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언론, 블로그 강의

통영여중 진로 강의 - 글쓰기와 기자 되기

김훤주 2015. 1. 2. 07:00
반응형

한 시간 반 정도 중학생 앞에서 신문기자가 무엇 하는지 등등을 떠들어댄 적이 있습니다. 지난해 가을이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진로 교육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 때 강의 준비 차원에서 썼던 원고입니다.

 

물론 이대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만약 이대로 했다면 끝까지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삼아 중요한 몇몇을 짚어 구체적으로 일러줬습니다. 아울러 학생들 사는 데가 통영인지라 통영의 역사 문화 인물을 실마리로 삼아 이야기를 끄집어내 풀어나가기도 했습니다.

 

------------

 

안녕하세요? 통영여자중학교 1학년 여러분!

 

언론이 왜 중요할까요?

 

요즘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막연하게 호기심이나 환상이 있는 친구들이 간혹 보이는데 기자가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야기하기 전에 언론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먼저 이해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이런 사회를 한번 상상해 보세요. 방송에 뉴스는 없고, 오락 프로그램과 드라마만 있고 신문은 없는 대신 잡지만 있는 세상을 말입니다. 즐겁고 신날 것 같지요? 그런데 아마도 세상은 엉망진창이 될 것입니다.

 

인터넷에는 온갖 '카더라'라는 말들이 돌아다니고 정치인은 물론 경제인이나 공무원 사회는 온통 부정부패로 가득할 것입니다. 범죄는 또 얼마나 많아질까요? 그런데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날까요? 감시하는 눈이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실 강당에서 이렇게 앉아 강의를 듣는다는 데에 조금은 놀랐더랬습니다.

 

사람들은 짐승과 달리 도덕과 양심이 있기에 그런 도덕이나 양심 덕분에 또는 이성이 있어서 이 세상이 잘 유지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법이고 그보다 더 신경을 쓰는 것이 바로 다른 사람 시선입니다.

 

이런 가정을 한 번 해봅니다. 물건이 가득 쌓인 마트에 CCTV도 없고, 옆에 사람도 없고 주인도 자신을 살피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아무렇지 않게 물건을 갖고 나가는 사람이 정말 많겠지요.

 

다른 사람의 눈길을 느끼고 누군가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의식이 인간 행동을 훨씬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언론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합니다. 크고 작은 일을 찾아 세상을 알립니다. 선행은 부추기고 악행은 더이상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지요.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언론을 두려워하는 까닭은 바로 언론이 자신들의 가장 큰 감시자라는 데 있습니다. "종교와 언론이 부패한 나라는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만큼 언론은 올바른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중요한 일을 합니다.

 

그리고 언론을 만들어내는 실핏줄 같은 역할을 바로 기자가 합니다. 각각 분야를 나눠 보도를 담당합니다. 정치부 기자 경제부 기자 문화부 기자 등등 말입니다. 제보를 받거나 중요한 일이 생기면 현장에 가서 취재하고 기사를 써서 신문이나 방송으로 내보는 가장 중요한 일을 담당하는 기자지요.

 

그런데 시절을 막론하고 반드시 모든 사람들이 훌륭하게 본분에 충실하지는 않습니다. 요즘 '기레기'라는 말이 유행하는데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기자+쓰레기'랍니다. 쓰레기 같은 기사를 쓰는 기자, 또는 기사를 담보로 개인 사리사욕을 차리고 비리를 저지르는 기자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 또는 소설 같은 데 보면 기자는 대체로 두 가지 유형으로 나옵니다. 하나는 기자 이름을 달고 있으면서도 기자 노릇을 거의 또는 전혀 하지 않습니다. 일상생활, 사회생활을 하는 데 그냥 직업이 기자일 따름이지요. 이런 경우 기자는 무척 여유롭게 그려집니다. 여러분한테도 기자가 그렇게 여유가 많은 직업으로 비치시나요?

 

소설·영화·드라마에 나오는 기자의 또 다른 유형은 어떤 사회 문제 또는 특정 사건을 두고 끈질기게 파고들거나 정확하게 앞뒤 관계를 짚어 문제를 해결해 내거나 세상에 크게 알리는 모습입니다. 가끔 보도를 통하지 않고 직접 당사자가 돼서 문제를 해결하고 알리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그리고 있는 기자 모습과 어쩌면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진짜 기자의 모습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신문들마다 색깔이 다르다는 것을 아시나요?

 

신문사가 여러 개 있다는 것은 여러분도 알지요?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그리고 경남도민일보 등등 여러분들은 공부를 하느라 신문을 읽을 시간이 많지 않겠지만 신문을 들여다보면 비슷하기도 하도 다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똑 같은 사실을 다루면서 어떤 신문은 좋다 하고 다른 신문은 나쁘다 하고 어떤 신문은 대문짝만하게 싣고 어떤 신문은 콩알만하게 싣기도 하고 그런데 왜 그럴까요?

 

신문사에는 편집국이 있습니다. 편집국의 대표는 편집국장입니다. 편집국장은 신문 만들기와 직접 관련되는 모든 일을 주관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편집국에서 권한과 책임이 가장 큰 사람이 편집국장입니다. 편집국장은 취재·보도와 관련된 모든 일을 관장하며 여러 부서 데스크를 지휘·통제합니다. 때로는 일선 기자에게 데스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지시하기도 합니다.

 

편집국장 권한이 큰 만큼 편집국장의 성향에 따라 신문 색깔이 달라집니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신문사 사장이 자신의 성향에 맞게 편집국장을 앉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신문사에서 가장 진보적인 신문은 무엇일까요? 반대로 가장 보수적인 신문은요? 그 정도는 알고 있는 것도 좋겠지요~~^^

 

경남도민일보는 이렇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편집국에는 여러 부서가 있습니다. 시민사회부·자치행정부·문화체육부·논설여론부·뉴미디어사업부, 편집국장이 직할하는 국장석 등이 있습니다. 부서마다 영역이 있는데요, 일선 기자들은 대부분 특정 부서에 소속돼 있으며 부서 이름을 보면 그 취재·보도하는 영역을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부서를 관장하는 사람을 데스크라고 통칭하는데요, 데스크는 해당 부서 일선 기자들과 끊임없이 협력·논의하면서 무엇을 취재하게 하고 어떻게 방향을 잡아주기도 하고 취재하는 기사의 비중을 정해주기도 하고 일선 기자들이 작성해 보낸 기사를 검토·보완하기도 합니다.

 

통영여중 담당 선생님이 찍어 보내주신 사진입니다.

 

이밖에 편집부도 있습니다. 편집부 데스크와 기자들은 일선 취재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들에 색깔을 칠하고 옷을 입히는 일을 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를테면 기사의 성격과 잘 어울리는 제목을 뽑아 독자의 눈길을 끄는 것입니다.

 

신문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은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데스크회의를 하는데요, 오전 데스크회의는 어제 보도해 오늘 날짜로 발행한 신문 내용을 점검하면서 오늘은 무엇을 어떻게 취재할지 회의를 합니다. 데스크회의 결과는 곧바로 모든 기자들에게 전달됩니다.

 

전달된 내용을 바탕으로 기자들은 현장을 뛰며 취재를 합니다. 취재한 내용을 데스크나 편집국장에게 보고하고 의논하면서 기사를 작성해 보냅니다. 오후 데스크회의는 오전 데스크회의에서 논의·결정된 대로 얼마나 취재가 됐는지 알아보는 한편으로 작성된 기사를 두고 중요도나 시의성 따위를 따져 내일 날짜 신문 지면을 어떻게 구성할까를 정하게 됩니다.

 

신문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마감 시간을 지키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한 기자가 마감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신문 전체를 만들지 못합니다. 기사가 한 꼭지만 들어오지 않아도 편집부에서는 지면 전체를 짤 수가 없습니다.

 

이 기사를 크게 하면 저 기사를 작게 해야 하고 저 기사를 돋보이게 하려면 다른 기사는 그에 걸맞게 죽이기도 해야 하는데 기사가 아예 들어오지 않으면 이런 일들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면이 비어 있는 채로 신문을 발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러니까 신문을 만드는 데서는 기자 개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편집국장 이하 데스크들의 판단력과 통제력 그리고 안목도 중요하고 모든 기자들의 협동도 아주 중요합니다.

 

이런 시스템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절대로 혼자서는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 바로 신문이라는 사실입니다. 신문을 만드는 과정은 이렇게 여러 사람이 한데 모여 역할을 나누고 의견을 모아내는 과정이기도 한 것입니다.

 

신문 안에는 세상이 담겨 있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신문은 차곡차곡 모아두면 그 자체로 우리 지역 또는 우리나라의 역사가 됩니다. 또 해당 분야 특정 기획 기사는 모아두면 훌륭한 자료집 또는 단행본이 됩니다. 지역 또는 나라의 역사와 문화·생태·풍속 등등을 기록하고 보관하는 매개가 바로 신문입니다.

 

최근에는 NIE라고 하는 신문활용교육이 학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그만큼 신문 안에는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는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창의력이나 사고력을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미래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에게 사회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자료로 신문보다 더 나은 것은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신문사는 이렇게 종이나 인터넷으로 신문을 만들어내는 일 말고 다른 일도 합니다. 출판을 병행하기도 하고, 다양한 여러 행사를 주관하고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기행·탐방·체험 같은 프로그램 기획해 지역 학생들이나 주민들과 함께 하기도 합니다.

 

기자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요?

 

이번에는 기자의 일상을 잠시 들여다볼까요? 아침에 가장 먼저 편집국이나 출입처에 나가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고 오늘은 무슨 일이 예정돼 있는지 체크해 보고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출입처나 취재처가 하나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저 같은 경우 시민사회부에 있을 때 창원지법·창원지검·경남경찰청·낙동강유역환경청·민주노총·한국노총·시민단체 등 예닐곱 군데가 출입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떤 때는 점심 먹을 틈조차 없었습니다.

 

다음으로는 무엇을 어떻게 취재하고 보도 방향을 어떻게 잡아나갈지 구상하고 해당 부서 데스크나 편집국장과 의논하고 같은 부서 선·후배 기자들과도 의견을 나눕니다. 그리고 취재원을 섭외해 만나거나 전화를 걸어 취재합니다.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마감시간에 맞춰' 기사를 쓰고 취재·보도를 합니다. 원고지 여섯 장이 안 되는 짧은 기사 하나만 쓸 때도 없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은 날마다 서너 꼭지, 정말 많을 때는 여덟 꼭지까지 쓴 적도 있습니다.

 

세상에는 미리 정해져 있는 일도 많지만, 갑자기 터지는 사건·사고도 많습니다. 나라 바깥으로 보자면 2011년 3월 11일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 쓰나미 원전 사태가 그랬고 나라 안에서는 2014년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가 그랬습니다.

 

이렇게 크지 않더라도 취재·보도 과정에서는 미리 알 수 없는 돌발 사태가 끊이지 않습니다. 하던 일 다 미뤄놓고 취재하러 달려나가야 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이렇게 취재·보도를 하게 되면 이런저런 자료가 쌓이게 마련인데, 이를 분류·정리·보관하는 일도 만만찮습니다. 이런 자료 관련 업무는 취재 보도 활동이 많은 낮에는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밤이나 아니면 쉬는 날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기자들은 밤이나 쉬는 날에도 취재원을 만나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단신 보도 한 차례로 그친다면 그럴 필요가 없겠지만 기획 취재·보도이거나 아니면 아주 중요한 사건·사안일 경우는 사전·사후 취재가 필수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기자는 물 위를 헤엄치는 백조에 견줄 수 있겠습니다. 물 위에 떠 있는 한가롭고 여유로운 고니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떨까요? 백조, 고니가 사람들 눈에 보이는대로 한가롭고 여유가 있을까요?

 

그렇지 않겠지요. 먼저 몸통이 물에 가라앉지 않게 하고 또 이리저리 움직이기 위해서 물 아래 있는 두 발 갈퀴를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자기를 해치는 존재가 다가오는지 잘 경계해야 하기도 하고 아울러 먹을거리가 어디에 있는 열심히 살펴서 주린 배도 채워야 합니다.

 

실제로는 아주 힘들고 피곤할 것입니다. 기자도 바로 그런 존재입니다.

 

신문기자가 되면 무엇이 좋을까요?

 

먼저 자기가 쓴 기사가 신문 지면에 실립니다.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안과 사건을 자기가 나름대로 옳다고 생각하는 관점에서 취재하고 보도함으로써 이를 비판하고 나무라거나 칭찬하거나 격려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보도 활동을 통해서, 그것이 크거나 작거나 관계없이, 범위가 넓거나 좁거나 관계없이, 세상 돌아가는 데에 어떻게든 영향을 끼치는 보람을 누릴 수 있습니다.

 

아울러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좀 더 깊이 잘 알 수 있고 세상을 이해하는 정도가 커질 수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한 가지 일에 대해서 한 가지 생각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듣는 과정에서 사물이나 사람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이를테면 최근 눈과 귀가 많이 쏠렸던 '중고생 9시 등교'를 두고 보자면 학생·학부모·선생님·교육행정당국이 당사자라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보자면 학원 같은 사교육과 관련된 여러 사람들이나 학교 근처에서 학생들 상대로 장사를 하는 이런저런 사람들도 당사자라 할 수 있습니다.

 

또 같은 학생이나 선생님이라 해도 그 사람이 놓여 있는 처지나 관점에 따라서 다른 견해를 갖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가 취재·보도를 하면서 학생만 만나거나 선생님만 만나거나 교육행정당국만 만나거나 하면 해당 당사자들에게 치우치는 결과가 나오기 십상입니다.

 

그러면 균형도 잡히지 않고 결과적으로 오보를 양산하게 마련입니다. 그런 잘못된 보도를 하지 않으려면 여러 사람들 얘기를 듣고 그 사람 관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일을 거듭하다 보면 우리 사회 사람·집단·세력 그리고 그 상관관계를 좀 더 잘 알 수가 있게 되지요.

 

관심이나 취미가 있는 분야를 계속 다룰 수 있습니다

 

기자는 그날그날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를 취재하고 보도하게 마련인데요, 그렇다고 그것만 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기자가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자기가 관심이 있는 특정 분야를 꾸준하게 공부하고 취재·보도하는 기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넓혀갈 수 있는 것입니다. 환경·생태, 역사, 음악, 미술, 문학, 풍속, 문화재, 종교, 등산, 농업, 노동, 농민, 상공, 교육, 여행 등등 무궁무진합니다.

 

또 이런 것들은 다시 잘게 쪼개어 좀 더 깊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환경·생태를 보기로 들자면, 습지, 식물, 동물은 물론 생활환경이나 노동환경도 포함이 되고요, 이것 또한 더 작게 나눠 깊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습지는 늪, 하천, 갯벌 이런 식으로 분류가 될 수 있겠고, 이 가운데 말하자면 하천을 골라잡아 다시 좀 더 깊이 파고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자기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자기 분야에서 대학교수나 전공 연구자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상당한 전문가가 된 기자들도 많습니다. 전문가 수준에 이르게 되면 기자는 다른 사람들이 갖지 못한 자기만의 특징과 장점을 써먹을 수 있습니다.

 

자신들이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책을 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전문가들이 낸 책들보다 훨씬 쉽게 쓴 글이기 때문에   연구만 해온 전공 연구자, 대학생 가르치는 대학교수들보다 좀 더 읽기 좋고 편하게 이해되는 그런 책을 펴낼 개연성이 기자한테 훨씬 더 많은 셈입니다.

 

통영여중 NIE 담당 선생님이 챙겨 보내주신 학생 소감문. 아마도, 좋게 평한 소감문 가운데서도 가장 잘 쓴 글을 보내셨겠지요.

신문기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신문을 꾸준히 구독합니다. 신문을 꾸준히 구독하는 목적은 세상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두루 알고 이해하면서 신문과 친해지는 데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기사 보는데요?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기사를 보는 것과 신문에서 기사를 읽는 것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물론 간략하게 기사의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면 큰 차이는 없습니다.

 

그러나 종이 신문에서 글을 읽어내려가는 것과 화면을 통해 글을 보는 것의 차이는 큽니다. 무엇보다 머릿속으로 생각을 할 수 있는 여백이 생기는 것과 그렇지 않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학생 여러분은 물론 많은 이들이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를 통해 기사를 봅니다. 어느 한 기사가 눈에 들어와 제목을 쿡 누릅니다 그러면 그 기사를 읽기도 전에 온갖 광고와 또 다른 자극적인 기사들이 연이어 들어봅니다.

 

기사를 제대로 읽는 둥 마는 둥 벌써 거기에 달린 다른 기사들을 연이어 쿡쿡 누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적은 없나요? 그렇게 해서는 좋은 글을 제대로 읽지도 쓰지도 못하게 됩니다. 적어도 기자를 꿈꾸는 학생들이라면 꼭 종이 신문을 정독하시라 권합니다.

 

둘째, 블로그를 운영합니다. 기자는 한자로 적을 기(記), 사람 자(者)자를 씁니다. 적는 사람이라는 얘기입니다. 말하자면 글을 잘 쓰면 기자 노릇 하기가 그만큼 쉽습니다. 그런데 글쓰기는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입으로 말하는 것과는 크게 달라서, 나름대로 공부하고 노력을 해야 합니다.

 

반짝 한두 차례 한다고 글쓰기를 잘할 수는 없고요, 꾸준히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게 하는 데에는 블로그가 적격입니다. 처음에는 글을 써도 앞뒤도 맞지 않고 분량도 많지 않겠지만 1년 2년 이렇게 꾸준히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어느새 늘 쓰는 솜씨도 늘어나 있고 생각도 깊어져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블로그에 어떤 글을 쓸 수 있겠느냐고요? 책을 읽고 느낀 바를 써도 되겠고, 생활하는 속에서 떠오르는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해 봐도 되겠고, 아니면 과외활동을 하고 나서 거기서 든 느낌이나 생각을 써도 좋겠습니다. 교과서든 교과서 밖에서든 자기가 새롭게 알고 깨달음이 있었던 그런 것들을 써도 좋습니다. 일기를 쓴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가장 수월하게 할 수 있습니다.

 

셋째, 기자를 권력이나 명예에 이르는 수단으로 생각하면 안됩니다. 무를 썰고 파를 다듬으면 칼이 생활에 필요한 도구가 되지만 사람을 찌르면 흉기가 됩니다. 신문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당하게 비판하고 합당하게 칭찬하면 세상을 맑게 하는 청량제가 되지만 부당하게 비난하고 부조리하게 미화하면 세상을 괴롭히는 독극물이 됩니다.

 

세상 살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돈이지만 기자를 하면서 부자가 돼야지 생각하면 올바른 기사를 쓸 수가 없습니다. 그런 욕심을 갖고 신문기자를 하면 기자로서 제 노릇을 잘할 수 없고 나아가 본인까지 해치게 됩니다.

 

기사 좋게 써달라거나 나쁜 기사 빼달라면서 들고 오는 돈을 뿌리칠 수 없고, 나아가서는 그런 돈을 스스로 찾아 헤매게 됩니다. 아울러 취재·보도·편집하면서 쌓은 연줄을 타고 정계나 관계나 재계로 권력을 찾아 나가는 기자가 되기도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이런 기자를 두고도 '기레기'라 합니다.

 

마치면서

 

어떤 직업이든 보람과 고뇌는 다 함께 있습니다. 겉모습만 보고 어떤 직업을 선택하면 그 직업을 잘 수행할 수 없습니다. 특히 사회적인 책임감을 가져야 할 기자라는 직업은 더욱 그렇습니다.

 

언론의 역할과 기자의 임무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 길을 꼭 가고 싶은 생각이 있는 학생들은 신문읽기와 글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 꼭 훌륭한 기자가 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고맙습니다.

 

2014년 9월 24일   김훤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