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입니다. 한국의 언론과 언론인이 받을 수 있는 가장 영예로운 상이 바로 송건호언론상이라 생각합니다.


한국 지식인의 표상이자 언론인의 사표이신 청암 송건호 선생은 저희 경남도민일보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주신 분입니다. 1998년 “경남에도 한겨레처럼 자본과 권력의 지배를 받지 않는 독립언론을 만들어보자”는 꿈같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랬고, 실제 그 꿈이 이뤄져 1999년 5월 11일 경남도민일보가 창간할 수 있었던 것도 선생이 앞서 틀을 잡은 한겨레신문이라는 모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또한 경남도민일보의 근간이 된 ‘편집규약’과 ‘참여민주경영’의 원리도 일찍이 선생이 설파하셨던 ‘경영과 편집의 분리를 통한 편집권 독립’의 정신에서 비롯되었음을 고백합니다.


사진=한겨레


선생은 언론인이자 역사학자였습니다. 왜곡되고 은폐되어온 현대사를 바로잡는데 앞장섰던 선생의 역사의식은 경남도민일보 창간 직후부터 시작해 100회에 걸쳐 연재된 ‘지역 현대사 발굴 기획보도’로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토호 기득권 세력의 실체와 그 뿌리가 드러나고 민간인학살을 비롯한 각종 반인권․국가범죄도 밝혀질 수 있었습니다.


언론은 누구 편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진실하냐가 중요


가끔 저희는 다른 지역 사람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보수적인 경상도에서 어떻게 경남도민일보 같은 진보언론이 생존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실제 경상도 안에서도 저희 신문을 가리켜 ‘진보신문’ ‘좌파언론’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희는 진보언론이 아닙니다’라고 말씀 드립니다. ‘진보’라는 말뜻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진영논리에 따라 언론을 ‘니편, 내편’으로 나누려는 시도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누구의 편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진실하고 정의로운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송건호언론상 선정 사유 중에는 ‘밀양 송전탑과 진주의료원 문제 심층 집중 보도’도 포함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가 이 두 가지 사안을 보는 관점도 보수나 진보냐가 아니라, 무엇이 진실과 정의에 부합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거창한 가치나 철학이 아니라, 언론이라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자세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송건호 선생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글을 쓸 때마다 항상 30년, 40년 후에 과연 이 글이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라는 생각과 먼 훗날 욕을 먹지 않는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다짐하곤 한다. 크게는 민족을 위해서 작게는 내 자식들을 위해서 어찌 더러운 이름을 남길 수 있겠는가.”



또 선생은 “언론인의 지위를 징검다리 삼아 이익과 출세를 구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으며, “글의 내용과 글쓴이의 생활 사이에 모순이 없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경남도민일보 임직원들은 이러한 선생의 가르침을 실천하려 노력해왔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수상을 계기로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무너지는 건 한 순간, 송건호 선생 이름 욕되게 하지 말아야


그래서 따로 겸손의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언젠가는 우리가 반드시 받아야 할, 목표로 삼아온 상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생각보다 빨리 이 상을 받게 되어 기쁘긴 하지만 두려움도 함께 느끼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아직 이룬 것보다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고, 지나온 길보다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하나하나 쌓아 올라가기는 어렵고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건 한 순간입니다. 저희 경남도민일보도 끊임없이 자본과 권력, 연고와 인맥의 유혹을 받아왔고, 잠깐 잠깐 흔들려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상을 받은 이상 앞으로는 잠깐 흔들리는 것도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저희에겐 송건호라는 이름을 욕되게 해선 안 된다는 무거운 책임과 의무를 안게 되었습니다. 또 정의로운 언론이 성공하는 모델을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도 생겼습니다. 기분 좋은 의무입니다. 이런 의무감을 안겨 주신 송건호 선생과 선생의 가족, 그리고 청암언론문화재단과 한겨레에도 감사드립니다.


2013년 12월 17일 경남도민일보 임직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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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기록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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