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지역에서 출판하기

지역신문은 뉴스기업이 아니라 콘텐츠기업이다

기록하는 사람 2016. 9. 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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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 창립행사에 다녀와서...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 창립 세미나에 다녀왔다.

지금까지 각 지역에서 고립분산되어 어렵게 지역콘텐츠를 생산해 왔던 지역출판사와 지역문화잡지 종사자 6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사례를 공유하고 앞으로 힘을 합쳐 뭔가를 해보자고 결의한 첫 모임이었다.

☞자세한 행사 내용은 여기 클릭 : 전국 '동네 출판사' 똘똘 뭉쳤다

그 자리에서 나에게도 말할 기회가 왔기에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지역신문사 안에서 출판 업무를 하고 있다. 현재 도서출판 피플파워와 해딴에라는 두 개의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피플파워>라는 월간지도 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출간한 단행본은 20여 종이 있는데, 1983년 뿌리깊은 나무 출판사에서 펴낸 <한국의 발견-경상남도 편>의 30년 이후 버전이라고 자부하는 <경남의 재발견>을 낸 이래 지역특산물 스토리텔링 <맛있는 경남>, 전통시장 스토리텔링 <시장으로 여행가자>, 지역인물 스토리텔링 <열두 명의 고집인생>, <풍운아 채현국>, <별난 사람 별난 인생>, 지역역사문화 스토리텔링 <경남의 숨은 매력>, 경남의 강 스토리텔링 <남강오백리 물길여행> 등 지역콘텐츠를 꾸준히 책으로 엮어내고 있다..

물론 지역과 무관하지만 의미있는 콘텐츠라면 그것도 출간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지역콘텐츠를 책으로 엮어냄으로써 그 콘텐츠에 생명을 부여하는 일이 지역출판사의 기본적인 존재의미라고 생각한다.

편집국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신문에 1회성으로 사용되고 버려지는 콘텐츠들이 아까웠다. 그래서 1회성으로 버려지고 마는 '뉴스' 말고도, 지역의 자산과 자원을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일을 지역신문사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걸핏하면 강조하는 '지역신문은 뉴스기업이 아니라 종합 콘텐츠 기업이다'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그래서 긴 호흡을 갖고 그런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꾸준히 해왔고, 그게 지역출판사를 만드는 일로 이어졌다.

편집국장 임기를 마치고 2년 전부터 본격 출판 일을 하고 있다. 이 일을 해보니 "지역출판이 없으면, 지역콘텐츠가 생산, 기록되지 않고, 지역콘텐츠 생산, 기록되지 않으면 지역의 역사와 문화도 사라진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지역출판의 개념을 정의한다면 "지역에서 의미있는 지역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이라고 하고 싶다. 이건 단순히 출판사의 소재지가 지역이라는 것 만으로는 '지역출판'이라고 말할 순 없다는 뜻이다. 지역의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기록하는 일, 하다못해 지역의 저자를 발굴하는 일이나마 하지 않고는 '지역출판'을 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런 차원에서 나는 이번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 창립이 반갑고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런 단체가 왜 지금까지 없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작에 만들어졌어야 할 단체다. 초대 회장은 오랫동안 전라도지역의 전통문화와 지역민의 삶을 기록해왔던 <월간 전라도닷컴>의 황풍년 대표가 맡았고, 나도 11명의 이사 중 한 명으로 포함됐다.

아래는 창립대회에서 채택된 '한국문화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제주선언' 전문이다. 의미있는 선언문이라 여기 기록으로 올려둔다.

이번 행사와 창립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주신 황풍년 회장(왼쪽)과 제주대 최낙진 교수(오른쪽).


한국문화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제주선언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 창립과 ‘대한민국지역도서전’ 개최에 부쳐

한국의 문화는 모든 분야에 걸쳐 서울에 집중되고, 서울 중심의 대규모 자본과 시장에 의해 좌우되고 있습니다. 

문화가 오로지 산업의 영역 안에서 치열한 시장 경쟁을 벌일수록 전국 곳곳에서 지역의 삶과 문화를 애써 발굴하고 기록해온 출판물과 정기간행물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지역출판과 지역문화잡지의 위기는 한국 문화의 다양성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통과 민속, 공동체적 가치와 생태환경적 삶의 방식 등을 담아내고 계승하는 원천적 힘이 저마다 발 딛고 살아가는 지역에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지역의 출판과 문화잡지들이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어야 당대의 한국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귀중한 역사가 되고 후손에게 물려줄 방대한 유산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 창립 @경남도민일보 우귀화 기자

오늘, 서울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출판과 문화잡지에 종사하는 일꾼들과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학계의 연구자, 예술단체 회원 등은 지역출판과 지역문화잡지의 미래를 이대로 자본과 시장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데 뜻을 같이 하고 여기 제주에 모였습니다. 

그동안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문화의 다양성을 지키고, 지역의 역사와 삶이 지닌 유무형적 자산을 애써 기록한다는 자긍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온 우리들은 이제 건강한 연대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공동으로 모색할 것입니다. 

아울러 문화와 정치가 모두 ‘서울 중심’으로 재편되고 그러한 흐름이 점점 가속화되는 시대상황 속에서 ‘지금 이곳’의 삶과 문화를 밝히는 가치 있는 지역문화콘텐츠를  살려내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수년 동안 지역출판과 문화잡지의 활성화를 위해 전국 순회 세미나와 국회 토론회, 일본 지역도서전 답사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했으며 연대 조직을 결성하려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러한 작은 걸음걸음, 뜨거운 마음과 마음이 쌓이고 쌓여 오늘 우리는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하나, 우리는 지역출판과 지역문화잡지의 건강한 발전을 꾀하고 지역출판문화콘텐츠 시장의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를 창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하나, 우리는 서울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출판물을 망라해 2017년 제주를 시작으로 해마다 ‘한국지역도서전’을 열고 순수 민간의 힘으로 ‘대한민국지역출판대상’을 제정해 시상한다.

하나, 우리는 전국 곳곳에서 발행되는 지역문화잡지들의 문화콘텐츠를 한자리에 모아 전시하고 유통하는 ‘지역문화콘텐츠전’을 열어 지역간 소통과 교류를 꾀하고 한국문화의 다양성을 지킨다.

2016년 9월1일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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