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언론, 블로그 강의

초보 블로거를 위한 글쓰기 십계명

김훤주 2012. 4.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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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KOSHA) 경남지도원에서 ‘블로그 글쓰기’에 대한 강의를 했습니다. 경남지도원이 새롭게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다른 SNS와 연동하기로 하고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강의를 듣는 분들은 이를테면 내부 기자단쯤이 됐는데요, 블로그를 처음 하는 그런 수준으로 보면 된다고 경남지도원 책임자가 일러주셨습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에게 무엇이 도움이 될까 생각한 끝에 이런 내용을 골라 봤습니다.

한 해 전만 해도 저는 이런 강의를 이렇게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글쓰기의 기본은 맞춤법·띄어쓰기·문법에 어긋나지 않게 하는 데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야 정확한 의사 전달이 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맞춤법 따위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맞춤법 따위를 금과옥조로 여기게 하며 나아가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글쓰기 자체를 두려워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알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경남지도원의 블로그 이름.


1. 자신감을 가집시다.

이름난 글쟁이들도 종종 비문(非文)을 씁니다. 평론가 김윤식, 소설가 조정래, 시인 고은이 쓴 글들도 가만 뜯어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수(高手)인데도 그렇습니다. 아니 어쩌면 고수이니까 그렇습니다.


그이들은 글이 무엇인지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기본 목적은 의사 전달과 소통에 있습니다. 뜻을 전하고 나아가 감동을 주는 데 도움이 된다면 비문을 써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도 의사만 주고받을 수 있다면 문법 띄어쓰기 정도는 틀려도 됩니다.

2. 틀렸을 때는 고치면 됩니다.


우리나라 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데 가장 큰 문제점은 ‘잘 써야 한다’, ‘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집어넣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은 글쓰기 자체를 두려워합니다. 그런데 가만 따져보면 두려워할 까닭이 없습니다.


잘 아시는대로, 물에 들어가 보지도 않고 헤엄치는 방법을 익힌 사람은 세상에 없습니다. 틀려보지 않고 바르게 쓰는 사람 또한 없습니다. 그리고 틀리기도 쉽지만 고치기도 쉽습니다. 컴퓨터가 바로잡아 주기도 합니다.

3. 문장은 짧을수록 좋습니다.


그래야 전달하려는 뜻이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문장이 길면 글이 꼬이기 쉽습니다. 문장이 짧으면 읽는 사람이 쉽게 이해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짧게 쓸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짧게 써지지도 않습니다. 생각이 정리돼 있어야 짧게 쓸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글이 늘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생각이 제대로 정리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짧게 쓰려고 하면 오히려 그것이 부담이 됩니다.


그러므로 먼저 생각이 떠오르는대로 길게 써 놓는 편이 낫습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꾸밈말도 여기저기 달아봅니다. 그러고 나서 자기가 쓴 글을 다시 한 번 읽어봅니다. 그러다 호흡이 길다 싶으면 툭툭 잘라주고 꾸밈이 지나치거나 거치적거린다 싶으면 지워줍니다.

4. 주어와 술어를 하나씩만 씁니다.


한 문장에서 주어와 술어가 여럿 되면 나중에는 쓰는 사람도 헷갈리게 됩니다. 호응이 어떻게 되는지도 잘 모르게 되기 십상입니다.

신문에서도 이런 호응이 안 되는 글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한정된 분량으로 상황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블로그에서는 그렇게 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분량 제한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5. 아는 만큼만 씁니다.


처음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 저지르기 쉬운 잘못 가운데 하나가 ‘어깨에 힘주기’입니다. 권위주의적인 표현을 하려고 애씁니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경남지도원 블로그의 내용 구성.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하면 오히려 안 되는 시절이 됐습니다. 무겁고 권위가 잔뜩 들어간 글을 이제는 누구도 읽으려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친절하고도 편안한 글이 곳곳에 널려 있기 때문입니다.


어깨에 힘을 주다 보면 자기가 잘 모르는 낱말을 갖다 쓰기도 합니다. 어려운 낱말을 써야 무게가 나간다고 여기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자기가 잘 모르고 어름하게 아는 낱말을 쓰면 뜻이 제대로 전해질 리 없습니다.

잘 모르겠으면 사전을 뒤지든 컴퓨터를 뒤지든 알아낸 다음에 써야 마땅합니다. 모르는 얘기는 상대방도 당연히 알아보지 못합니다.

6.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글이 바로 신문 스트레이트 기사입니다.


스트레이트 기사는 육하원칙에 맞게 씁니다. 그리고 중요하고 핵심이 되는 내용을 첫 문장에 다 우겨넣습니다. 이를 일러 역삼각형 구조가 하는데요, 이를테면 경제성의 원칙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한정된 지면에 최대한 많은 내용을 집어넣는 데 도움이 되는 글이 바로 스트레이트 기사입니다.


그러나 재미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육하원칙이나 역삼각형 구조 따위에 매달리지 말고 휘둘리지 말아야 합니다. 특정 상황을 원고지 서너 장 분량으로 우겨넣는 능력은 신문·방송·통신사에서만 쳐줍니다. 블로그에서는 전혀 쳐주지 않습니다.

7. 친구나 식구한테 편하게 얘기하는 식으로 씁니다.


이것이 이른바 요즘 뜨고 있는 이야기글(내러티브 스토리)입니다. 하하. 이렇게 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를 두고 소통하는 글쓰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또 자기 중심 글쓰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소통하는 글쓰기는 배려하는 글쓰기이기도 합니다. 배려하는 글쓰기는 존중하는 글쓰기입니다. 글을 읽는 상대방의 처지와 관점과 흥미 등등을 배려하고 존중합니다.


자기 중심 글쓰기라고 한 까닭은 글쓰는 사람 자신의 생각과 느낌과 반응 따위를 솔직하게 나타내 보인다는 데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자신을 어떻게 이상하게 볼까봐 속셈을 숨기는 글쓰기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런 소통하는 글쓰기는 자기 관점이 살아 있습니다. 남의 말을 그대로 옮기지 않습니다. 객관 사실을 늘어놓기만 하지도 않습니다. 무슨 말이나 일을 옮기더라도 그것을 분석하고 종합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거쳐 재구성하고 새로운 의미를 담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8. 인과 관계를 밝혀 씁니다.


지금은 1970년대나 80년대와 달리 팩트가 사방 천지에 널려 있는 시대입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팩트에 목말라 하지 않습니다. 사연에 목말라 하고 배경에 목말라합니다. 사람들은 이미 노출돼 있는 것에는 재미나 흥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모든 드러난 일에는 가려져 있는 무엇이 있게 마련입니다. 세상은 원인과 결과로 짜여 있습니다. 그렇게 짜여 있는 원인이 무엇이고 결과가 무엇인지를 밝혀 쓴다면 설득력이 매우 커질 것입니다.

9. 논술이 아니라 감술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논리보다는 감성에 따라 더 많이 움직입니다. 그러므로 글쓰기도 논리를 지향하는 대신 감동을 지향해야 마땅합니다.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는 글보다 사람에게 감동을 안기는 글이 훨씬 더 좋습니다.

더 나아가 말씀드리자면, 이제는 논리조차도 사람 감성과 마음을 움직이는 데 쓰이도록 해야 좋은 시대가 됐습니다.

10. 블로그 글쓰기는 하루아침에 잘할 수 있게 되지는 않습니다.


블로그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하고는 다릅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보다 몇 배나 더 어렵고 힘도 더 듭니다.
먼저 꾸준하게 해야 합니다. 지치지도 말고 실망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사이에 조금씩조금씩 실력이 쌓이고 노하우가 늘게 됩니다. 이것이 진정한 자산입니다.
 


블로그 글쓰기를 쉽게 하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블로그는 사진과 글의 조합이라는 데서 착안했습니다. 여행을 떠났다고 가정합니다. 여행하는 장면장면을 담은 사진을 시간 순서로 죽 늘어놓습니다.

그런 다음 그렇게 늘어놓은 사진에 해당하는 설명을 붙입니다. 이렇게 하면 기본은 됩니다. 이런 방법은 여행 말고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기본이 되고 나면 여러 변주나 변형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간 순서대로만 하지 않고 관점에 따라서, 또는 주제에 따라서 새롭게 구성해 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도움이 될만한 간단한 두 가지도 함께 일러드리겠습니다. 어쩌면 실제 블로그 운영에는 앞에 드린 말씀들보다 더 긴요할 수도 있겠습니다. 높임말로 글을 쓰시라는 것과 사진을 가공할 때는 포토스케이프를 쓰시라는 것입니다.


블로그는 대부분 글과 사진(그림)으로 이뤄집니다. 어쩌다 동영상이 끼이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사진을 다루는 데 가장 좋은 도구가 바로 포토스케이프입니다. 포토샵은 다루기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지만 포토스케이프는 인터넷에서 내려받기도 쉽고 실제 작동도 쉽습니다.


다른 것보다 이것 쓰시라고 권합니다. 기능도 다양해 포토스케이프로 할 수 없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공짜 버전도 있습니다. 사진을 원판 그대로 올리면 용량이 너무 많아 화면이 쉽게 오르내리지 않으니 300kb정도로 낮춰주면 좋습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사진을 올리는 데 욕심을 부리지 마시라는 것입니다. 사진을 많이 올린다고 사람들이 다 봐주지는 않습니다. 그냥 많이 봐 달라는 욕심으로 올릴 뿐이지요.

그러니까 200자 원고지 10~15장 정도 글이 된다면 사진은 아무리 많아도 5장 안팎이 적당한 것 같습니다. 물론 사진 위주로 하고 설명을 덧다는 그런 성격이라면 좀 달라지겠지요만.

높임말로 글을 쓰시라는 으뜸 까닭은, 글투가 좀더 다양하고 풍성해진다는 데 있습니다. 낮춤말은 문장 끝부분이 아주 단조롭습니다. ‘~다’ 아니면 ‘까?’로 마쳐집니다. 특히 글에서는 더욱 심해지기 십상입니다.


높임말로 하면 그런 어미 활용이 다양하고 풍성해집니다. ‘~다’, ‘~까?’에 그치지 않습니다. 물론 낮춤말로도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지만, 낮춤말이 갖고 있는 권위주의랄까 이런 것 때문에 실제로는 그리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높임말을 쓰면 글을 읽는 상대방을 존중·배려한다는 느낌도 줍니다. 아울러 글을 쓰는 스스로를 낮추는 자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충분히 가려 들을 줄 안다는 표상이기도 하지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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