정 때 한번 검토해봐야 할 사항"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이어 "세종시를 그냥 행정수도로 하는 것은 헌법재판소 판결에 어긋나게 된다""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되면 국무총리 이하 (내치) 행정부와 국회가 세종시로 가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삭제)

홍 지사는 이날 '천안함 폭침'으로 전사해 대전 현충원에 안장된 장병들의 묘역을 참배했다. 방명록에는 '대란대치(大亂大治·나라가 어지러울 때 큰 정치가 요구된다)'를 적었다.

묘역을 둘러보던 홍 지사는 유가족이 없는 병사의 묘비를 쓰다듬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삭제)

홍 지사는(그는) "남북 관계가 이토록 위태로운 적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6·25 전쟁 이래 가장 위태로운 순간이 지금"이라며 "북한이 핵 도발을 계속하는 엄중한 상황에서 아무리 경계 태세를 유지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충원 방문 이후 천안함 선체가 있는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를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정치인들이 부대 안에 자꾸 들어가는 게 모양이 사나울 것 같다"며 취소했다.(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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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기에 어떤지? 베껴쓰기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훔쳐쓰기도 상식에 맞게 해야 한다. 경남신문 3월 24일치 4면 지면은 상식도 없고 정도도 없다. 기자 한 명이 어떻게 동시에 서울에도 있고 대전에도 있을 수 있는가? 

경남신문은 역(逆)알리바이라도 성립시켜 놓았어야 했다. 아무리 속임수로 신문을 만든다 해도 그렇다. 이렇게 한 번만 훑어보아도 바로 드러나도록 하는 것은 독자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무신경이다. 독자에 대한 예의가 이래서는 안 된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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